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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1 이야기

xwing 2005.11.29 01:25:00
조회 2394 추천 0 댓글 37




P-51.. 솔직히 공중전에서 특출나게 대단한 전투기는 아닙니다. 기관총 MG.50 4정~6정은 당시 기준으로 평범한 수준이었고, 미국의 고질적인 20mm 기관포의 문제로 (고고도에서 얼어 붙거나 하여 자주 고장이 남. 이 탓에 20mm 기관포를 장착한 일부 F4U-C는 MG50을 장착한 F4U-D의 고고도 엄호 아래 중 저고도로 비행했어야 할 정도 - -;) 좀 더 파괴적인 20mm 기관포 는 장착하지 못했지요. 물론 미군 조종사들이 기본적으로 장탄수 많은 쪽을 더 좋아한 면도 있지만. 엔진은 스핏파이어의 명물 엔진인 멀린인데, 무게는 스핏파이어 보다 훨씬 무거운 기체였으니-미국에선 그나마 작은축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사실 마력대 중량비도 좋은 편은 못되었습니다. 가속력, 상승력, 지속선회력등도 별로였지요. 또 P-47보다는 선회력이 좋다곤 해도 스핀에 잘 빠지는 기종이여서 급격한 기동은 무리였고, 한 번 스핀 에 빠지면 만 피트의 회복고도가 필요 할 정도로 스핀 회복 특성도 안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전투기가 P-47을 물리치고 미육항대의 주력 전투기 자리를 꿰찬 것은 세 가지 특성, 더 다루기 쉬웠고, 더 빨랐으며 더 항속거리가 길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P-51의 가장 큰 성공이유는 저 항속거리탓이었습니다. P-47, P-38이 항속거리 부족으로 미육항대의 폭격기 호위임무에 어려움을 겪었었고, B-17과 B-24는 영국군이 "무슨 포장마차에서 인디언을 상대하려고 총구를 내놓은 것 같다"라 표현한 것 마냥, 사방에 기관총으로 도배를 하여 자기 자신을 지키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덕에 한 B-24 자료에는 "B-24는 최고의 요격기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였지요. (B- 24의 방어총좌로 적기를 요격한 숫자가 많다는 의미-사실은 한 동안 호위기가 없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지 요.) 그러다가 혜성 처럼 나타난 P-51... 원래 허리케인이나 P-40 같은 2선급 전투기로 개발되었고, 미육항대 에겐 지상공격기로 사용되려던 전투기였지만 엔진을 멀린으로 바꾸자 멀린이 마법을 부리듯 700 km/h가 넘는 속도로 비행함으로써 단번에 1선급 전투기가 되었습니다. P-51의 장거리 비행능력의 키 포인트는 사실 많은 연료탑재량이었습니다. 엔진이 스핏파이어와 같다는 것은 결국 스핏파이어와 엔진 연비(정확히는 비마력당 연료 소모율)가 같다는 의미인데, P-51만 유별나 게 항속거리가 길 이유는 없었지요. P-51은 다른 항공기 처럼 주익에 연료를 탑재하였으나 그 외에도 조종석 뒤 쪽 동체 후방에 별도의 연료 탱크가 더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외부 연료탱크까지 탑재하면 독일 본토를 폭격하는 폭격기를 호위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이 동체 내부의 추가적인 연료탱크는 무게중심면에서 안좋은 위치에 있었으며, 공중전 기동을 어렵 게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외부연료탱크의 연료를 다 소모한 다음 이를 투기하고 내부연 료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P-51 조종사들은 동체 후방의 연료탱크를 최우선적으로 소모시켜 버렸습니다. (참고로 MIG-21은 반대로 연료가 30% 정도 남은 시점에서는 무게중심이 안 맞게 되어 공중전이 불가능 했고, 가뜩이나 행동반경이 작은데 이 문제로 전투 지속시간은 더 짧게 되었습니다.) P-51의 또 다른 장거리 및 고속 비행능력의 비결은 층류익이라는 날개의 채용입니다. 공기의 흐름은 그 흐름이 매우 매끄러운 층류와, 어지러이 흐트러진 난류가 있습니다. 항공기 주변의 공기 흐름이 층류일 수록 공기저항은 일반적으로 더 적어지는데, P-51의 날개단면 형상 (에어포일)은 날개위의 흐름을 가능 한 층류로 유지시켜주어 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층류익 형상의 에어포일은 사용기종에 따라 특성에 맞게 적절히 형상이 변경되어 현재의 각종 여객기, 전투기의 날개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층류익은 비교적 실속을 잘 일으키는 형상이므로 무조건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었습니다. 