낮을 찢어서 만든 음란한 불빛들이 끈적한 소음을 타고 흐른다. 퍼져나가는 빛들은 라스푸틴의 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벌겋게 취한 얼굴로 비틀거리는 남자. 약에 취한 것인지 괴상한 트럼펫 소리를 내며 촉수를 흔드는 텐티클. 푸른 피부의 발가벗은 여자를 집어삼킨 하얀 슬라임. 12개의 다리를 바쁘게 움직이며 걸어가는 인섹트. 행인의 주머니를 털고는 땅속으로 숨는 플로라. 8개의 가슴을 드러낸 채, 호객을 하는 여자. 그 옆에서 대놓고 마약을 홍보하는 사이보그 남자. 어두운 골목길에서 조용히 눈을 빛내는 암살용 안드로이드. 발에 채는 돌멩이처럼 보이는 손가락. 별 하나 없는 밤하늘을 집어삼킨 거대한 광고 스크린.
영원한 밤의 도시, 라스푸틴의 거리는 마치 괴물처럼 사람들을 삼키고 뱉어내고 있었다.
나는 이 광경에 녹아들어 그 중 무엇에도 관심을 주지 않고 있었다. 몇 번이고 자극적인 향의 손길이 내 손등을 간질이고 매끄러운 혀가 내 귓속을 파고들었지만 전부 무시했다. 정확히는 무시했다는 자각도 없이 지나쳐버렸다. 내 정신은 온전히 오늘 매상을 계산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남자는 40회를 채우고 나서야 만족했다. 실로 경이로운 숫자였다. 사람을 죽이는 건 의외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고된 일이다. 내 오랜 단골손님들도 30번이 한계인데, 40번이라니. 거기에 더해 그는 단 한 번도 똑같은 방식, 도구로 나를 죽이지 않았다. 오늘 보여준 몇 가지 방법은 매뉴얼에 넣어도 좋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이쪽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어쨌든, 그 덕분에 오늘 매상은 꽤 괜찮았다.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걷다 보니 어느새 소음도, 행인들도, 빛도 희미한 곳에 도착했다. 깜빡거리는 전광판이 드문드문 위치하며 음울한 표정들을 비추는 곳이었다. 그 표정들 아래에는 간혹 엉성한 무기가 섬뜩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거침없이 그들 사이를 걸었다. 약에 뇌가 절여지지 않는 이상 죽지도 않는 놈을 털려는 바보는 없으리라.
‘로스트의 식료품점.’
그렇게 쓰인 전광판 아래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전광판이 달린 가게를 바라보니 가게가 아니라 가정집이 보였다. 그는 여전히 그 집에서 장사하고 있었다. 낡은 현관문을 두드리곤 안으로 들어갔다.
“어쨌든! 정말 진지하게 저희 모험단의 동료가 되실 생각이 없으신가요?”
“조금 전까지 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열심히 말해준 것 같은데”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곧 하고 싶은 이유이지요.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아가씨가 미친 걸까. 내가 미친 걸까?”
“그렇습니다! 매일 같이 총 맞아 객사하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이 행성! 미치지 않고서는 살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이젠 더는 미치거나 벌벌 떠실 필요 없습니다! 이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지금 당장, 이 행성에서 나갈 수 있으니까요!!”
“아가씨, 혹시 귀먹었어?”
“아직 식인할 만큼 미치진 않았습니다. 물론, 모험에는 그만큼 미쳐있습니다!!”
“젠장할! 좆 까!”
“전 깔 좆이 없으니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지요?”
“이이이이이이익!!”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며 목덜미를 잡는 로스트를 보며 나는 조금 황당한 기분을 느꼈다. 항상 어두운 얼굴로 씹어뱉듯 말하는 그였다. 내가 매일 저녁 이곳에 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대화를 나눈 것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그마저도 매우 짧았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말을 줄줄 쏟아내고 있었다. 언뜻 보면 화를 내는 것 같지만 나는 그의 표정에서 분명한 기쁨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역시도 사람인지라 은연중에 사람과의 대화를 그리워했던 걸까?
