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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찜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 크랩 케이크 만들기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20 13:34:06
조회 9734 추천 141 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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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제철음식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를 떠올릴 수 있지만, 미국에선 바닷가에 놀러가면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꽃게찜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해변에서 시원한 맥주캔을 한 손에 들었다면, 다른 한 손에는 고기 집게를 들고 바베큐를 하거나 게딱지를 들고 게살을 파먹거나 둘 중의 하나지요.

얼마 전 휴가삼아 놀러갔던 바닷가에서 꽃게찜을 엄청나게 먹고 왔는데도 그 맛이 종종 떠오르곤 했는데, 마침 생선가게에서 싱싱한 블루 크랩을 팔기에 입맛을 다시며 여섯 마리 구입했습니다.

싱싱한 게일수록 요리에 비협조적인지라 일단 얼음물에 십여분 정도 넣어서 기절을 시킵니다.

기절한 게를 흐르는 물에 씻어가며 솔로 박박 문질러 닦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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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무쇠솥에 맥주를 두 캔 붓고 찜기를 펼쳐 놓습니다.

끓기 시작하면 게들이 깨기 전에 재빨리 쌓아놓고 뚜껑을 닫아줍니다.

원래는 꽃게찜에 빠지지 않는 "올드 베이" 양념도 뿌려주는 게 좋은데, 아이들하고 함께 먹으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략.

블루 크랩이 주로 잡히는 메릴랜드 주에서는 꽃게찜이라고 하면 거의 반드시 올드 베이 양념이 뿌려져서 나옵니다.

좀 덜 매운 라면스프 비슷한 느낌인데, 이 양념 가루에 범벅이 된 게를 손으로 까서 먹으면 술안주로 안성맞춤입니다.

실제로도 블루 크랩이 무진장 잡히던 과거에는 술집에서 손님들을 위한 무료 안주로 이 꽃게찜을 제공하곤 했습니다.

블루 크랩 가격은 저렴한데 비해 매콤짭짤한 안주 덕에 술 판매량은 급증했으니까요.

요즘엔 그렇게까지 저렴하지는 않은 까닭에 다 먹고 나면 손가락 빨아먹는 수밖에 없지만 뭐, 이것도 나름 예전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기는 합니다. 

학교 술자리에서 과자 부스러기 손가락으로 찍어먹으며 소주 마시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들 먹기에는 조금 맵고 짠데다가 양념 묻은 손으로 눈이라도 비비면 대참사가 벌어지는지라 눈물을 머금고 포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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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이나 회색을 띄던 껍질이 붉게 변하면 불을 끄고 한 김 식혀서 접시에 담습니다.

수북하게 쌓인 꽃게를 보니 푸짐한 것이 한 편으로는 흐뭇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막막합니다.

단단하고 뾰족뾰족한 게 껍데기와 사투를 벌여가며 해체를 하는 건 언제나 아빠들의 몫이니까요.

열심히 살을 발라놓으면 옆에서 새끼 제비마냥 삐약거리며 입을 벌리는지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통통한 게살을 상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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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곤(The Vogons)족들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아름다운 보석 껍질을 가진 보석게들을 모행성에서 들여오고, 숨이 막힐만큼 아름다운 나무들을 잘라내곤 한다.

그리곤 술에 취한 채 보석게를 가루가 될 때까지 쇠망치로 두들겨 박살낸 다음, 잘라낸 나무를 불태워 게를 요리하며 행복하게 밤을 지새우는 것이다."

- 더글라스 아담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중에서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게 껍질을 부수는데 망치를 쓴다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가위를 써서 게살을 발라내거나, 길다란 전용 포크를 이용해서 살을 발라먹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서양에서는 나무로 만든 조그만 망치로 껍질을 깬 후 속살을 발라먹는 경우가 많더군요.

나무 도마 위에 게다리를 놓고 망치로 탕탕 내려쳐서 탱탱한 게살이 가득한 것을 보면 왠지 재밌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도 듭니다. 마치 호두를 망치로 깨먹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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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찜 절반 정도는 그 자리에서 발라먹고, 남은 것들은 살만 발라낸 다음 다 모아서 크랩 케이크를 만들기로 합니다.

미국 와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요리도 많았는데, 크랩 케이크 역시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게살로 어떻게 케이크를 굽는다는건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이름만 케이크고 실제로는 게살과 다른 재료들을 섞어 굽거나 튀기는 요리더군요.

하긴, 떡(Rice cake)이나 어묵(Fish cake)에서도 알 수 있듯, 재료를 잘게 갈아서 만든 반죽 요리를 케이크라고 부르기도 하니 영 이상한 작명은 아닌 듯 합니다.


게살을 뭉쳐서 만든 요리는 옛날부터 많이 있었지만 크랩 케이크의 역사는 1930년 크로스비 게이지(Crosby Gaige)라는 사람이 자신의 요리책에 "볼티모어 크랩 케이크"라는 레시피를 선보이면서 시작됩니다.

그 뒤로 여러 지역에서 크랩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지역에 따라 그 요리법에도 차이를 보입니다.

볼티모어 북쪽에서는 크림소스를 이용해서 반죽을 하는 반면, 동부해안에서는 양념한 게살에 달걀과 밀가루를 섞어 만들고, 내륙 지방에서는 마요네즈와 크래커 가루를 이용하는 식이지요.

오늘은 육지 촌놈들 레시피(Land lovers' recipe)라고도 불리는 내륙식 요리법을 활용합니다. 

발라낸 게살은 양이 너무 적어서 게맛살을 추가하고, 마요네즈와 디종 머스터드, 우스터 소스, 달걀, 크래커 가루를 넣어서 섞습니다.

가급적 크랩 케이크의 풍미를 해치지 않도록 게맛살 역시 생선이 아니라 진짜 게살을 이용해서 만든 제품을 사용합니다.

크래커 가루는 크래커를 지퍼백에 넣어서 밀봉한 후 밀대로 밀어주면 금방 만들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파슬리와 소금을 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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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은 먹기 좋은 양만큼 나누고 둥글게 모양을 잡은 후 빵가루에 한 번 굴려서 냉장고에서 한 시간 정도 숙성시킵니다.

크랩 케이크의 레시피가 다양한 만큼, 그 모양 역시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조그만 크로켓 모양에서부터 통통한 형태, 햄버거에 넣어먹기 좋은 패티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네모바지 스펀지밥"의 명물인 게살버거 역시 크랩 케이크를 이용해서 만드는 햄버거지요. 플랭크톤 사장이 그토록 찾아헤매던 레시피가 여기 있네요.

숙성이 끝난 반죽은 팬에 버터나 기름을 둘러서 구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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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를 잘게 썰어서 깔고 그 위에 크랩 케이크를 얹은 후 레몬 조각을 곁들이면 완성입니다.

타르타르 소스와 함께 먹어도 좋지만, 오늘 만든 크랩 케이크는 블루 크랩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절반은 레몬즙만 뿌려먹고, 나머지 절반은 우스터 소스를 살짝 쳐서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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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바삭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한, 맛있는 크랩 케이크입니다. 

생선과는 또 다른 느낌의 갑각류 맛인지라 먹다보면 왠지 한국에 있을 때 햄버거 가게에서 먹던 새우 버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굉장히 맛이 있기는 한데 게살 발라내는 게 워낙 힘들어서 자주 해먹기는 어려운 요리이기도 하지요.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도 나오는 마당에 왜 게살 발라주는 기계는 없는지 불만입니다.

그런 기계만 있다면 갓 쪄낸 블루 크랩을 몽땅 집어넣고 게살 왕창 발라내서 크랩 케이크를 쌓아놓고 먹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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