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고려가 조선보다 요동 정벌에 유리한 점 쓴 놈인데 그 글은 그냥 요동정벌만 본 글이고 갠적으론 조선 시스템이 몇개 빼곤 고려보다 낫다고 여긴다. 사실 그보다 전에 쓴 고려중기 시나리오나 유익의 귀부 정도 빼면 고려도 그닥 쉽진 않을 듯 싶고.
1. 본관제와 부곡제
고려는 시작이 호족연립정권이다 보니 각 호족(향리)들 지배구역을 인정하고 백성들을 거기다 묶어놓는 정책을 시행했다. 한마디로 거주이전 금지. 부곡으로 대표되는 행정구역 차별때문에 바로 풀어버리기도 어려움. 아무래도 이런 시스템에서는 상공업(특히 도시) 발달이 어려움. 뭐 에도시대 일본이나 유럽같이 그런 시스템으로도 상공업 잘 발달시킨 사례가 있긴 하지만 확실히 단점.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들이 원하는 사이다 개혁책을 전국 곳곳에 뿌리기에 조선식 시스템이 더 좋다. 장점이 있다면 지방분권 경향이 세서 부곡 승격과 거주이전의 자유와 행정구역 크기 일원화, 의회제 도입 등을 적절히 시행하면 유럽식 지방자치로 넘어가기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역사에 선례가 없어 쉽지 않은데다 중앙집권화는 정도전이 갈아엎은게 아니라 무신정권 이후 사회혼란에 대처가 안돼서 점진적으로 감무가 파견된 것에서 비롯된 거라는걸 고려해야 할 듯.
+조선의 반역향과 유랑민 억제책(상공업 억제역할도 있음.)에 열불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이것들이 고려 부곡 강등제와 본관제의 유속으로 보임

2. 전시과
조선에선 초기 이후로 없었던 수조권 문제임. 군사력 증강과 행정 효율에 헉헉대는 사람도 있을텐데 그건 녹읍 부활시킨 통일신라가 어찌 됐는지 생각해보면 금방 논파됨. 그리고 전시과 제도 하에선 아무리 제대로 발전시켜도 농촌 경제가 앙시앵 레짐 엘랑스처럼 될 것으로 보임. (당시 폐지한다던 봉건제라는 놈이 사실 봉건제가 남았다기보단 봉건제 유속으로 귀족들이 수조권 받아먹은 거였으니.) 다만 요동 정복시에는 고려처럼 군인전을 이용한 개척이 도움이 될거라 생각함.

3. 신분제
조선 신분제는 나름 개혁안이라는걸 고려해야 함. 물론 그게 지배계층과 타협한 거라 한계가 굉장히 많았지만 그래도 음서 대폭 축소와 과거를 통한 나름 능력주의 신분제는 고려에 비하면 굉장한 진전. 그런 유연성이 상공업 발달에 독이 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