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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슬레미오 단편)24화의 슬레타가 실제 슬레타가 아니라 에리였다면?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9.71) 2023.08.01 23:27:20
조회 331 추천 10 댓글 4
														
글 못쓰지만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장문 주의, 꽤 길어요...)

수성의 마녀 엔딩을 한18화 때 상상해서 쓴 거 예요.

다시 말하지만 필력이 안좋아요. 피드백도 환영입니다!


저녁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라자냐와 생 토마토 그리고 치즈였다. 뉴스에서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두 여자는 그 방송을 시청하기보다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회색에서 푸른색으로.

슬레타-재활은 어때? 미오리네는 포크를 돌리며 물어보았다.

다행이 파괴된 신경이 기적처럼 재생하고 있데요! 곧 왼손도 자유로워 질 것 같아요! 아마 목발은 다음 주? 정도면 안 하고 걸어 다닐 수 있을듯해요.

미오리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근데 슬레타..

미오리네는 반지를 돌리며 말했다.

그러면..그러면 혹시 애를 키울 생각은 있어?

슬레타는 라자냐를 이미 꽉 찬 입안에 쑤셔 넣는 것을 멈추고 미오리네의 회색 눈을 보았다. 그녀의 벌려진 입에서는 치즈 덩어리가 흘러나왔다.

아..아이요? 하지만 저흰 18살이잖아요. 간소하게 결혼 증명서만 냈지 결혼식도 안 올렸잖아요. 아, 아직 이른 거 아닌가요?

미오리네의 얼굴은 새빨개졌다.

바, 바보야. 지금 가지잔 게 아니잖아. 한 24? 우리 미래를 예기하자는 거지.

아-

그래서-어떻게 생각해?

저, 전 아이들이 정말 좋고 그래서 학교를 세우고 싶은 거지만... 전 좋은 부모가 되지는 못할 거예요. 슬레타는 고개를 떨구었다.

에-그렇게 결투할 때는 지지 않을 거라고 했던 자신감 넘치는 홀더님은 어딨는 거야?

그, 그거랑은 전혀 다르잖아요! 전 멍청하고 실수도 많이 하고 아무튼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 거예요. 슬레타는 머리를 식탁에 박고선 말했다.

게다가..제가... 제가

왜?

엄마의 나쁜 점만 닮은 부모가 되면 어쩌죠?

미오리네는 순간 웃으며 슬레타한테 그녀는 프로스페라와 어디도 닮은 구석이 없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곧 멈추었다. 슬레타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에는 엘노라 사마야의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이 있었다.

그녀도 가끔 소름 끼칠 정도로 자신이 '증오했던' 델링 렘블랑, 그녀의 아버지와 닮은 점이 존재했다.

그러면 우리가 너무 비슷할 때는 서로 경고해주면 되지. 망할 부모처럼 되지는 말라고.

미오리네는 슬레타의 턱을 잡고선 끌어당겨서 입을 맞췄다.

슬레타 반론 있어?

슬레타는 호흡곤란이 온 것처럼 얼굴이 빨개졌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미오리네..씨랑 이면 어쩌면 괜찮을 것 같아요. 저 최선을 다할게요!

미오리네는 그런 슬레타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모습을 그녀는 사랑했다.

그들은 다시 입을 맞추었다.


저녁을 먹은 슬레타는 미오리네와 자신의 접시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접시엔 토마토가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슬레타는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봉투를 열고 토마토들을 모두 털어 넣었다.

에? 슬레타? 너 분명 토마토를 좋아하지 않아? 미오리네는 당황하며 물어 보았다.

에? 아닌데요. 저 토마토의 식감을 싫어하는 데요. 특히 이 토마토는 왜인진 모르겠지만 혀안에서 심하게 뭉개져서 너무 맛이 없더라고요.

미오리네는 그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영문도 모르고 헤실헤실 웃었다.

아 이 토마토가 미오리네 씨한테 소중한 건가요? 그렇다면 죄송해요.

그제서야 미오리네는 그녀가 낯선 여자와 저녁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회색 눈동자는 커졌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슬레타가 아니지..너 누구야?

소녀는 순진하게 푸른 눈을 끔뻑였다.

아니..무슨 말이에요?

미오리네는 뒷걸음질하며 나이프를 여자의 방향으로 겨누었다.

너 누구냐고?

여자는 미오리네의 위협에도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미오리네의 창백한 떨리는 손에 들린 나이프를 맨손으로 쥐었다. 붉은 피가 주룩주룩 그녀의 손에서 흘러내렸다.

