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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Yisabel - My Eden (Inst.) * 조선짤 장인 붉은꽃횽 짤이 사용됩니돠~ 'ㅁ'*
열공하느라 바쁠 꽃횽에게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보내며 +_+
제24장. 나비의 사랑.
Written by. 홍라온
지금 현재를 즐기되, 가능하면 깊이 빠지지 않으려고 했다.
언젠가는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테니까. 마치 잠시 여행을 즐기다 돌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지내고자 했던 박하였다.
워낙 바쁘게 살기도 했지만, 워낙에 이성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동성을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마음에 품게 된 사람이 먼 과거의 남자. 기적처럼 만났지만, 사실은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인연.
얄궂다고 생각했다. 운명이란 것이 참 잔인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나, 이렇게라도 만난 기적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순간순간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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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반을 꾀하던 홍만필과 그의 아들 홍낙현, 그리고 무창군은 참수형에 처해졌다. 전 세자빈 화용은 세자빈의 이름에서 폐하며, 정경부인과 함께 귀향을 보냈다. 가족을 생각하던 부용의 마음과 박하를 배려하여 취해진 조치였다.
또한 이번 사건에 연루된 모든 자들에게는 마땅한 벌이 내려져 한동안은 피바람이 몰아쳤고, 그 가운데 박하는 조용히 침묵했다. 과거에서 만난 가족 아닌 가족들의 일이었으나, 죗값은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박하의 손을 잡고 잠시만 눈을 감고 귀를 닫으라는 이각의 말에 그러겠노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던 이각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힌 것을 보며 박하는 마음을 다잡았다. 모든 사건을 마무리하는 이각의 마음 또한 편치 못할 것임을 알기에, 마주잡은 손에 힘을 주며 서로에게 응원을 보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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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빈’으로서의 모든 것에서 한 발 물러선 듯 한 모습을 보이던 박하였다. 가능한 한 이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것처럼, 궁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조용히 흘러가도록 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마무리되면서, 박하는 ‘세자빈’으로서의 모습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차기 국모로서 모든 내명부의 수장이 되기 위한 준비단계와도 같은 동궁의 내명부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고, 궁 안의 일들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잠시 머물다 떠나는 나그네가 아니라, 왕세자 이각의 부인인 세자빈이라는 자리가 바로 자신의 자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곳이 자신의 자리가 된 이상, 지금까지처럼 지낼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문득문득 미국의 가족들 얼굴이, 친구들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들과 다른 시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택하였으나, 그렇다고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법 평화로운 시간들이 이어졌다.
박하와 이각이 풀어야 했던 사건도 마무리가 되었고, 박하와 이각 당사자들의 관계도 안정되어 있는 상황.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는 말이 정말인지, 이각의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한 것이 어느 새 가족들과 친구들의 얼굴이 그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주상전하의 병세가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왕세자인 이각이 아바마마를 대신하여 앞에 나서는 일이 잦아져서 더욱 그러했다. 바빠진 만큼 이각의 얼굴을 보기 힘들어진 지금 가족들과 친구들 생각이 더욱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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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소리 하지 마.”
“……칫, 위로 좀 해주면 어디 덧나나.”
더 이상 궁녀가 아닌 세자빈의 동생인 ‘박인성’으로 돌아간 소랑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박하는 입을 삐죽이며 부루퉁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약하게 한숨을 내쉬던 소랑, 아니 인성은 이내 희미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와 세자 전하를 보면서 기껏 나도 생각이 바뀌고 있으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운명의 벽을 뛰어넘는 두 사람을 보면서, 누군가에게 연모의 감정을 품는다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사랑이라는 감정에 냉소적이던 그였다. 그리고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박하에게 털어놓은 그의 속이야기들을 들으며, 더욱 안타까웠다. 그랬던 인성이 마치 자신을 옭아매던 사슬에서 벗어난 듯 후련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내가 부럽다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행복해져. 무려 30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연인이잖아, 두 사람.”
“…….”
그러니까 이건 인성 나름의 응원이었다.
묘한 표정을 짓는 박하를 보며 인성은 그 나이에 걸 맞는 개구진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었다.
