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이 서울을 떠날 때까지 추모객을 괴롭혔다. 추모객이 서울역을 넘어 삼각지역 근처까지 따라오자 운구 행렬에서 추모객을 떼어내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했다. 전경과 시민이 뒤엉켜 난장판이 되자 상주인 노건호씨가 나와서 사정해서야 겨우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시민 고정자씨(41)는 "국민이 마음껏 슬퍼할 수 있는 자유는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너무한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추모 행사 방해의 결정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사를 거부한 것이었다. 분노한 김 전 대통령은 서울역 분향소를 찾아 분향한 후 "노 전 대통령이 겪은 치욕과 좌절, 슬픔을 생각하면 나라도 그런 결단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은 지금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후퇴하고 전례 없이 빈부격차가 강화돼 어려움 속에 살고 있다"라며 작심한 듯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와 언론의 이런 방해에도 불구하고 영결식이 무사히 끝난 것은 순전히 일반 시민들의 힘 덕분이었다. 자원봉사자 수천명이 분향소 질서를 유지했고 또한 부족한 물자를 시민들이 보내와 조달할 수 있었다. 김연아 선수 등 피겨 스케이팅 선수를 응원하는 '피버스'에서 근조 리본 수만 개를 지원하고 화장품 동호회 '화장품나라'에서 자원봉사자를 위한 선크림을 지원하는 등 각계 각지에서 성원이 답지했다.

6박7일의 장례 기간 이명박 정부는 예의에 크게 벗어나는 행위로 일관했다. 그러나 슬픔을 발산할 길을 막은 것은 오히려 슬픔이 분노로 폭발하도록 만들어 부메랑이 되어 그들에게 돌아갔다. 당장 이명박 대통령부터 영결식에서 민주당 백원우 의원에게 "살인자는 사죄하십시오"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추모 방해는 국민의 관심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원망으로 바꿔놓았다. 그 역풍이 어떻게 불어올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