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주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현상에 대한 후기.


대선기간 때였어
머구 서문시장 야시장 거리인사 때였거든
혼자 가면 버벅댈까봐 일행도 준비했고
사인받을려고 정책공약집도 샀고

하... 근데 암만 생각해도 갤주 앞에만 서면
쭈글대고 암 말도 못 할 거 같은거다...
고민고민하던 나는
그래!! 차라리 메모지를 붙이자!
나샛기는 분명 버벅버벅대고 암말도 못한다ㅠ
라고 생각하고 사인받을 페이지에
간단한 메모를 써서 붙임
유승민 의원님이 대통령인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대충 이런 내용의 메모지를 붙임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밀리고 밀리다가
꽤 오래 줄선 끝에 드디어드디어 사인을 받게 됨
근데 이때부터 나의 본격 상등신 삽질쇼가 시작됨

경호원인지 당 관계자이신지 몰라도
겨우겨우 내차례가 됐는데
하필 나부터
\'지금부터 사인은 안되고 사진만 찍을게요!
시간땜에 안되요
지금부터 딱 15분 동안만 사진찍고 끝내겠습니다\'
라고 하는거야

완전 당황에 당황함ㅠ
그래서 나샛기 입에서 툭 튀어나온 말이
메모지를 갤주앞에 펼져 보여주며
그럼 요것만 읽어주세요 였음ㅠㅠ
나샛기ㅠ 이샛기ㅠㅠ
그때 야시장이라서 뭐 보기에는 어둑어둑했는데ㅠ
그걸 생각 못했음
그건 1차 당황에 불과했다
2차 당황이 찾아왔다
갤주가 그 메모를 보시려고
안경을 벗으시고 책을 멀리 펴보시며
별거 아닌 메모를 힘들게 봐주신것ㅠ
나 그때 머글에서 입덕한지 얼마 안 됐을 때라
갤주 가까운 거 보실 때 안경 벗으시는지 몰랐거든ㅠ

내 한마디로 시간은 더 가고
갤주와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민폐란 민폐는 있는대로 다 끼치고ㅠ
나샛기 속으로
야 이럴거면 차라리 그냥 바로 말하면 됐지
메모는 왜 보이냐 나 이샛기야
마구마구 자학하고 멘붕에 빠져있었음...

힘들게 메모읽은 갤주가
그래도 사인해 주시고ㅠ
사진도 찍어주셨어ㅠ

근데 그것보다도 더 마음에 걸렸던게...
메모보신 갤주 표정이 어두워보였다는 거.
나름 화이팅!!도 붙이고 응원 이라고 쓴 건데
메모를 보신 갤주한테
순간적으로 어두운 표정이 스쳤다고 느꼈거든..
집에 오면서 혹시 내가 잘못 본건가 싶어서
일행에게 슬쩍 물어봤는데
일행도 그렇게 느꼈다고 하더라고...
그게 젤 마음에 걸렸음
나샛기가 이유불문하고 무조건 잘못한게 맞다ㅠ

당장 들어주실수 없었던 소원이라 그러신건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나샛기가 괜한 짓을 한 거야ㅠ

후기란게 끝이 유쾌해야 하는데
이건 그렇지가 못해서 쓸까말까 망설였던.

하지만 다음 대선 때는
충분히 실현될 수 있는 응원이 되어 있을거야
그때 그메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