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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창약 9권 1장 (선행)

ㅇㅇ(39.115) 2023.12.03 12:09:33
조회 756 추천 7 댓글 2
														

제1장 스탠스를 정해라 Right_or_Wicked.



     1


의식은 있었지만 시야가 없었다.

미지근한 물 속에 떠 있는 듯한 감각에 가까웠다.

이윽고, 통증조차 없다는 사실을 자각이 따라잡았다.

가장 처음, 카미조 토우마의 의식을 자극한 것은 청각이었다.


『……, 부족한 ?   레나린……다시 밀리 추가……』


어딘가 남의 일처럼 카미조는 그 말을 들었다.

자기 몸에 무언가 주입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당연한 위기감에 실감을 못 느끼는 편이 더욱 절박한 건지도 모른다.

자신은 지금 어떻게 된 걸까?

멍하니, 그리고 작은 의문이 태어났을 때였다.

무언가 있었다.

그것은 통증이었다. 찌릿찌릿한 잡음이 일제히 가슴 한가운데로 쇄도했다.

감각이 폭발한다.

다시 말해 현실이 덮쳐왔다.


『카운터 쇼크!! 벌써 3번째야, 슬슬 눈 좀 떠라!!』


덜컹!! 하고.

카미조 토우마의 가슴 한가운데로 격렬한 통증이 생겼고, 등뼈 전체가 활처럼 크게 휘었다.

(커……흑……?)

입을 크게 벌리고 닫지만, 만족스럽게 산소가 들어오지 않았다.

눈을 끔벅거리는 카미조의 안에서 다양한 빛깔의 색이 난무했고, 마침내 상을 맺는다. 천장이 부자연스러울 만큼 청결한 흰색과 소독약의 독특한 냄새가 단숨에 밀려들어왔다. 너무나도 많은 정보량에 위장이 완전히 뒤집어져 하마터면 카미조는 구토할 뻔했다.

플라스틱으로 된 딱딱한 마스크가 입과 코를 덮고 있었다.

마스크 안에서 토하면 본인에게 전부 돌아온다. 카미조 토우마는 호흡곤란에 빠질 뻔하면서도 혼신의 힘으로 구역질을 참는다.

눈꼬리에서 눈물이 떠오르지만, 거기서 카미조는 깨달았다.

……다시 말해 체면을 신경 쓸 여유가 생긴 걸까?

「……윽……」

단조로운 기계음이 들렸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다. 여러 소리가 둘러싸고 있었다.

단숨에 카미조 토우마의 의식이 각성한다.

큭!! 안나는!? 안나 슈프렝겔은 어떻게 됐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근처에 있던 사람 누구에게도 좋으니 달려들려고 했고, 거기서 급격하게 전신이 끌려갔다. 누가 제압한 것도 아니다. 점적주사나 수혈튜브, 심전도 전기코드 같은 다양한 선이 카미조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등이 다시 침대로 떨어진 순간 경고음이 연속한 것은, 몇몇 바늘이나 전극이 떨어졌기 때문일까.

이제야 따라온 전신의 통증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젊은 간호사가 황급히 달려왔고, 거기서 움직임이 뚝 멎었다. 떨어진 점적주사의 바늘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려고 했던 것 같은데, 창백한 얼굴로 이쪽을 본 채 양손의 손가락이 어설프게 공중에서 방황한다. 지금 몸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으나 의료 전문가라면 환자를 바라보면서 몹시 딱한 표정을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청 무섭잖아.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카미조는 눈썹을 찌푸렸다.

간호사? 의료 전문가???

『하여간. 거기선 보통, 이곳은 어디인지, 자신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런 질문부터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개구리 얼굴의 의사였다. 하지만 본인은 눈앞에 없다. 목소리는 스탠드라이트 같은 암으로 고정된 태블린 단말기에서 나왔다.

잠깐만.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매우 섬세한 심폐소생장치, 그걸 원격으로 했던 거야!?

『내 병원에 있을 때처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지만, 공교롭게도 손뗄 뜸이 없어서 말이야? 정말 신년이라는 경사스러운 시기에 급환이 너무 많아, 어쩌면 신년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그런 이유로 원격문진을 하겠는데 괜찮겠지?』

「……병원, 이었던 건가. 여기」

항상 가던 병원.

그렇다면 동쪽 끝에 있는 제12학구에서 중앙 부근인 제7학구까지 옮겨온 건가.

스스로 중얼거리고 카미조는 주위를 둘러본다. 『항상 있던』 병실이 아니라 투명한 벽으로 분리된 집중치료실 같았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그만큼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리라.

이미 위화감은 있었다.

속단할 수 없어? 그런 심각한 상태로 방치된 이유는???

