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아니메쥬 7월호 \'스기이 기사부로의 애니와 함께 마시는 차\' 칼럼

기술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번에 다룰 작품은 \'장금이의 꿈\'이다. 나는 스태프 롤이 올라갈 때까지 \'한국에서 유명해진 소재를 일본의 스태프가 만들었겠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메인 스태프는 전부 한국 분들이었고, 일본인 스태프는 애니메이션 감수로 한 명 들어가 있는 것 뿐. \'드디어 올게 왔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일본과 한국 사이의 애니메이션을 통한 교류는 오래되었다. 현재의 제작 체제는 거의 일본 반, 한국 반이라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이거다!\'라는 느낌을 주는 한국산 TV 애니메이션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시대가 길었다. 물론 지금까지 한국산 애니메이션도 많이 나왔고, 나도 그 중 몇 편을 봤지만 솔직히 모두 그저 그랬다(쓴웃음).

지금까지 한국산 TV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은 각본과 연출, 특히 연출이 약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기술적, 표면적인 부분에서만 일본 TV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TV 애니메이션의 기법은 \'철완 아톰\' 이래 여러 가지로 변화하면서 독자적으로 성숙해왔다. 일본인은 어릴 때부터 거기에 익숙해져 있고, 제작자도 선배들이 해온 것을 자연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외국인이 새삼스럽게 \'익히자\'라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들이 보기에는 아무래도 초보자 같은 인상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장금\'에서는 그런 인상을 받지 않았다. 충분히 프로다웠다. 무엇이 다른가 하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흉내를 낸 것이 아니라 \'장금이의 꿈\'이라는 TV 애니메이션을 창조하고 있다는 정신자세가 느껴진 것이다.

보고 있으면 우선 섬세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 눈에 띈다. 장금이라는 소녀를 귀엽게 그린다던가, 주변 인물들의 반응에 디테일을 넣는다던가, 최대한 예쁘게 움직이게 하겠다던가 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이라고 하는 자체에 애정을 가지고 만들고 있다는 자세가 느껴졌다.

물론, 일본 TV 애니메이션의 평균과 비교해보면 아직도 기본적인 연출 기법에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된다. 캐릭터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만들려는 것이 보여서 \'아쉽군\'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약점이 있다. 애니메이션 기술적으로도 조금만 더... 라는 느낌이 있었다(웃음). 하지만 \'장금\'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사소한 문제다. 작품 전체적으로 \'창조하고 있다\'라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런 소박한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게 보여서 다른 결점은 거의 신경쓰이지 않았다.

최근, 일본 TV 애니메이션에는 이상한 경향이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드는 사람이 즐기고 있는 부분이 점점 마니악해진다고나 할까, 스태프의 장난이라던가, 섬세한 테크닉이라던가, 힘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들이 너무 \'작게\' 느껴진다. 그 점에서 \'장금\'은 기술적으로는 발전도상이지만 훨씬 많은 것이 느껴진다. 자신들의 재주를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누구를 위해 만들고 있는지의 의식에 대한 문제다. \'장금\'에서는 장금이라는 소녀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오락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제대로 전해지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일본의 TV 애니메이션은 기술적으로 수준이 너무 높아져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4월에 시작한 신작을 몇 편 보기는 했는데, 모두들 기술은 뛰어나다. 하지만 너무 꼬아버린 인상이 있을 뿐 소박한 재미는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잔재주의 경쟁이 갈데까지 가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점에서 \'장금\'은 어쩌면 스태프 자체가 신선한 기분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역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로봇물이든, 개그물이든, 미소녀물이든 마찬가지다. \'장금\'에서는 지금까지의 한국 애니메이션에서는 보지 못했던, 그런 \'마음\'을 느꼈다.


*스기이 기사부로 : \'철완 아톰\'을 비롯한 일본 애니메이션 창세기부터 현재까지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가하고 있는 일본의 최고참 애니메이터 중 한 명. 주요 감독작으로는 \'오공의 대모험\', \'터치\', \'은하철도의 밤\', \'폭풍우 치는 밤에\' 등


출처 백금기사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