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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람 냄새가 난다

Lom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1.15 17:09:16
조회 1804 추천 83 댓글 4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6189.html


[한겨레21] [최지은의 직시]식상한 얼굴과 소재들 사이 돋보이는 사람 예능,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9월26일 방송된 tvN 에 등장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미용실의 주민들. 퀴즈를 단호하게 거부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낳았다. tvN 화면 갈무리

모든 그럴듯한 말이 그렇듯, 언제부터인가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람 냄새’라는 표현은 본래 의미와 상관없이 아무 데나 붙어 쓰이곤 한다. (비슷하게 막 쓰이는 표현으로 ‘걸크러시’와 ‘브로맨스’, ‘아재미(美)’ 따위가 있다.) 요즘 ‘사람 냄새’를 주로 내세우는 곳은, 첫째 연예인 가족의 일상을 관찰하거나, 둘째 연예인들의 생활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그리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그 말이 어울리는 예능을 굳이 고른다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 퀴즈>)일 것이다. 

<무한도전>이 남긴 가능성 

유재석과 조세호, 두 엠시(MC)가 거리에서 만난 시민에게 퀴즈를 내고 정답을 맞힌 사람에겐 그 자리에서 상금 100만원을 준다. 비교적 단순한 구성인 <유 퀴즈>의 원형은 지난해 9월, MBC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단독 코너로 시도했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이다. 의자와 마이크를 들고 나가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겠다던 도전은 거의 실패에 가까웠다. 첫 방문지인 유치원에서 6살 인터뷰이 세 명이 줄곧 “아니요!” “없어요!”만 외쳐댄 것이다. 하지만 물이라도 마시라며 챙겨주는 친절한 집주인과 대문 안에서 짖어대는 강아지, “한 직장에 오래 다니려면 빚을 내면 된다”던 은행원 등 돌발 상황이 주는 묘미는 약간의 가능성을 남겼고 이는 <무한도전>의 이언주 작가와 함께 <유 퀴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구성은 단순하지만, 즉석에서 일반인을 섭외해 이야기를 끌어내고 퀴즈 참여를 유도한 다음 대화를 적절히 마무리하는 과정 하나하나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이 점에서 <유 퀴즈>는 “텔레비전에서만 봤는데 너무 반가워”라며 대뜸 악수를 청하는 노인들을 비롯해 여남노소 누구나 알고 경계하지 않는 상대이자 누구하고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유재석의 인지도와 노련한 진행에 상당 부분을 기댄다. 

동네 상권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노인정 회장 된 것을 자랑하는 할아버지,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산만하게 떠드는 중년 남자 등 매회 새로운 모습의 ‘아마추어’들을 만난 유재석이 당혹감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난관을 돌파하는 모습은 어지간한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생생한 긴장감을 준다. 프로그램 내 유재석의 유일한 ‘먹잇감’으로 끊임없이 구박당하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고 꿋꿋이 되받아치는 조세호 역시 톰과 제리 같은 콤비를 이루며 자잘한 재미에 한몫한다. 

그래서 <유 퀴즈>의 진짜 재미는 퀴즈 이전에 사람 구경이다. 그 얼굴이 그 얼굴 같은 ‘아재 예능’, 연예인들의 여행과 먹방 예능, 백인 남성들로 대표되는 외국인 예능 사이에서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여성과 어린이, 청소년, 청년, 노인, 이주노동자 등 한국 미디어에서 소외됐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TV에 안 나오는 사람 구경 

이를테면 12살의 고민은 방학이 너무 짧다는 것이고, 13살의 관심사는 ‘남사친’이며, 고3의 꿈은 빨리 졸업해서 운전도 배우고 술도 마시는 것이다. 유재석의 이름은 모르지만 “여기, 저, 코미디히!”라며 반기던 할머니는 40년 된 동네 미용실에서 곱슬곱슬 파마를 말며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한 다음에 퀴즈는 “안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거절해 잊지 못할 명장면도 연출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사람’들을 알아가다보면 퀴즈쇼에 몰입하게 된다는 점이다. 정답을 맞히면 가까이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바로 뽑아주는 상금 100만원은, 인생을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엠시를 꿈꾸는 한 청년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잡아보는 큰돈”이기도 하다. 독서와 산책을 사랑하는 교사가 제자 수십 명의 응원에 둘러싸여 있을 때, 40년째 같은 자리에서 노점을 하는 노인이 와이키키 해변이란 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할 때, 공부가 어려워질 테니까 중학생이 되기 싫다는 초등학생이 상금을 받으면 연신내에 가서 귀걸이를 사고 싶다며 자신이 아는 가장 멋진 번화가의 이름을 댈 때, 불과 몇 분의 시간 동안 정들어버린 그들이 꼭 퀴즈를 맞히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러니 연습실에서 먹고 자며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하는 전남 여수 출신 가수 지망생 청년이 정답 ‘서유기’를 ‘신서유기’라고 말하는 바람에 앰프(증폭기) 사서 공연하겠다던 꿈이 날아가는 순간, 어찌 그와 함께 진심으로 탄식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타인의 행운이 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는 데는 ‘퀴즈’라는 목표에 집착하지 않고, 타인의 사적인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하지 않고, 저녁 6시가 되면 촬영을 종료하는 <유 퀴즈>의 방식이나 태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촬영을 마친 뒤 떠난 출연자들의 후일담을 짤막하게 전하고, 정답을 맞히지 못한 출연자에게 재미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선물해 분위기를 풀어주며, 준비된 선물이 잘 맞지 않는 연령대의 출연자에게는 쓸모 있을 만한 선물을 덤으로 챙겨주는 제작진의 꼼꼼한 배려도 인상적이다. 

내년 봄 꼭 다시 오기를 

가족의 소중함, 연인들의 행복, 친구와의 우정, 청춘의 꿈과 고민, 노인의 지혜, 노동의 신성함, 노포에 얽힌 추억,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 등 전통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는 면에서 <유 퀴즈>는 요즘 보기 드문 공익 예능이자 ‘진정한 보수’(라는 것이 실제 있다면)의 가치를 상당히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12부작으로 예정됐던 <유 퀴즈>는 곧 막을 내린다. 경쟁이 치열한 수요 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혹한기가 지난 뒤 내년 봄에는 다시 돌아오기를, 그때는 서울이 아닌 더 많은 지역에서 “유 퀴즈?”를 들을 수 있기를. 

최지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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