어째서, 그 상황에서 병원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크리스찬 로젠크로이츠. 앨리스와 수수께끼의 여성 마술사 등, 이미 눈앞에서 둘이나 죽였다. 그것도 한쪽은 머리가 뭉개지고, 한쪽은 몸통이 잘려나가는 더할 나위 없이 처참한 모습으로.

카미조의 뇌리로, 악한 목소리가 되살아난다.

『자, 그럼 일단 신장술(神装術)에 너무 깊이 들어온 패거리, 다시 말해 「초절자」 놈들을 전부 죽여버리기로 할까』

크리스찬 로젠크로이츠는 자기 게임을 위해 『초절자』를 죽인다. 정말로 『죽음』을 흩뿌린다. 그것도 카미조 이외의 사람들을 향해.

심심풀이에 이유가 있겠느냐? ……이건, 이렇게 풍경 탁하고 따분한 세상으로 이 노인을 불러들인 벌이다. 하찮은 목숨으로 이 노인의 심심함을 달랠 것. 이보다 좋은 만회가 어디 있겠느냐, 「초절자」 제군?』

그 자리에 함께 있었는데, 이제 와서 카미조 혼자 놓아준 이유를 오히려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순간, 마녀들의 여신 아라디아의 존재가 머리로 떠올랐지만,

「아니야」

벽에 등을 기댄 그녀 본인이 부정했다.

CRC의 게임, 『초절자』 유렵(遊猟). 그 명확한 표적이 된 하나가.

「나는, 구할 틈도 없었어」

그렇다면, 달리 생각할 수 있는 건.

카미조에게는 한 명 더 짚이는 사람이 있었다.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아레이스타, 인 거야?」

하지만 봤을 때, 베이지 수도복을 입은 여성은 없었다. 개구리 얼굴의 의사는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어쩌면 자세한 내막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로젠크로이츠를 뿌리치고 카미조 일행을 제7학구의 병원으로 옮긴 뒤, 녀석은 녀석대로 단독행동을 시작한 걸까?

『뭐 그 「인간」은 사람의 선성을 안 믿는 한편 눈앞의 비극은 못 내버려두는 곤란한 성격이라서 말이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쓰러진 사람들을 내버릴 수가 없었던 거겠지』

들.

「큭, 역시 안나도 이 병원에 있는 거야!? 어디에!!」

『거기 있잖아』

얇은 액정 모니터 너머로, 개구리 얼굴의 의사는 정말로 바로 옆을 가리켰다.

카미조 토우마는 자기 목이 찢길 만큼 강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말문이 막혔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

ICU, 다시 말해 집중치료실은 병원에 있는 환자 가운데서도 특히 위험한 상태이며, 의사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위독한 환자에게 할당되는 특수한 공간이다. 감기에 걸려 열이 나거나 충치가 아파서 병원을 찾은 정도로는 일단 신세질 일이 없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그런 곳에 들어간 것만 해도 이질적인 경험이었고, 하물며 같은 ICU 안에서도 다시 트리아지(triage)로 우선순위가 갈림을 카미조는 오늘까지 몰랐다.

두꺼운 유리, 아니 투명한 수지의 벽을 끼고 맞은편.

그곳에 있던 건 기계였다. 입가를 덮은 투명하고 딱딱한 산소 마스크, 점멸하는 무수한 발광 다이오드, 주위를 둘러싼 크고 작은 다양한 액정 모니터, 적색과 황색의 액체가 지나가는 대량의 튜브와 젖은 머리카락처럼 꿈틀거리는 전기 코드. 그중에서도, 기계적으로 신축을 되풀이하는 펌프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가 아니다. 잔뜩 있다.

저건, 뭐지?

이렇게 작았던가?

과학과 마술을 따지지 않고 전 세계를 조롱하며 휘저었던, 그 안나 슈프렝겔이 맞는 걸까. 분위기도, 존재감도, 온기도, 인간다운 모습이 존재하지 않았다. 대량의 기계 속에 파묻힌 것을 아름다운 박제라고 하면 그냥 믿어버릴 만큼.

『법의학적으로 뇌사 상태는 아니야. 그래서 각종 의료기기를 연결해봤는데 말이야?』

개구리 얼굴의 의사는 모니터 너머로 카미조와 같은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 보잘것없는 소년보다 훨씬 많은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사실상, 의료기기 없이는 호흡도 고동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야. 생명유지장치를 한 번 달면, 본인 혹은 친족의 동의 없이 벗을 수 없는 제도인 게 도리어 다행일지도 모르지?』

「……, 」

『죽었다고 보는 게 맞는 육체인데 말이야? 그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눈에 띄는 외상도 없고 감전이나 독극물의 반응도 없는 것 같았는데』

『왜소액체』.