“다시는 왕가와 인연을 맺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사랑하는 누님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왕실을 위해 출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
눈이 휘둥그레지는 박하를 보며 인성은 씨익 웃었다.
“왕세자 부부의 금슬이 원앙 저리가라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그……!”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지는 박하를 보며 인성은 풋, 웃음을 터트렸다. 부부의 연을 맺고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이쪽으로는 숙맥이 따로 없었다.
웃음을 터트리는 인성을 잠시 흘겨보던 박하의 표정은 이내 부드럽게 바뀌었다. 왕실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사양하겠다던 소년이 농담이 섞인 말이라도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스러웠다. 흐뭇한 얼굴로 인성을 바라보던 박하가 입을 열었다.
“그럼 약속하는 거다?”
“……?”
“내 아이들이 태어나면, 그 아이들을 위해 일해주기로.”
“…….”
박하와 인성의 시선이 부딪쳤다. 그리고 시선을 먼저 피한 것은 인성이었다.
“그렇게 할게.”
“마음에 들어오는 처자가 있으면 망설이지 않는 거고.”
“…….”
대답 대신 인성은 박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던 눈동자로 한동안 박하를 바라보던 인성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내 아이의 아이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또 아이를 낳고 아이를 낳다 보면 먼 미래에 ‘박하’라는 이름의 말괄량이지만 착하고 예쁜 여자 아이가 태어난다니 노력해보지.”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 인성의 말을 들으면서, 박하는 순간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뭐?”
“마마, 세자 저하께서 발걸음을 하신 모양이니,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박하가 인성이 남긴 말을 이해하기 전에 그렇게 인사를 하며 물러났다. 멍한 얼굴이던 박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인성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을 때는, 이미 바통 터치라도 하는 것처럼 인성 대신 이각이 서있었다.
“왜 그런 얼굴인 것이냐?”
놀라운 사실에 심장이 두근거리던 박하는 이각의 목소리에 퍼뜩 자리에서 일어나 이각을 맞이하였다.
“저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한창 바쁠 시간이잖아.”
“……내 힘들게 시간을 내어 왔거늘, 어째 와서는 안된다는 듯 한 반응이구나.”
얼떨떨한 얼굴이던 박하는 급히 정신을 차리며 이각에게 물었고, 그 반응에 이각은 뚱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 반응에 눈을 깜빡거리던 박하는 피식 웃더니 생글거리며 이각에게 다가갔다.
“에이, 우리 이각씨 봐서 나야 당연히 좋지.”
“크흠.”
그런 박하의 모습에 그제야 얼굴이 부드러워지는 이각이었다. 그러나 숨길 수 없는 피로감이 보이는 얼굴을 바라보던 박하의 얼굴이 흐려졌다.
“나 보러 오겠다고 무리했구나?”
“아니다. 그저 내 능력이 출중하여 일이 척척 처리가 되었을 뿐이다.”
“…….”
눈을 가늘게 뜨는 박하를 보며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드는 이각이었다. 그 모습에 결국 웃음을 터트린 박하는 어둔 표정을 지우고 이각의 손을 잡았다.
“나는 일 농땡이 치는 사람은 싫어.”
“……아니다. 난 내 할 일은 다 했다. 왜 날 의심하는 것이냐!”
억울하다는 듯 외치는 이각의 목소리를 들으며 박하는 화사하게 웃었다.
“중간에 빠져나왔다 최내관 아저씨에게 끌려가듯 돌아갔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그건……. 하지만 이번엔 정말 아니다. 정말 할 일을 마치고 온 것이다.”
“그럼 그 만큼 평소보다 무리했겠네? 앞으로 조선을 다스려야 할 사람이 자신의 몸을 잘 챙겨야지 자꾸 그렇게 무리하면 되겠어, 안되겠어.”
짐짓 단호한 얼굴로 말하는 박하를 보며 이각은 피식 웃었다.
“몰랐느냐. 네가 내 건강의 원천이다. 네 얼굴을 보니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구나.”
