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방한의대생인데, 한의대와서 느낀 에피소드 몇가지 풀게.

그전에 한의학,한의대하면 눈깔뒤집히면서 거품무는 한까들은 그냥 뒤로가기눌러, 니네 지잡대생인거 아니까.
니네 한의대가 전국에 11개밖에 없는거 아냐? 한의전1개 포함해서 12개가 다야. 그런데 사람들이 착각하는게
지방한의대 다닌다고 하면 존나 없어보인다고 한다? 근데 ㅅㅂ 한의대는 경희대빼곤 나머지 10개가 다 지방소재야.
의대처럼 인서울 한의대가 널린게 아니라고.. 이점을 유념하고 내 얘기를 들어봐.

얼마전에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어서 거길 나갔어. 물론 다들 오랜만이라 안부를 물었지.
뭐.. 안부라고 해봐야 대학생들이 "너 어디대학다니냐?"이것밖에 더있겠냐. 근데 보통 사람들은
대학이름을 묻지 과를 묻지 않잖아. 그러다가 어디 명문대다닌다고 하면 그제서야 과를 물어봐. 왜?
사람들은 본래 남이 잘되는 꼴을 못봐. 그래서 명문대를 다닌다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과라도 병신이여라하고
바라는거지. 만약 지잡대를 다닌다고 하면 과도 안물어봐, 뻔하잖아..

내차례가 왔어, 그래서 난 "xx대 다녀"라고 했더니 분위기가 싸~해지는거야. 다들 표정 개썩어가지고
넌 그럴줄 알았다라는 식으로.. ㅅㅂ 역시 지잡대라고 하니깐 과조차도 안묻더라고.. 뭐 어쩌겠어
억울한 마음 달래고 자리에 앉아 한잔 마시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빡치는거야. 그렇다고 내 입으로
한의대 다닌다고 말하기엔 싸나이 가오가 있지...

동창중에 내가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어, 그래서 계산하는척 지갑을 꺼내 일부로 학생증을 걔앞으로
떨어뜨렸지.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존나 연기 못한 거 같은데 다들 속더라고. 그 여자애가 집어들고는
깜짝놀라서 다른애들한테도 말했어. 그랬더니 이 종간나들이 갑자기 눈빛이 달라져;;;;ㅎㄷㄷ
연고대 다닌다고 깝치던 새끼들이 말투도 한층 부드러워지고, 여자동창들은 갑자기 애교섞인 목소리로 날 대해주더라.
어떻게든 잘보일려고 나한테 술한잔 더 먹이고, 안주 한점 더 먹이는데.. 기분은 좋지만 좀 씁쓸하고
얄밉기까지 하더라. 집에 갈땐, 초딩때 나랑 별로 안친했던 여자애들도 애인있냐면서 번호따가더라.
와...

진짜... 왜 사람이 공부해야하고, 성공해야하는지 뼈속까지 느껴지더라.
아마 지방의치한의대생은 다 한번쯤은 이런경험 해봤을거야.
지잡대생 신분에서 지방의치한의대생이 되는 순간, 돌변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거지..
이런 점이 인서울 의치한과는 또 다른 매력이라고나 할까...

반응 좋으면 다음 에피소드도 풀어볼게. 너네가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봐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