앨리스 어나더바이블의 힘 일부를 봉입한, 『초절자』의 힘을 빼앗고 확실하게 죽이고자 만들어진 특수한 영장(霊装).

여기까지인가.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완수하다니.

(그 앨리스도……이제 없어……)

어떤 엄청난 힘으로 압착되었는지, 머리를 송두리째 잃고 차가운 길 위에 굴러다니던 작은 유해를 떠올린다.

한 번에 너무 많이 일이 있어서 감정을 정리할 수 없다.

그 앨리스가 지다니, 결과를 봤음에도 믿기지 않는 마음까지 있었다.

(하지만, 앨리스가 없어져도, 그 힘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어……)

안나 슈프렝겔은 심장도 호흡도 멎었다. 힘을 빌려줬을 앨리스 어나더바이블이 죽었음에도 안나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힘』이란 본인에게서 분리해도 비축 가능한 종류였던 걸까. 이를테면 콘센트로 배터리를 충전하듯.

앨리스는 이제 없다.

안나를 구할 수 있는 건 앨리스뿐이었다.

이대로는 악순환일 뿐이다. 불행 중의 다행, 최소한의 저항, 그런 건 일절 없었고, 하나의 파괴에서 연쇄적으로 모든 게 사라진다.

이제 막을 수 없는 걸까. 이곳은 다 끝난 세상인 걸까.

「……미안하지만, 생각에 잠겨 있을 때가 아니야」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고, 밤과 달을 지배하는 마녀들의 여신 아라디아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크리스찬 로젠크로이츠는 마음대로 활개치고 있어.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놈은 이대로 있으면 병원까지 올 거야」

「……, 」

『초절자』를 전부 죽이겠다, 하고 크리스찬 로젠크로이츠는 가볍게 말했다.

아라디아도, 볼로니 서큐버스도, 그리고 스스로는 호흡조차 못 하는 안나 슈프렝겔까지, 예외없이.

그렇다고 『초절자』가 아니니까 카미조는 죽이지 않는다, 같은 말을 할 존재는 아닐 것이다.

그것은 그렇게 말을 잘 듣는 괴물이 아니다. 크리스찬 로젠크로이츠. 눈에 뛰는 것은 모조리 먹어치우고 유열에 빠지는, 그런 극대의 짐승이었다.


     2


아레이스타 크로울리는 대공을 날거나 벽을 빠져나가지 않았다.

어떤 소년을 맡기기만 한 『인간』은, 오래된 관계인 개구리 얼굴의 의사와 헤어졌다.

하지만 병원 부지를 나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다.

그 복도에 우연히 아무도 없던 것이 잘못이었다.

「아아아」

한계였다.

휘청거리고, 벽에 몸을 옆으로 기댄 채, 그리고 아레이스타는 소리쳤다.

할 일을 잃어버린 순간, 그 상태로 천천히 바닥으로 무너져내린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째서, 정직한 인간부터 차례대로 죽어가는 걸까?

어째서, 본인 같은 인간만이 언제까지나 살아남는 걸까?

안나 킹스포드. 이제야. 이렇게 비뚤어진 자가 순순히 굉장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선한 달인과 만난 줄 알았는데. 영구유체에 손을 댔고, 대화가 가능한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상태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실의 고통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인간』 아레이스타는 절대로 손에 넣을 수 없는 게 있다.

부와 학식과 지명도, 모든 것을 낚아채듯이 수집했던 세계최대의 악인은, 그러나 어떻게 해도 현명하고 착한 여성만큼은 얻을 수 없었다.


브라이스로드의 전투는, 애당초 아내 로즈와 딸 릴리스의 뒤틀려 가는 운명을 계기로 아레이스타가 일으켰던 전쟁이었다.


『창문 없는 빌딩』에 눌러앉아 학원도시의 통괄이사장 노릇을 했던 무렵에는, 미나 매더스를 자신의 『플랜(계획)』의 내비게이터로 두었다. 원수 매더스의 아내. 미묘하기 짝이 없는 거리감의 인물을 일부러 골랐던 것도, 결국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또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아무리 한탄해봤자 벌어진 결과는 뒤집히지 않는다. CRC, 크리스찬 로젠크로이츠. 놈이 두른 죽음의 냄새는, 진짜였다. 근대서양마술 사상최대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브라이즈로드의 전투』를 단독으로 제압했던 아레이스타였기에, 이해한다.

그것은 매더스나 웨스트코트와 같은 종류의 죽음을 다루었고.

하물며, 수준은 현격하게 높았다.