“……치, 내 이름이 아무리 박하라고 해도 박.카.스는 아니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냐?”
괜히 쑥스러워진 박하가 중얼거린 말에 이각은 고개를 갸웃했고, 박하는 어째 내뱉고 보니 스스로 민망한 기분에 헛기침을 하며 아무 것도 아니라고 얼버무렸다. 그리고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급하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야?”
“박하 너와 함께 산책을 가고 싶었다. 꽃이 화사하니 만개하였다. 함께 보러가자꾸나.”
이각의 제안에 박하는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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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의 말대로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화창한 하늘 아래 꽃들 사이를 거닐자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에 박하의 얼굴도 활짝 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각의 얼굴에도 미소가 감돌았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박하가 이각에게 말했다.
“나 해보고 싶은 것 있었는데.”
“무엇이냐. 말해 보거라.”
“음, 음, 일단 기왕 데이트인데 저 긴 줄은 필요 없지 않아?”
두 사람에게 따라붙은 행렬을 바라보며 말하는 박하를 바라보던 이각은 그들에게 이곳에 대기하라고 명했다.
그리고 나 잘했냐는 듯 박하를 바라보는 이각을 마주하며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고,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박하는 씨익 웃더니 이각의 팔에 찰싹 달라붙었고, 눈이 동그래진 이각을 올려다보며 박하는 생글거렸다.
“팔짱끼고 데이트하는 것, 해보고 싶었거든.”
그런 박하의 말에 이각도 환하게 웃었다.
“히힛, 좋다. 꽃도 예쁘고, 내 님도 바로 곁에 있고.”
“나도 좋구나. 네가 웃는 것을 보니.”
천천히 걷기 시작하면서 박하는 자태를 뽐내는 꽃들을 둘러보며 연신 환하게 웃었고, 이각은 정말로 모든 피로가 풀리는 느낌을 받으며 미소 지었다.
“내가 이곳에 남은 것을 후회할까봐 불안했어?”
“…….”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흠칫하는 움직임만으로 이미 대답을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미국에 계신 부모님도 친구도 그리워. 하지만 이각씨와 함께 하는 이 시간들과는 바꿀 수 없어. 그러니까 후회는 안 해.”
“…….”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그것은 서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었기에, 굳이 그 침묵을 깨려고 하지 않았다.
“부용이와 함께 걷던 길이다.”
“……?”
“언제나 내 뒤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따라오곤 했지.”
“…….”
“좀 더 자주 뒤를 돌아볼걸,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위의 꽃들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내 등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을 그 아이가 떠올라 너와 함께 나란히 걷고 싶었다.”
“……그랬구나.”
박하는 다시 한 번 주위를 세심히 돌아본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나오는 아름다운 곳을 사랑하는 사람과 거니는 호사에 다시 한 번 감사하면서.
“못해준 것이 많아 이번에는 많은 것을 해주고 싶은데, 여의치가 않다. 어째 널 외롭게 하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그걸 만회하고 싶기도 했다. 마음 같아서야 널 혼자 두고 싶지 않지만, 그리 할 수는 없는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이런 것뿐이라 미안하구나.”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말하는 이각의 목소리를 들으며, 또한 애정이 담긴 이각의 시선을 마주하며 박하는 쿡쿡 웃으며 이각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왜? 이 정도면 조선 최고의 로맨티스트로 인정해줄만 한데.”
“로…… 그건 좋은 의미냐?”
“응, 칭찬이야.”
“마음에 들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겠느냐?”
“응, 완전 좋아.”
키득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박하를 힐끗 바라보던 이각은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박하를 마주봤다. 그리고는 무슨 일인가 싶어 바라보는 박하를 바라보며 말하는 것이다.
“마음에 들었다면 상을 주거라.”
고개를 숙여 박하에게 기울이고는, 손으로 입술을 가리키며 웃는다. 그 모습에 허참, 하며 웃던 박하도 주위를 둘러보며 보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까치발을 들어 이각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꽃향기를 싣고 날아와 두 사람을 감싸주었다.
* 즐겁게 감상해주셨다면 흔적을 남겨주는 센스 발휘 필수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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