그런 생각들에 빠져 멀뚱멀뚱 서 있으니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쑥스러움보단 빠르게 이 화기애애한 상황에서 빠져주고 싶은 마음에 잡생각을 치우고 계산대로 다가갔다. 나와 마주 보고 서자 로스트는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말은 필요없었다. 품속에서 5 이코시를 꺼내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거대한 손으로 동전을 집어 들고는 창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실례지만 여기 단골이신가요?”
나는 고개를 돌렸다. ‘아가씨’가 고개를 쳐든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목덜미를 간신히 덮는 짧은 금발은 황금을 담은 것 같다. 머리와 같은 색의 눈동자는 당돌하게 내 눈을 마주한다. 시선의 높이차나 덩치의 크기 따윈 그녀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았다. 어째서 로스트가 그녀를 아가씨라고 불렀는지 알 것 같았다. 라스푸틴에 놀러 온 귀족 아가씨가 길을 잃었나 보군. 조금 뒤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청년은 그녀의 경호원이겠지
“네, 그렇습니다. 아가씨.”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법은 간단하다. 공손한 웃음을 붙이고 예의를 몸에 발랐다.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바닥에 엎드릴 것 같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에게 동등한 지위의 상대방이란 한 없이 불편한 존재이다. 그들은 내려다보는 것에 익숙하다.
“저는 아가씨가 아닌데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과 말투는 분명히 명랑한 소녀의 것이었다. 하지만 눈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현하고 있었다. 차가운 눈빛에 살짝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것도 잠시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는 활기로 넘쳤다.
“물론 제가 조금 기품이 넘치는 외모이긴 하지요. 어쨌든 여기 단골이시라고요? 그렇다면 도와주실 건가요?”
그녀의 말은 주어가 빠져있어 중의적이다. 그러나 뜻하는 바는 명확하다. 내가 그녀를 잘못 평가했다. 그녀는 세상 물정 모르는 오만한 아가씨가 아니었다. 아직 정확히 그녀가 딱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두 가지는 확실했다. 이 아가씨는 매우 예리하고 오지랖이 더럽게 넓은 사람이었다.
“정말 죄송하지만. 아가씨.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아가씨의 미간이 희미한 두 곡선을 그린다.
“라스푸틴 사람들은 전부 매정하다는 소문이 마냥 헛소문은 아니었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저 역시 입에 풀칠하기 바쁜 사람이라서요.”
“왜 그가 따로 상가를 사지 않고 집에서 물건을 파시는지 알고 있나요?”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돕지 않는다고요?”
“굳이 오랜 상처를 들쑤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오랜 상처가 아니라 곯을 대로 곯은 상처라면 잘라내야지요.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그녀의 말은 갈수록 날카로워졌다. 나는 더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은 정론이었다. 곯을 대로 곯은 상처는 잘라내야 한다. 그리고 로스트의 상처는 썩어 문드러진 지 오래였다.
2년 전, 평소와 같이 이곳에 들린 나는 잔뜩 취한 로스트와 마주했다. 그의 눈가는 붉었다. 그는 눈가를 닦고는 혼잣말하듯 말했다.
“아내와 딸이 있었다.”
많은 것이 담긴 말이었다. 나는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 묻지 않았다. 그게 가정집에서 식료품점을 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지도 묻지 않았다.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지도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고아였던 나는 가족을 겪지 못했다. 나는 그냥 말없이 음식을 사고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이 통찰력 깊은 소녀는 그런 나를 비난하고 있었다. 그런 로스트의 아픔을 알아채곤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로스트를 도우라고. 아니면 로스트를 도우려는 나를 도우라고.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대단하다고밖에 여겨지지 않는 여자였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죄송합니다.”
소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왜죠.”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해서 꼭 일어날 필요는 없으니까요.”
쓰러지기는 너무 쉬운데, 일어나는 건 너무 힘들다. 라스푸틴의 삶은 그렇다. 모두가 일어나서 걸으려고 노력하지만 일어나자마자 현실은 우리를 때려눕힌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쓰러지기 위해서 일어난다. 그렇다면 굳이 일어날 필요는 없는 게 아닐까? 물론, 끝끝내 일어난 사람들의 노력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그들은 분명히 대단한 사람들이고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쓰러져 있기를 택한 사람들은 비난받아야 하는가? 나는 그들의 삶도 긍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몇 사람들은 그렇게 강하지 않으니까.