싸울 것이냐, 도망칠 것이냐. 그 결단조차 뜻대로 할 수 없다. 아니, 본래 아레이스타라면 가열차게 전투 일택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망설임이 생긴 시점에서, 이미 자기 마음의 연약함을 인정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자유 같은 건 없다. 패배자답게 인정해라. 자신은 놈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싸우기는커녕.

도망칠 용기조차 없어 가만히 있었을 뿐이었다.

자신의 죽음이 아니다.

대 CRC전. 전후좌우상하 어떤 행동에도 반드시 목숨을 소비해야 한다면, 자신은 선택지를 하나 고를 때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생명을 무덤으로 보내야 할까.

『……, 』

골든리트리버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보았다.

아레이스타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건 키하라 노우칸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추잡하고 비참하고 볼품없어도, 딱히 그렇더라도 상관없다.

「……나한테 실망하지 않는 거냐? 그런 것을 보고도, 복수 하나 맹세하지 못하는 나를……」

『멍청하기는. 나는 낭만을 아는 남자다』

그러니, 얼마든지 기다려주마.

키하라 노우칸은 그것을 말로 꺼낼 만큼 인색하지도 않았다.


     3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누군가 하면, 인덱스와 미사카 미코토였다.

「설명해봐」

「…네」

미코토가 있어서 마술 사이드 이야기는 좀 그렇지 않나 싶은 카미조였지만, R&C 오컬틱스가 대두한 이후로 마술에 대한 인식도 약간 달라진 것 같았다. 완전 부정보다는 친숙해졌다고 할까. 단지, 정말로 미코토가 마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믿는가 하면 또 다른 문제지만.

『초절자』를 죽이는 데 특화된 영장 『왜소액체』.

『교가결사』의 목적.

최악의 크리스찬 로젠크로이츠.

앨리스 어나더바이블의 죽음.

그리고 의료기기에 붙들려 움직이지 못하는 안나 슈프렝겔.

「……그런 이유로 로젠크로이츠는 최악 중에서도 최악이야. 학원도시의 『암부』를 놀이터처럼 날뛰었고, 마술 사이드 같은 건 상대도 안 됐던 그 앨리스를 말 그대로 순식간에 죽여버린 괴물이라고. 나도, 이기지 못했어. 왜 졌는지 분석도 할 수 없을 만큼 가뿐하게. 기억 안 나지만, 아레이스타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그냥 죽었을 거야. 죽이지 않을 이유가 없는 듯한 상대였거든」

「……, 」

이야기하는 동안 인덱스의 눈초리가 점점 험악해졌고, 미코토 쪽은 반대로 눈동자에서 감정이 빠져 표백되는 이미지가 있었다.

무섭다.

두렵지만, 허가도 없이 입을 다물면 그 순간 쾅 떨어질 것을 카미조는 이해하고 있었다.

「나 혼자라면 서둘러 병원을 벗어나 자취를 감추는 방법도 있지만, 안나는 저렇게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니까. 로젠크로이츠 놈이 쳐들어온다면 놈이 병원으로 도달하기 전에 이쪽에서 선수를 쳐서 CRC를 막아야 해……아니, 저기 여러분, 왜, 왜 그러시나요? 그렇게 어두운 얼굴로 고개 숙인 채 부들부들 dd


「어 · 째 · 서!! 토우마가 목숨 바쳐 싸우는 게 전제인 건데!!!!!!」

「무슨 소리인지 절반도 이해 못 했지만 ICU에서 이런 소리나 하는 이놈은 일단 때려눕히는 게 이 바보를 위한 일이라는 건 잘 알겠어」


흠씬 두들겨 맞았다. 꽤 진심으로.

그렇다기보다 붉다. 시야가 절반 정도 끈적하게 붉거든요!?

「아오오오오오!! 이렇게 피가 적은 상황에서 머리를 물어뜯다니 진심으로 숨통을 끊을 생각인 거냐 인덱스! 그리고미사카도병원안에서찌릿찌릿방전하는것좀진짜하지마병원에는정밀의료기기가가득해서주변에민폐니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참고로 마녀들의 여신 아라디아도 딱히 구해주지 않았다.

어이없는 얼굴로 시선을 돌린다.

누더기가 되어 붉은 것을 푹푹 뿜어내면서 카미조는 어떻게든 말했다.

「아, 아무튼 로젠크로이츠라는 놈은 괴물이야. 놈이 안나를 노리고 병원으로 온다면, 어떻게든 도착 전에 막아야 해. 특히 안나는 움직일 상태도 아니야. 다른 곳에 숨길 수 없다면, 우리가 먼저 로젠크로이츠에게 선제공격을 날려야 하잖아」

「?」

당연한 말을 했는데, 어째서인지 동의가 없다.

미코토뿐만이 아니다. 인덱스도.

