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환경에 지칠 때,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 기운이 땅속 끝으로 꺼질 때,

내 가슴을 다시 콩닥거리게, 노래하고 싶게 하는 건 다른 성악가들의

노래가 아니다. 바로 김연아 선수의 춤이다.

그녀가 얼마나 아름답게 팔을 뻗고

알맞은 호흡으로 몸을 트는지.. 그 사이 중심 잡는 두 다리마저도 얼마나

아름다운 간격을 유지해주고 있는지 감탄하며 내 노래가, 내가 노래하는 모습이

저럴까.. 저랬으면 좋겠다..싶다.

결국 김연아는 무대 위에서 자신을 말한다.

가수면 노래나 하지, 배우면 연기나 하지, 작가면 글이나 쓰지, 무용수면 춤이나 추지...

노래로, 연기로, 글로, 춤으로 그들에게서 좋은 영감만을 받고 싶은 순수한 팬들의

본심에서 우러나온 말이겠다.

그런데 그들은 알까?

그런 노래를 하기 위해, 춤을 추기 위해

즉, 무대 위에서 자신을 말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부딪히고 느껴 담아내야하는지를?

하루종일 악보에 코 박는다고, 얼음판 위에서 점프만 한다고

되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란 것을?

저 몸짓이 왜 특별한지, 왜 저렇게 예쁜지, 우아하면서도 슬픈 한 마리 새 같은지,

보고 있으면 왜 숨을 못 쉴 것 같은지... 그걸 헤아린다면 춤이나 추란 말은 못할게다..

스테이지를 마치고 쏟아지는 박수에 답례를 하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가빠진 호흡과 함께 주체 못하는 그녀가 나는... 언제나... 남 같지가 않다.

- 소프라노 임선혜님의 페이스북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