물론 이건 긴 개소리에 불과하다. 나는 그냥 이기적인 놈일 뿐이다.
소녀의 입이 우물거리다가 꾹 다물어진다. 뭐라 말하든 내 생각이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포기하진 않았는지 그녀의 눈은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그때, 마침 로스트가 창고에서 나왔다. 그는 계산대 위에 주먹만 한 단백질 바 하나를 올려놓았다. 나는 그것을 품속에 넣었다. 전보다 무게가 준 것 같았지만 불만은 없었다. 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나는 별 미련 없이 밖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당신도 우리 모험단에 가입하지 않을래요?”
“아가씨!!”
명랑한 목소리가 내 발을 낚아채고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내 뒤통수를 후린다. 비틀거리며 뒤를 돌아보니 지금까지 뒤에서 아가씨를 지켜만 보고 있던 청년이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주의 깊게 바라보니 조금 까칠해 보이긴 해도 전체적으로 시원한 느낌의 미청년이었다. 그는 그만큼이나 인상을 구기고 있는 소녀를 사파이어 같은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소녀는 당당히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또 왜.”
“진짜 몰라서 물으시는 겁니까?”
“언제는 일부러 물었다는 듯이 말한다. 너?”
“그럼 어제, 링컨 표준시 12시 31분 29초, 라스푸틴 우주 정거장에선 진짜 몰라서 그렇게 물으신 겁니까?”
“응. 그때의 나는 네가 그렇게 무능한 놈인 줄 몰랐었거든.”
“왜 모두 제 잘못인 것처럼 말씀하십니까?! 아가씨도 잘한 건 없잖습니까!!”
“뭐, 인마?!
아무래도 저 아가씨는 사람 속을 긁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말다툼을 바라보고 있으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대충 근처 식탁에 걸터앉고 단백질 바를 까기 시작했다. 이대로 나가버릴 수도 있지만 깊은 통찰력이 유한 성격을 보장하진 않는다. 언젠가 이렇게 말없이 자리를 비웠다고 뒷골목에 끌려가 두들겨 맞은 적이 있었다.
은박지를 까니 유백색의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강이를 붙잡고 깽깽이 발로 뛰는 청년을 바라보며 한 입 베어 먹었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어쨌든 딴 사람은 다 돼도, 저놈은 안됩니다!”
눈물이 아직 글썽한 눈으로 청년이 외쳤다. 아가씨의 얼굴에서 조금 전까지 남아있던 장난기가 사라졌다. 진심으로 짜증이 치밀어오른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왜 안 되는데? 박박 우기지만 말고 설명을 해보라고.”
“아가씨는 저놈의 목에 문신이 안 보이십니까?”
반쯤 남은 단백질 바를 먹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청년과 아가씨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로스트는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역시 머릿속으로는 내 새끼 염소 모양 문신을 그려보고 있으리라. 그제야, 나는 청년의 눈에 어린 강한 혐오를 볼 수 있었다. 청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내 단단한 얼굴에 튕겨 나갔다.
“저놈은 목숨팔이라고요!”
목숨팔이, 참 재밌는 이름이다. 이름만 들으면 마치 암살 조직의 이름처럼 들린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이다. 목숨팔이는 다른 사람에게 죽어주는 게 일인 사람들이다.
원래는 군사용으로 제작된 순간 부활 장치는 수많은 윤리적 문제에 부딪혀 전 은하계에서 금지되었다. 하지만 영원한 밤의 도시, 라스푸틴에선 모든 게 허용된다. 폭력에 대한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이걸 너무나 잘 아는 영리하고 절박한 사람들은 금방 이 기술의 올바른 이용법을 찾아냈다. 사람들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숨은 살해에 대한 열망을 충족하는 사람들. 어떤 의미에선 우리는 진정으로 몸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이리라.