그리고,

「……그것보다, 이건 사태를 외부에서 본 사람만 할 수 있는 잔혹한 말일지도 모르겠는데 말이야」

미사카 미코토는 말했다.


「넌 목숨을 위협받고 있어. 이 병원에 있는 환자와 선생님들도 전부 위험한 일을 당할 가능성 역시 부정 못 해.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잔뜩 끌어들여서까지, 몸 던져 저 악녀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어?」


     4


저 소년뿐만이 아니다.

마녀들의 여신 아라디아 또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시간이 필요했다.

앨리스 어나더바이블은 이제 없다.

본인처럼 두 번째나 세 번째를 준비할 수도 없다.

『교가결사』도 공분분해되었고, 이제 원래 모습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앨리스라는 중심인물을 잃은 것은 너무나도 컸고, 『초절자』가 한 자리에 모여 사력을 다한 결과가 그것이었다.

크리스찬 로젠크로이츠.

너무나도 처참한 실패의 경험을 극복하고, 나아가 결속할 만한 힘은 이제 남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앞으로 나아간다.

아라디아 측의 후회와 망설임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정해야 하는 건가)

덜그럭, 하고 금속음이 들렸다.

무언가가 쓰러진 소리다.

아라디아가 근처 병실을 들여다보자, 침대가 딱 하나 있었다. 개인실인 것 같다. 그곳에는 대여섯 살 정도의 파자마를 입은 여자애가 있었고, 여윈 팔이 축 늘어져 있었다. 어쩌면 학원도시의 능력개발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 병원에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닥에 펼쳐진 적색.

아마, 스스로 수혈 바늘을 뽑은 것이리라.

「안 돼, 너스콜 누르지 마」

무슨 일이니, 하고 묻기도 전에 여자애가 먼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베개맡에는 몇몇 개인물품이 있었지만, 봉제인형도 그림책도 어딘가 빛이 바랬다. 처음에는 많았던 병문안의 빈도가 줄어든 건지도 모른다.

아라디아는 그림책 표지로 눈길을 던졌다.

(……신데렐라, 인가)

「마녀 같은 건 없어」

여자애는 그곳을 바라보지 않았다.

빛바랜 그림책만이 남겨져 있었다.

「……기적 같은 건 일어나지 않고, 노력해봤자 몸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아. 그런 건 잘 알아. R&C 오컬틱스가 나왔을 때는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결국, 사이트도 금방 폐쇄되고 말았어. 역시 그런 건 아무도 못

여자애의 목소리가 끊겼다.

손가락을 튕길 필요조차 없었다.

아라디아의 손안에는 소용돌이 모양의 막대사탕이 있었다. 손을 빙글 돌리자 그것은 한 마리의 까마귀가 되었고, 날개를 펼치자 토끼가 되었고, 새끼 고양이로 변하더니 아라디아의 어깨로 올라탄다.

침대 위 여자애가 몸을 앞으로 내민다.

「뭐, 뭐야 그거? 무슨 능력이야?」

「재능은 필요 없어. 왜냐하면 이건,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마술이니까」

아라디아가 막대기를 빙글빙글 작게 돌리자, 어깨 위의 고양이는 리본처럼 풀려 다시 소용돌이 모양의 막대사탕으로 돌아갔다.

「세상에, 불가능한 건 없어」

단언했다.

그것이 그녀의 사명이기도 했다.

「그런 『벽』의 존재는, 내가 용납하지 않아. 살아갈 희망은 놓고 갈게. 만약 정말로 마녀의 세상에 관심이 있다면, 투병이 끝나면 나를 찾으러오렴」

「……언니는, 마녀야?」

「아니」

아라디아는 고개를 저었다.

침대 옆에 있는 빛바랜 그림책을 보고, 그녀는 조용히 눈을 좁혔다.

그리고 다시 너스콜 버튼으로 손을 뻗다가,


「밤과 달을 지배하는 마녀들의 여신. 마녀를 동경하는 모든 이를 지키고 이끄는 존재란다」


병실을 나온다.

분주한 간호사들과 엇갈리는 모습으로.

아무도 없는 복도에 남은 『초절자』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건 안다. CRC가 확실하게 이곳을 노리는 이상, 오히려 이 병원에 있는 모든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원인은 아라디아 측에게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렇다면 어떤가.

자격 같은 건 아무도 따지지 않았다. 『본인』에게 세상을 구할 힘이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마법명을 대지 않고, 다른 신의 이름을 빌려 그 겉모습과 성질을 표현하는 『초절자』의 길을 골랐으니까.

애당초 시작은 무엇이었더라?

걸맞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패전을 패전인 채 끝내면.

그 결과 고통스러워하는 건 대체 누구지?