층류 는 고요한 흐름인 반면 그 흐름이 잘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이런 실속이 상대적으로 잘 일어나는 단점이 있는데, 아마 P-51이 스핀에 잘 걸리는 이유중 하나가 이 층류익의 채용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 현대 전투기들은 여러가지 방편으로 실속이나 스핀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단점이 있지만 어쨌거나 층류익은 공기저항을 줄이는데 일조 하였고, 이것은 고속비행과 장거리 비행 능력을 갖추는데 한 가지 이유가 되었습니다. 또 한가지의 P-51의 고속비행능력의 비결은 적절한 공기흡입구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기 흡입구는 날개 하면, 즉 항공기의 가운데 정도에 위치하였습니다. (참고로 이 공기흡입구는 수냉식 엔진 항공기의 라디에이터 냉각을 위한 공기흡입구입니다.) 그런데 전쟁중반 무렵 몇 몇 항공기 설계자들은, 이 라디에이터용 공기흡입구가 동체 더 뒤쪽에 위치하는 편이 오히려 공기저항을 줄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일본의 KI-61 히엔, 이탈리아이 MC.202, 그리고 P-51 이 이런 사상을 채용한 전투기들이었지요. P-51은 여기에 한 가지 더 "술수"를 부렷는데, 바로 라디에이터를 냉각시키고 남은 뜨거운 공기의 이용이 었습니다. 제트엔진의 기본원리는 연료와 함께 폭발하여 발생한 고압의 가스를 노즐을 통해 후방으로 내뿜으로써 추진력을 얻는 것입니다. P-51의 라디에이터 내부는 마치  이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으며, 단지 연료를 폭발시킨 가스가 아니라 라디에이터에서 열을 빼앗아 온 고온의 가스를 후방 노즐로 내뿜는다는 것이 달 랐습니다. 이를 위한 공간 덕에 P-51의 동체 후부는 조종사들이 "배가 통통한 송어 같다"라고 한것 처럼 불룩 튀어 나왔습니다. KI-61이나 MC.202도 혹시 비슷한 개념이 도입되지 않았을까 찾아 봤지만 그랬다 는 이야기는 아직 못 찾았습니다. 아마 형상을 봐도 이런 과정을 거치기엔 라디에이터 입구에서 출구 위 치가 너무 짧아 보입니다. 이것은 다른 항공기들이 필연적으로 겪던 항력 즉, 라디에이터가 존재함으로써 생기는 항력을 상쇄시킬 만 한 추력을 발생시켰고, P-51의 고속/장거리 비행능력의 또하나의 보탬이 되었습니다. 한편 P-51의 공기흡입구는 동체에서 일정 간격 떨어져 있는데, 이는 현대의 제트 전투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형상입니다. 이것은 동체 주변을 흐름으로써 교란된 공기(경계층)가 공기흡입구로 흡입 되는 것 을 막아주고, 더 신선한 공기가 공기흡입구로 들어 올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다만 이 틈새 부분은 항력 을 발생시키는 면도 있고, 특히 RCS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F/A-22 까지만 해도 이 틈새(경계층 분리기)가 있었으나 F-35는 공기흡입구 형상을 교모히 하여 이것이 없어도 제성능을 내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동체와 떨어진 공기흡입구는 P-51 설계 초기엔 다른 항공기들 처럼 흡입면적을 상황에 따라 조절하 여 (즉 가변형 공기흡입구) 저항을 줄였으나 최초의 멀린엔진탑재형 P-51인 P-51B 부터는 흡입면적은 고정 된 공기흡입구가 채용되었습니다. 다른 전투기들은 주로 날개 하면에 라디에이터가 달려 있어서 날개 하면을 타고 온 공기는 비교적 교란된 정도 (경계층의 두께)가 적었겠지만, P-51은 동체 중앙에 라디에이터가 달려 있었으므로 기수부분 부터 교란되어온 공기가 비교적 많이 동체와 접하며 와서 교란된 정도가 심하였기에 이런 동체와 일정 간격 떨 어진 공기흡입구를 사용하게 되었을 겁니다. P-51은 상승력, 가속력, 선회력 면에서 특출날게 없는 전투기였지만 이렇게 여러가지 설계를 통해 미육항 대가 원하던 성능 "1. 항속거리가 길고 2. 빠를 것"을 충족시켰습니다. 게다가 엔진 토크가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P-47 보다 다루기도 쉬웠다 합니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성능을 충족시키는 전투기였다고 할까요. 덕분에 P-51은 다른 전투기들이 다 스크랩처리되는 와중에도 전후 까지 살아 남아, 제트시대에도 노익장 (이라고 해 봤자 10년도 채 안된 셈이지만)을 과시하며 한국전때도 날아다님으로써 우리와도 인연을 맺게 됩니다. 짤방 1 : P-51과 다른 전투기들의 항속거리 비교도 (출처 : 고공출격) 짤방 2 : P-51의 라디에이터 개략도 Ps. 미국은 수냉식 엔진을 장착한 전투기중 성공했다고 할 만한건 P-38 밖에 없군요. 그나마 이것도 고고도 성능 부족으로 유럽전선에선 찬물 먹었지만.. PS2. 역사의 아이러니. 고고도 호위 전투기로 만들어 놓은 P-47은 지상공격에서 더 활약하고, 지상공격기 로 만들어 놓은 P-51은 고고도 호위 전투기로 대 활약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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