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를 건설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국가적 낭패인데 이게 소햏의 고향을 지나간다니 제대로 낭패... 이명박은 물론이요, 이거 맨 처음 씨부린 주명건이라는 작자(세종호텔 공사비 빼돌려 기소당하고 부모님께도 고발당한 황당한 인간)도 문경을 한 번 제대로 답사해 봤는지 의문이오. (와 보긴 했겠지... 보고는 '역쉬나 파도 되겠군' 이러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했겠지.) 1. 터널의 출구 문제 일단 직선거리로 20km 가까이 되는 터널을 뚫어 배가 다니게 한다는 발상부터 대기권을 저 멀리 벗어난 것이지만 터널의 위치도 문제요.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와 문경시 문경읍 마원리(잣밭산)를 뚫는다는데 이 터널 바로 문경읍내 땅 밑을 지나가서 읍내 바로 코 앞에서 출구가 열리게 되오. 터널 위치는 지형 상 바꾸기도 쉽지 않고 두 지점 사이를 돌아서 뚫는 것도 말이 안 되니 1997년인가에 세종연구원에서 제시한 경로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소. 짤방으로 붙인 지도를 보시오. 직선으로 터널 위치를 그려 보았소. 거리표시 있는 곳이 문경쪽 출구로 예상되는 곳이오. 전성기에 비하면 확 쪼그라들었지만 그래도 수천 명이 사는 읍내 밑에 이런 매머드급 터널을 뚫는다는 것이 말이 되오? 게다가 탄광 폐광 되고 먹고 좀 살겠다고 온천 뚫은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이런 거 뚫리면 온천수는 어떻게 될지 누가 장담하오? 2. 운하에 흘릴 물은 어디에? 충주댐에서 물 퍼 올려 문경쪽으로 흘려서 충당... 이건 뭐... 청계천 물값 떼먹었듯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물값에 전기료가 만만치 않을 거요. 게다가 영강 따라서 갑문만 네 개(짤방 위에서부터 모곡(띠실), 불정, 우지 댐(또는 갑문), 퇴강은 더 아래라 안 나왔소)인데 이거 운영하려면 물 깨나 들어야 할 거요. 파나마 운하만 해도 가툰댐 지어서 어마어마한 호수 만들어 물길로 쓰고 저장된 물로 갑문 돌리는 걸로 알고 있소. 그러나... 지리시간에 배웠듯 낙동강 상류에 속한 문경은 남한에서 비 적게 내리는 걸로 꽤 위쪽이오. 요즘 같은 갈수기에 가 보면 거짓말 좀 보태서 청계천에 흘리는 물보다 조금 더 많소. 결국 해결책은 댐! 지을 곳은 소햏가 보기에는 두 군데 정도(문경읍 동쪽 일대, 영강 본류에 속하는 마성면, 가은읍 일대)요. 요새 인구도 많이 줄었겠다 제꺼덕 지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러면 우리 동네는 안개도시 되는 거요. 갑문에 갇혀 뜨뜻해진 물에, 댐에, 농사 참 잘 될 것 같소. 그리고 걱정거리 또 하나. 우리 동네도 나름대로 석회석지대요. 번듯한 동굴은 없지만 국내 최초의 시멘트 공장(지금은 가동중단)도 있고, 소규모 석회공장들이 산재해 있소. 게다가 은근히 폐광도 많아서 지금도 가은읍내는 폐광갱도가 지하에서 무너져 내리는 통에 지상에서도 땅이 움푹움푹 꺼지는 데가 있소. 시멘트공장이 있는 동네는 바로 옆이 영강인데도 우물파서 물맛 보기 쉽지 않았던 동네요. 즉... 지하에 빈공간이 많은 동네인데 댐이라... 사전에 지질조사 빡세게 해야 될 거요. 3. 천정천 파서 운하 만들기 이 문제는 낙동강 유역 전체에 해당되는 얘기지만 문경 쪽도 예외는 아니오. 운하로 휘까닥 바뀔 위기에 처한 영강... 이 물길도 꽤 긴 구간에서 개천 바닥이 바로 옆 논바닥 턱 밑까지 와 있소. 게다가 안타깝게도 모래보다는 자갈이 많은 하상이 적지 않아 골재채취해서 돈 충당하기도 쉽지 않을 거요. 결국 맨땅을 한참 파서 콘크리트로 싸발라 운하 만들고 갑문도 만들어야 하는데... 하기야 소백산맥 뚫어도 경제성 있다는데 이 정도 삽질이야 무슨 대수겠소. 4. 기타 도중에 물길이 180도 턴하는 데(진남교-불정역 구간)가 있는데 대형 바지선들이 거기를 어떻게 교행할지 참 기대되오. 바지선드리프트... 상상만 해도 스펙타클한데 나름 관광자원으로 삼는다면... T_T 중부내륙고속도로만 해도 두 군데 정도에서 영강을 가로질러 가는데 다리 뜯어 고치는 문제야 낙동강만 해도 여러 군데라고 밑에도 언급되었으니 패스요. 지방이 다들 그렇지만 문경도 돈이 안 돌아 미치고 팔짝 뛰고 있소. 탄광 잘 나갈 때 돈맛을 본 동네라 금단증상이 쬐끔 더 심하오. 그래서 운하 파면 하다 못해 함바집 열어서 운하 파는 사람들한테 밥 장사라도 할 수 있다는 사람들마저 있는 모양이오. 정말 안구에 메가쓰나미가 밀어닥치는데 방법이 없소. 문경이 온통 워터월드 되고도 정작 떨어질 것은 거의 없는데 사람들이 뭔가 큰 건이다라는 데 막연한 기대만 걸고 있소. 그나마 관광으로 먹고 살려고 방향을 잡았는데 경부운하 파 버리면 경치 다 버리고, 날씨 구려지는데 관광객들한테 바지선 지나가는 사이로 유람선 띄워서 콘크리트옹벽 구경이나 하다 가라고 해야 할 판인데... 이런 부분이 얼마나 이야기되고 있는지... 경부운하 찬성하시는 분들은 터널 뚫리고 시멘트 물길에 갑문 짓는다는 우리 동네 좀 제발 견학해 주시길 바라오. 그리고, 남한강 쪽에서 배를 끌어올릴 송계계곡쪽도 강추요. 거긴 정말 유역이랄 것도 없는 계곡인데 어디서 물을 퍼다 배를 띄울지 불가사의요. 근데 덜컥 운하갤을 만든 유식대장도 경부운하 팬인 건 확실한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