「……흠」


     5


카미조 토우마는 혼자 병원 복도를 터벅터벅 걸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미사카 미코토의 그것은, 묵직한 덩어리를 휘둘러 머리를 팬 듯한 한마디였다.

하지만, 아마 그것은 카미조에게서는 절대로 나오지 않을 『정답』이었다. 다른 각도에서 본 정론이었다. 미코토에게, 안나 슈프렝겔은 크리스마스 부근에서 학원도시를 실컷 휘젓고 카미조를 살인 미생물에 감염시킨 악인일 뿐이니까.

해가 바뀌고, 1월.

아레이스타의 손안에서 인간 필름통으로 변해 유폐(?)되었던 상태에서 구해내었고, 무트 테베에게 쫓기며 기동전투차로 도망쳤을 때의 얼굴을 소녀들은 모른다. 할인점에서 들떴고, 알몸을 보이면 부끄러워하며 화냈고, 사실 일본의 막과자를 마음에 들기 시작했던 측면 등. 아무것도.

세상 모든 사람에게도 똑같을 것이다.

안나 본인이 그런 얼굴을 숨겼으니까,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미조는 알고 말았다.

그녀는 결코 초인이 아니다. 킹스포드가 나타났을 때는 눈물을 글썽거릴 만큼 떨었고, 무트 테베에게 죽을 뻔했을 때는 자신에게 아무 이득이 없더라도 기동전투차를 움직여 카미조를 구해주었다. 당연한 감정을 지녔고, 공포를 극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뭔가 찾았다.

「오─ 카미양, 또 미니스커트 간호사 보러 왔냐? 아니면 파자마 소녀?」

파란머리 피어스였다.

왜 이 병원에 이 녀석이 있지?

카미조 토우마는 전율했다.

「그러고 보니 너……, 한겨울에 사람 살결 온기가 그리워서 전자레인지에 집어넣었던 가🌕패드를 움켜쥐었다가 병원으로 실려갔던가? 세상에 그 이후로 계속 여기 있었던 거냐, 이미 새해도 밝았고 세상의 규칙이 바뀌었는데!!」

「아니야. 임팩트 옅은 병원식에 질리기도 했고, 퇴원 셀프축하로 라멘지로에 직행했다가 느닷없는 충격에 몸이 놀라버려서 다시 입원했어」

「세상에! 정식의 밥 곱배기가 무료라고 하면 저도 모르게 그쪽을 고를 만큼 한창 먹을 때인 남자 고등학생이 소금과 기름 때문에 혈압이 미쳐버려서 구급차까지 불렀다고!? 재료를 마음껏 추가할 수 있는 비계라면이 잠깐 못 본 사이에 어디까지 돌아버린 거야!!」

「훗. 카미양 그건 돌아버린 게 아니야. 진지하게 끝을 봤더니 그렇게 된 거라서 무서운 거라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전설의 똥겜은 만들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닌 것과 똑같은 거지. 오직 진심이 불러들인 기적의 균형이 자아낸 신의 업적이라고」

「똥이라고 하지 마, 음식 이야기 하는데 똥이라니」

「……뭔가 톤이 어두운데. 1월 5일, 이미 정월은 끝났지만 우리 겨울방학은 아직이잖아? 왜, 로비에 있던 큼지막한 카가미모치(鏡餅) 놓쳐서 침울해졌냐?」

그럴 리가 있겠냐.

즉시 받아치려다가, 그러나 카미조의 입에서는 흔해빠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투 끝에 수없이 병원을 들락날락하면 알게 되는데, 병원에서는 이런 것을 약간 호들갑스러울 만큼 크게 한다. 카미조에게는 흔한 계절 이벤트여도,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다음은 없을지도 모른다 싶어 전력으로 달려드는 환자들도 있다.

그런 장소에 크리스찬 로젠크로이츠가 다가온다.

무질서하게 현실의 죽음을 흩뿌리는 존재.

이러는 지금도 그저 반쯤 재미삼아. 정말로 사람을 위태롭게 하는 건 놈일까, 카미조일까.

「만약에」

나지막이.

여기서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카미조는 같은 반 친구에게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쩌면 그것은, 상대가 친구여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만약에 말이야. 올바른 일을 하든 올바르지 않은 일을 하든, 어느 쪽이든 누군가가 반드시 다친다면. 파란머리 피어스는 어떻게, 어디로 향할지 정할래? 역시 올바른 쪽에 있고 싶거나,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길을 고르거나, 뭐 기준은 많이 있겠지만」

「그야 하나밖에 없지. 귀여운 여자애가 웃는 선택지」

즉답이었다.

파란머리 피어스는 딱히 웃기려고 말을 흘린 게 아닌 듯했다.

