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터가 점프 잘하면 좋지.
유연성 좋으면 그것도 좋아.

근데 내가 어떤 스케이터를 볼 때 제일 우선하는 건 바로 상체의 표현력이야.
편의상 상체라고 뭉뚱그려서 얘기하지만,
상체에는 머리, 목, 어깨, 팔, 손가락, 몸통, 등이 다 들어가잖아.
게다가 표정까지.

연아가 정말 대단한 게,
이 아이 경기하는 걸 보면 어디 하나 놀고 있는 부위가 없어.
주니어 때는 표정이 조금 아쉽지만, 그 외에는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고,
시니어 때는 이런저런 아쉬움마저 훌훌 털어버리고 있는 거 같아.

록산느를 보면,
전체적인 팔의 움직임이 약간 직선적이고 단호하게 보이는데도
손가락이라던가 손목, 팔꿈치가 섬세하게 움직이고 있고,
[스텝 중간에 트위즐 후의 오른손을 보라!!]
종달새는 뭐 말할 것도 없지 않아?
조금 오버하자면, 난 연아의 종달새 연기에서, 이제 마악 첫 비행을 시작한 어린 새의 두려움과 환희를 느꼈어.
어떤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강하고 분명한 느낌을 받은 건 MK 이후 처음.
그래서 연아의 앞날이 더 기대되고 걱정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참고 본 누군가의 영상은 정말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 했어. 다 좋다 이거야. 그 멍한 표정은 어쩔건데? -_-

아놔 맥주 남았는데 안주 다 떨어졌다.
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