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창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네이비필드라는 게임에서 사기로 통하던 무기가 있었죠.
다름아닌 일본군의 '산소어뢰' 였습니다.
항적이 잘 보이지도 않고 빠르고 항주거리도 길어서 일본수뢰병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럼 그게 진짜 게임에서만큼 사기스러운 물건이었을까요?
일본해군은 다른 열강 해군에 비해 특히나 어뢰를 중요시하고 있었습니다.
미해군이 인디애나폴리스, 포틀랜드 이후의 중순양함에는 더 이상 어뢰를 탑재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죠.
청일, 러일 전쟁 까지만 해도 일본해군은 영국으로부터 어뢰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만...
두 차례의 전쟁, 특히 러일전쟁에서 어뢰로 큰 재미를 본 일본해군은 국산화를 추진하고 1911년 (메이지 44년)에 직경 45센치의 44식 어뢰를 최초로 완성하게 됩니다.
개발은 계속되어 다른 열강의 어뢰가 533mm까지 개발되었지만 '61센치(8식) 어뢰'가 개발되는걸 보면 일본해군이 얼마나 어뢰에 집착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겠죠.
작약량은 6식 533mm가 205 kg인 반면에, 8식 610mm는 345 kg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그 후 90식을 개발한데 이어, 어뢰의 추진을 위한 산화제에 압축산소를 사용한 세계 최초의 산소 어뢰, '61cm 93식 산소어뢰' 가 1935년에 채용되게 됩니다.
사실 압축산소 추진 어뢰는 미국과 영국 뿐 아니라 독일까지 연구를 계속하지만 이 산소 어뢰의 개발은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압축산소를 이용한 개발이 매우 위험한 과정이었고 이것이 다른 열강은 포기하게 된 주 이유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럼 여기서 두 가지 의문점을 살펴봅시다.
진짜로 산소어뢰의 항적은 게임에서 처럼 보이지 않는 것일까?
자 여기서 고교시절 배웠던 화학시간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공기 성분의 약 79%는 질소...라는 사실은 기억하시죠?
기존의 어뢰는 이 질소가 분출되면서 항적이 뚜렷이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100% 농축산소의 경우 가솔린이나 석유와 결합 연소되면서 탄산가스(CO²)와 물(H²O)이 배출되는데 물이야 당근 안보이겠고, 탄산가스도 물에 잘 녹는 수용성으로 항적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게다가 탑재한 산화제의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정거리, 속도 모두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죠.
그럼 어떻게 일본만이 산소 어뢰의 개발에 성공했는가?
또 일빠니 조작이니 증거를 대라니 화살이 날아올까 이것도 집고 넘어갑시다.
산소어뢰의 개발에는 시즈오 대위라는 유능한 기술장교의 공이 컸다고 하는데, 그의 지도 아래 많은 연구팀이 희생되면서 개발을 지속하였다고 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산소의 발화성때문에 개발과정의 위험성이 매우 컸다고 합니다.)
이 발화시 위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 많은 사고와 시행 착오의 끝에 저수준의 압축공기를 사용하면서 산소의 농도를 서서히 올리는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하는군요.
(지나가다. 님의 도움말씀에 의하면 고농도의 산소일수록 안정화되었다고 하고 이걸 일본 기술진이 발견했다고 하네요.)
하여간 1933년 산소 어뢰의 시제품이 완성되었고, 정식명칭 '61센치 93식 산소어뢰'로 1935년 제식 채용되었습니다. (쇼와 8년 즉, 황기 2593년이기 때문이죠.)
그 성능은 다른나라의 어뢰를 압도하고 있었는데, 작약량은 500 kg 속도 36노트 사정거리는 40,000m로
특히 긴 사정거리는 일본해군의 기본전술인 아웃레인지에 딱 들어맞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구축함과 고속어뢰정조차도 대양에서 순양함과 전함을 상대로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고 당연히 비밀병기로 다루어져 (연합군)의 승전까지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는군요.
비밀유지는 매우 심해서 1941년에 독일이 일본 어뢰가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40여기를 수입했지만, 이때도 역시 추진체가 산소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추진체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소수의 지휘관을 제외하고는 산소추진체라는 사실도 몰랐고 산소어뢰라고 부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실전에서 성과는 대표적으로 스라바야해 해전 (1942년 2월 27~28일 중순 1, 경순 2, 구축함 5척격침),
1차 솔로몬 해전(42년 8월 8~9일 중순 4척 격침), 룬가해 해전(42년 11월 30일~12월 1일 중순 1척 격침 4척 대파) 등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특히 룬가해전의 경우 미국 태평양 함대사령부는 잠수함의 뇌격으로 보고할만큼 산소어뢰의 긴 항속거리와 보이지 않는 항적은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한 가지 더 잼있는 점은 궁극의 특공병기 회천이 이 93식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좋은 기술이긴 하지만 결국 궁극의 삽질로 이어진 아이러니군요.. ^^;
- 당시 각국의 주요 어뢰와 성능도표 (파괴력의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항속거리(m) 파괴력 속력(순항/고속, 단위: 노트)
미국 533mm Mk15 15,000 12,342 27/45
영국 622mm MkⅠ 18,300 11,000 30/35
독일 533mm G7aT1 14,000 7,533 30/44
일본 610mm 93식 1형 40,000 11,535 38/50
일본 610mm 93식 3형 30,000 18,361 38/50
뒤에서 본 93식 산소어뢰입니다. (왼쪽이고 오른쪽은 그걸 개조한 회천입니다. 유명한 물건이죠?)
93식 어뢰 3형의 꼬리 부분 기관부라는군요.
참고 사이트
http://www.mild-heart.com/
http://www52.tok2.com/home/BByamato/heisou.html
http://homepage3.nifty.com/tomp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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