물론, 악독한 라스푸틴 사람들에게도 목숨팔이들은 도저히 상종 못 할 종자들이었다. 아무리 돈이 급하다고 해도 그렇지 자신의 목숨을 팔다니. 분명 정신이 나간 게 틀림없다. 짐승도 그런 짓은 안 한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지금 죽여주마.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손가락질했다. 가장 더러운 창녀조차 우리 옆에 서면 성녀처럼 보였다. 우리는 범죄자 중의 범죄자였고 쓰레기 중의 쓰레기였다.
“목숨팔이가 뭔데?”
물론, 저 아가씨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만. 격한 기침 소리가 로스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사레라도 들린 건지 기침 소리가 꽤 오랫동안 멎지 않았다. 청년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길로 아가씨를 바라봤다.
“아, 아가씨? 제가 분명히 여기 오기 전에, 미안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그냥 흘렸어. 다시 이야기 해줘.”
눈을 보니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저것도 대단하다면 대단한 걸까. 나는 단백질 바를 한 입 더 베어 먹었다.
내가 식사를 즐기는 동안, 청년은 열심히 내가 얼마나 부도덕한 인간인지 아가씨에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가 나를 서술하는데 사용한 수사들이 어찌나 뛰어나던지. 불쾌감은커녕 탄성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마음속으로 감탄하며 유백색 덩어리를 모두 입에 구겨 넣었을 때쯤, 그의 설명이 끝났다.
“이제 아시겠죠?”
“응. 그리고 아니.”
“네?”
은박지를 구겨서 주머니에 넣고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겉보기엔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그 말엔 가시가 박혀 있었다.
“아니, 목숨팔이들이 대강 어떤 사람들인진 알겠어. 자신의 목숨을 비싼 값 받고 팔아넘기는 사람들이라는 거 아냐. 근데 내가 모르겠는 건 그거야. 왜 그런 사람들을 우리 모험단에 넣으면 안 돼?”
“아가씨, 조금 전에 말씀드렸잖습니까. 대부분의 목숨팔이들은 심각한 마약중독자에다가 정신병자들이라고요. 그런 사람들과 어떻게 동행을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걸 거꾸로 말하면 소수의 목숨팔이들은 죽지도 않고 매번 죽음을 마주할 만큼 간이 큰 놈들이라는 거 아냐. 어떻게 보면 모험단이 천직인 사람들 아니야?”
“저놈이 그 ‘소수’의 목숨팔이라고 어째서 확신하시죠?”
아가씨의 얼굴이 나를 향했다.
“실례지만 혹시 마약중독자거나, 심각한 정신 질환자세요?”
무의식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아뇨."
“봐봐. 아니라잖아. 이제 우리 모험단에 넣어도 되지?”
청년은 얼굴이라도 한 대 맞은 얼굴이 되었다. 그것도 잠시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가씨, 저는 지금 장난 하는 게 아닙니다. 저 녀석들은 진짜 위험한 녀석들이라고요.”
청년의 눈빛만큼이나 아가씨의 목소리도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팔짱을 끼며 차갑게 말했다.
“네 눈으로 직접 그 사람들이 위험한 사람들인지 확인해 봤어?”
“저는 닭이 아니지만 어떤 달걀이 좋은 달걀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경험이 꼭 정확한 평가를 끌어내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가씨의 입술이 구겨지더니 아랫입술이 입안으로 말려 들어 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청년은 목석같은 얼굴로 버티고 있었다. 그녀의 입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우물거리다 꾹 다물어졌다.
“알겠어.”
일말의 승리감 같은 게 청년의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이제 집에 가도 되겠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내게 다가오는 발걸음이 느껴졌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어느새 그녀가 내 앞에 서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처음과 같이 흔들림 없고 당당했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별로 상관없으리라 생각했다.
“네.”
“당신은 왜 목숨팔이가 된 건가요?”
특이한 질문이었다. 그 누구도 목숨팔이에게 왜 그런 삶을 택했는지 묻지 않는다. 그런 수고로운 짓을 왜 하겠는가? 사람들은 그냥 우리에게 쓰레기라는 딱지를 붙여놓고 손가락질할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것은 사실이므로 우리는 분노하지 않는다. 다만, 변명 하나 정도는 품고 다닌다.
“살고 싶어서요.”
아가씨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당신은 죽은 것처럼 보이는걸요?”
그 말은 깊게 내 가슴을 찔렀다.
***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