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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켚소설] 레디메이드 견생 #01

탕수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24 20:29:56
조회 173 추천 1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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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복제 이슈 관련해서 글 써봄.


제목의 컨셉은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


분량은 10편 예상함.




<레디메이드 견생> #01



1.


거대한 항공모함이 황금 바다를 갈랐다. 물기 하나 없는 기묘한 수면은 전부 모래였다. 초거대 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엔 기묘한 공항이 딸려 있었다. 일명 유동요새, 또는 유동공항으로 불렸는데 본 도심과 수 킬로미터의 에어튜브로 연결되어 하늘의 교통허브 역할을 맡았다.


네옴국제공항에 테러단체의 폭파 예고가 날아들었다. 주체가 누군지도, 응당 따라올 요구조건도 없었다. 인피지(人皮紙)에 쓰인 예고장의 말미엔 생소한 문양이 찍혀있었다. 기존 어느 테러단체도 아니었다. 군 당국은 경비인력을 증강하는 한편, 테러범의 소재파악에 나섰다.


통신용 중계탑은 공사용 천막으로 둘러졌다. 그 안에 은밀히 설치된 저격 진지에 두 사람이 숨어있다. 사수가 망원경을 이리저리 돌린다.


“평온한데요. 평소의 네옴시티 아닙니까?”


테러예고가 왔는데 이용객은 전혀 줄지 않았다. 종교축일이 겹치면서 순례객은 오히려 늘었다. 관측수가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사만구천이백오십번째 예고니까 그렇지.”


“예?”


“워낙 호감작을 많이 해서 말이지. 종교원리주의자나 이교도들, 에코파시스트 또 뭐뭐 있더라?”


“그런 곳 치곤 멀쩡하잖아요.”


“젖과 꿀이 흐르니까 파리부터 불곰까지 온갖 것들이 꼬이지.”


“그럼 가나안 시티로 개명하죠.”


“새끼야. 감시 똑바로 안하지? 우리가 있으니까 무사한거라~ 이말이야.”


담배 연기를 뿜어대며 말하니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관측수는 아예 드러누웠다.


“야. 교대 5분 전에 깨워라.”


“예,”


선배가 곯아떨어지자 저격수는 폰을 슬그머니 꺼내 테러범 대신 시간을 죽이기 시작했다.



2.


서쪽에서 태양이 뜬다. 그럼 중천에 있는 건 뭐란 말인가. 해가 두 개인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저격수가 눈을 비빈다. 인간이 만든 인공태양.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며 인간의 도시를 삼켜버렸다.


“헉!”


화들짝 깬 관측수가 저격수를 바라본다. 둘 다 놀란 토끼눈이다. 서로의 망막에 남은 영상은 같았다.


“뭔 지랄이지. 개꿈이었나.”


후배는 바짝 굳어 있었다. 조준경을 홱 돌린 그가 외쳤다.


“저저 저기!”


사람들이 뛰고 있다. 혼비백산해서 질주하는 모습과 인공태양이 겹쳐진다. 아마 저들도 같은 환상을 보았으리라. 5분 뒤 네옴공항이 증발한다. 무서운 예지몽을 꾸었지만 경비병들은 도망갈 수 없었다.


광활한 제1대합실엔 딱 한 사람만 남았다. 전신을 가리는 전통복장을 한 여자였다. 무언가가 튀어나온 펑퍼짐한 옷에 수상한 가방을 안은 자세가 자폭테러로 의심받기 딱 좋았다. 이용객이 전부 빠지고 공항경비대가 이 수상한 자를 포위한다.


“뭐라는 거죠?”


“대기해!”


이미 저격총은 테러범의 머리를 겨누었다. 뭐라 말하는 것 같은데 거리가 멀어 모르겠다. 사람이 소지할 수 있는 폭약은 한정되었고 자폭해봤자 결과는 뻔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손님들이 많을 때 터지지 않았단 것이다. 그 환상 때문에 시기를 놓첬던가.


바디벙커와 EOD슈트로 무장한 대원들 사이로 협상가가 걸어간다. 이대로 자폭하면 정보가 사라진다. 생포해서 신생 테러단체의 배후를 캐물어야 한다. 대화 테러범의 이목을 끄는 사이 몇몇 대원들이 테이저건을 겨누었다. 그런데...


병력사이로 개 한 마리가 뛰쳐나온다. 네임텍에 ‘NeoDog NANA’라 적힌 군견이었다. 그 개는 여인 주위를 한번 돌더니 대원들을 노려보았다.


“테러범을 지키려는 건가?”


관측수는 망원경에 눈을 떼지 않았다. 군견 나나의 의도는 성공했다. 몰래 생포하려던 시도는 실패했다. 여인이 겉옷을 벗었다. 율법상 외간남자에게 노출되는 것은 불경행위였다. 종교경찰에게 걸리면 태형이다. 그러나 총구가 더 가까웠다. 역시 전신에 폭탄을 감았는데 천천히 그것들을 해체했다.


“설득했나?”


“다행이군요.”


무장을 해제한 여인은 나나를 안았다. 개와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몰라도 눈물이 보인다. 곤봉과 전자총을 든 경비대가 점점 다가온다. 군견은 둘 사이를 막아섰다. 끝까지 짖지는 않는다. 테러범은 눈을 스르륵 감으며 품속에 손을 넣었다.


“남았어!”


“쏴!”


아직 남은 폭탄이 분명하다. 테러 실마리를 잡긴 힘들겠지만 동료가 2계급 특진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팍!-


둔탁한 소리를 내며 소음기를 빠져나간 총알은 목표의 머리를 터뜨려버렸다. 주인을 잃은 육신이 허물어진다. 최고급 대리석 바닥이 피와 뇌수로 얼룩졌다.


몸이 쪼그라든다. 사후경직 이런 게 아니다. 수박 크기로, 멜론 크기로 사과 크기로 점점 축소된다. 존재가 제로에 수렴하기 직전 세상은 빛으로 변했다.



3.


네옴국제공항이 증발했다. 빛의 구슬이 공항을 집어삼켰다. 신이 거대한 스쿱으로 땅을 파버린 것이다. 그런데 네옴시티 본 구획은 화를 면했다. 고성능폭약도 스마트봄도 핵무기로도 재연할 수 없는 정제된 파괴는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정보기관들은 이 참사를 주도한 신생 테러단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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