매우 진지하게 카미조의 눈을 보고 말했다.

「선이니 악이니 복잡한 이야기는 잘 몰라. 선악이라는 지표가 정말로 완벽한지 알아낼 방법도 없고.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눈앞의 그놈이 내 마음에 불을 질렀는가겠지. 여기서 연재종료 안 되기를 바란다면 목숨걸고 응원할 거야. 랭킹이 어쩌니 ☆이 몇 개니 주변은 아무래도 좋아, 내가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이지. 그게 오타쿠라는 것의 생태이자 유일한 신조잖아?」

「……, 」

카미조 토우마의 호흡이 멎었다.

그래.

눈앞의 사람을 구하는데, 정의의 영웅한테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이유가 뭐지?

카미조 토우마는 애당초 입장이나 책임이 있는 인간이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흔해빠진 고등학생이잖아?

「왜 그래 카미양?」

「아니, 새삼스럽게 깨달았을 뿐이야. 미사카 녀석도 그랬지만, 자신에게 없는 시점도 참 중요하구나 싶어서」

쑥스러운 듯 말하고, 카미조는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였다.

카미조의 겉옷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덜컥 떨어졌다.

얇은 수지로 된 패키지였다. 게임소프트의 케이스. 그곳에는 분명히 이렇게 적혀 있었다.


출렁출렁☆마녀재판.


파란머리 피어스에게 벼락이 떨어졌다.

상당히 위험한 상황인 것 같다고 카미조도 깨달았다.

「……카미양, 그건……인터넷 옥션은 물론 중고점에 가도 유기 EL하드 리바이벌판조차 슬슬 유리 쇼케이스로 보내야 할 전설의 타이틀을……」

「아니야아니야아니야!! 아, 안나 슈프렝겔 놈……. 할인점에서 찾았던 발굴품을 몰래 장바구니에 넣어놨던 거야!? 그놈 진짜 쓰러져서 의식불명이 되었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 인생을 휘젓고 다니다니이이이!!」

「훗. 그런 동호(同好)의 뜻이라면 나는 이것을 맡기지. 전설의 구하드판 출렁마녀2와 출렁마녀 플러스를 말이야!!」

「얼레, 아슬아슬한가 싶었는데 생각보다 여기저기 전개하고 있잖아……? 아아아아, 그리고 복도 모퉁이에서 아라디아가 이쪽을 보고 있어. 오랜만에 무서운 쪽 마녀들의 여신님이 두 눈을 번쩍번쩍 빛내고 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6


인덱스는 아직 ICU 앞에 서 있었다.

카미조 토우마는 이미 여기서 나갔다.

지금 남은 것은 거대한 기계에 둘러싸인 안나 슈프렝겔뿐이다.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소녀를, 두꺼운 투명한 수지 너머로 인덱스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여간……」

인덱스의 후드 근처가 작게 흔들렸다. 어깨로 무언가가 나온다.

신장 15센티미터의 『마신』 오티누스였다.

「그저 며칠 방치했을 뿐인데 이건가. ……변함없이 그 인간 주변은 사태가 빠르게 움직이는군」

「거짓 기호였던 『초절자』의 무리와 그들이 다시 탄생시킨 진짜 크리스찬 로젠크로이츠야」

「그렇다면 상당히 복잡해졌어. 그 인간과 로젠크로이츠가 실제로 맞붙어봐라, 누가 이기는 건 둘째치고 학원도시 정도는 완전히 박살나도 신기할 게 없다」

「로젠크로이츠를 방치하면?」

「……뭐, 지구 같은 작은 별에 담아낼 괴짜는 아니라고 본다만」

이 시점에서, 인덱스 안에서는 답이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그녀는 영국청교 안에서도 더욱 특수한 『네세사리우스(필요악의 교회)』에 소속한 마도서 도서관이다. 본래라면 현세에 존재하면 안 될 마술사가 되살아났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마음대로 파괴한다면 이것을 저지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남은 문제는 이것이었다.

「그 결과, 안나 슈프렝겔이 살아나는 건 어떻게 생각해?」

「분명히 말하자면 머리가 지끈거리지만……하나씩 해야지. 어차피, 로젠크로이츠를 방치하면 멀쩡한 일이 없을 테니까」

「또 토우마한테 성가신 인맥이 생기겠어……」

「본인이 할 소리더냐, 마도서 도서관」

팔짱을 끼고 불손하게 말하는 『마신』 또한 마찬가지일지도 모르지만.


     7


병원 안뜰이었다.

미사카 미코토는 살짝 고개를 숙여 머리를 식히고 있었다.

