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는 23일 서울 태릉국제빙상장에서 열린 동계 전국체전 여자 피겨스케이팅 여고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출전해 멋진 연기를 뽐냈다.

최근 한방시술을 받고 고질병인 허리부상 걱정을 크게 덜어낸 김연아는 한껏 밝아진 표정으로 국내팬들 앞에서 세계 정상의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세계선수권 대회를 약 한달 정도 남기고 시험무대 차원에서 출전한 전국체전 무대였지만 연기의 수준은 역시 높았다.

거의 1년만에 국내 공식대회에 출전한 김연아는 지난 시니어그랑프리 파이널대회 우승 당시 쇼트프로그램에서 함께 했던 영화 \'물랭루즈\'의 주제곡 \'록산느의 탱고\'에 맞춰 검은색과 붉은색이 조화된 경기복을 입고 연기를 시작했다.

경기전 기자회견에서 크게 무리하지 않고 고난도 기술을 자제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거의 오리지널에 별차이 없이 연기를 펼쳤다. 트리플-트리플 컴비네이션(3회전 2번 연속)에서 트리플-더블 컴비네이션(3회전 후 2회전)로 난이도를 낮췄고 2바퀴 반을 도는 더블액셀을 싱글액셀로 바꾼 것을 빼면 원래의 연기 그대로 선보였다.

트리플 점프를 시도하다 한번 엉덩방아를 찧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연기였다. 허리통증으로 인해 연기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기우로 느껴질 정도였다.

김연아는 이날 기술요소 점수에서 24.10점, 프로그램 구성요소 24.04점을 받았다. 감점 1.00이 더해져 총점은 47.14점이었다. 그랑프리 파이널 당시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았던 65.06점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경기인데다 몸상태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경기를 마친 김연아는 "컨디션이 나쁘지는 않았다. 새 스케이트가 헐렁해서 중심이 잘 안잡혔고 불안하게 탔던 것 같다. 구두가 발에 맞았더라면 더 좋은 경기를 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가장 걱정됐던 허리 통증에 대해서는 "아침에는 조금 아팠는데 시합할때는 아프지 않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날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치른 김연아는 24일 오후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마친 뒤 오는 26일 캐나다로 출국해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이석무 기자 smlee@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