「미사카는, 이따금 터무니없이 혹독하고 냉정한 시점이 되더라?」

「왜 네가 여기 있는 건데」

의아한 표정을 지안 미코토에게 일일이 대답할 제5위의 소녀가 아니다.

쇼쿠호 미사키.

애당초 신출귀몰, 모든 이의 기억과 얼굴 인식을 조작해 어디서든 나타나는 토키와다이의 여왕이니까.

미코토에게는 예외적으로 『멘탈아웃(심리장악)』이 통하지 않음에도, 느닷없이 왔다.

「본인이 한 말인데 후회력?」

「……조용히 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낮아진다.

충격을 받은 그 소년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안나 슈프렝겔. 사용한 언어의 서랍은 같지만, 본인과 그 고등학생 사이에는 가진 정보, 경험한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미코토도 넌지시 알고 있었다. 그 바보는 이유가 하나도 없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구해낼 것이다. 악녀 안나를 구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정론이지만, 맞는 말을 했다고 그자가 즉시 행동을 멈추는 것 또한 상상하기에 위화감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문제제기였다고, 미코토는 생각한다.

말할 것도 없지만 안나 슈프렝겔은 극악인이다.

그 전제를 받아들이고서,

「그런 넌 이제 어떻게 움직일 건데?」

「난 무슨 일이 있든 기본적으로 그를 돕는 역할이야. 그가 악의 길을 내달린다면 나도 그걸 응원력할 뿐인데?」

「전부터 마음에 걸렸는데, 너 왜 그 바보에게 연연해?」

「미사카한테도 이유가 있듯, 나한테도 이유가 있을 뿐이야☆」

단지 거기서 나오는 결론은 상당히 다른 모양이지만.

미코토는 사람이 악의 길을 내달린다면, 주먹으로 두들겨 패서라도 원래 길로 되돌린다. 그저 받아주고 등을 밀어주기만 하는 게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미사카가 정말로 지금 하고 싶은 건 이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같은 따분한 질문력이 아니라고 봐」

쿡쿡 웃고.

쇼쿠호 미사키는 이렇게 말을 꺼냈다.


「너 자신이 이제부터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알고 싶은 건 그거 아니야?」


     8


저녁놀에 물드는 병원 옥상이었다.

몹시 음란한 눈으로 마녀를 보는 무례한 인간 카미조 토우마에게 빙글빙글 헤드락(단맛)을 끝마치고, 밤과 달을 지배하는 마녀들의 여신 아라디아는 싸늘한 하늘로 몸을 드러냈다.

그녀는 『학대받는 마녀를 전부 구하는 것』을 자신의 『구제조건』으로 규정한 『초절자』다. 그리고 안나와 싸우고자 자멸할 각오로 마술을 행사한 카미조 토우마는 마녀들의 여신으로서 『구제조건』에 합치하는 특별한 개인이었다. 그가 싸운다면, 아라디아 역시 참전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크리스찬 로젠크로이츠. 놈은 애당초 의식에 참가했던 『초절자』 전원을 순식간에 죽여버렸다. 규격외의 앨리스 어나더바이블마저 머리를 파괴당해 사망하고 말았다. 『교가결사』의 일원, 레귤러한 『초절자』가 혼자 도전해봤자 로젠크로이츠를 이길 길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카미조 토우마가 구제대상인 이상, 못 하겠으니 포기하겠다는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구해야 한다.

「큭」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시트로 공기를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철망펜스 위에 내려온 것은, 요염한 악마. 긴 웨이브의 금발과 흰 피부를 지녔고, 머리에는 동물의 뿔, 허리 뒤로는 화살표 모양의 꼬리, 그리고 등에는 박쥐처럼 큰 날개를 가진 『초절자』였다.

원피스 코르셋, 다시 말해 속옷 하나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누군가를 아라디아는 올려다보고,

「볼로니 서큐버스」

「지지비루비, 그쪽도 어떻게 살았나 보네」

변함없이, 어딘가 공통 톤이 이상한 볼로니 서큐버스는 가볍게 말했다.

아라디아는 조용히 숨을 내쉬고,

「앨리스는 죽은 모양이야」

「글네」

「안나도 너희한테 당했고, 레귤러한 『초절자』는 얼마나 남았어?」

「음─? 내 말고는 『옛 선한 마리아』와 무트 테베. 그것 말고는 몇 명 정도 아니겠나. 느그랑 다르게 의식장에 있었으면서 살아남은 내는 상당히 드물제. 칭찬 좀 해줘도 상관없다」

「……H · T · 트리스메기스토스는?」

사라졌제

미묘한 말이었다.

크리스찬 로젠크로이츠와 싸우다가 살해당했다, 같은 건 아닌 모양이다.

CRC는 아직 이 학원도시에 머무르고 있다.

모든 『초절자』를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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