미오리네의 가슴은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모습은 마치 지상으로 나가서 헐떡거리는 물고기를 연상시켰다.

..에리, 난 네가 알던 에어리얼이야. 드디어 깨달았네 미오리네 렘블랑.

미오리네의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해졌다.

뭐라고?

나이프가 경쾌한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

솔직히 이렇게..들킬줄은 몰랐네. 슬레타는 나한테 항상 일기 쓰듯이 모든 일을 말해줬거든. 이런 멍청한 실수를 할 줄은-

생각보다 손이 먼저 나갔다. 미오리네는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정적이 흐르고 두 눈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푸른색에서 회색으로.

에리가 누군지 정도는 알아. 프로스페라가 애지중지 하던 '진짜' 딸 이잖아. 건드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가진 유일한 인간. 슬레타와 다르게 '축복'받은 아이.

그러면-에리랑 슬레타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이해할 거잖아.

미오리네의 회색 눈동자는 흔들렸다.

무,무슨 말이야? 제발..장난하는 것 맞지? 이 모든 게 네 멍청한 멍청한 머리에서 나온 질 나쁜 장난이라고! 스, 슬레타?

미오리네 렘블랑. 너를 수식할 형용사는 여러 가지야. 무심한 척하는, 여린, 싸가지 없는-하지만 멍청한은 아니야. 지금 너는 이해하기 거부하는 거야. 내가 말하려는 것은-슬레타가 1달 전 콰이어트 제로를 막고 너를 구하기 위해 지구로 갔던 그날..그녀는 되돌아오지 못했다는 거야. 돌아온 적이 없었다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냐고??

알았어. 그러면 설명할게.

에리는 살짝 뜸을 들였다.

네가 받아들일 때까지.

...

슬레타는 거칠게 호흡하여 켈리번의 조종대를 부러질 것처럼 잡았다. 그녀의 턱선에는 땀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심장은 튀어나올 것처럼 마지막 펌프질을 하고 있었다.

사랑하니까. 에리크트.

그 말과 함께 켈리번은 에어리얼의 팔을 잘랐다.

뭐하는 거야 슬레타. 이러다간 너..파르메트6이잖아. 죽을 거야. 넌 유전자코드가 일치하지 조차 않아. 죽어버릴 거라고. 그만해!

에리는 한손으로 캘리번의 오른팔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싫어. 더 이상 에리가 엄마가 살인자가 되는 걸 가만히 볼 수 없어.

붙잡혔다면 차라리..슬레타는 라이플을 내팽개치고 남은 한쪽 팔로 에어리얼의 블레이드 안테나를 붙잡았다. 그러나 그것은 실수였다. 갑자기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굉음이 들렸다. 개수형의 엔진. 이미 늦었다. 순식간에 에어리얼은 가까운 콘크리트 벽에 캘리번을 처박았다.

순간 어떤 호흡도 할 수 없었다. 저릿저릿한 고통이 등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부러진 것은 갈비뼈일까?

슬레타 고집이 세구나. 왜 에리가 자유롭게 사는 것을, 콰이어트 제로를 왜 방해해? 더 이상 다치지 못하고 싸우지 못하게 만들게..

에어리얼은 캘리번을 더 콘크리트 건물 안으로 쑤셔 넣고선 에리는 캘리번의 오른팔을 먼저 철저히 부수기 시작했다. 우두득 소리가 나며 플라스틱 장난감 마냥 강철 순백의 팔이 뜯겨 나갔다.

그건 엄마의 생각이야? 아니면 너의 생각이야? 콰이어트 제로로 인해 지구의 사람 수십억명이 데이터 스톰 오염으로 죽을 거라고!

그렇다면 엄마의 인생은? 바나디스 사건! 넌 거기에 있지도 않았잖아 넌 아무것도 몰라. 그들이 먼저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았어. 슬레타. 난 나아갈 거야. 엄마의 행복을 위해.

에어리얼도 캘리번도 이미 너덜너덜해진 흉측한 고철 덩어리가 되었지만 에리는 멈출 생각은 없어 보였다. 슬레타는 결국 에어리얼의 초록 눈을 바라보고 느리게 말했다.

...맞아. 난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하지만..

에리는 그 순간 움직임을 멈췄고 그녀의 푸른 눈은 커지며 그녀를 소리쳤다.

잠깐 뭐 하는 거야? 그만해. 그건 불가능해!

슬레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칠게 숨을 쉬었다.

그만하라고. 슬레타 그 정도로 수치를 높이면..너는 내가 약해졌을 때 처럼 데이터 스톰에 흡수되어버릴 거야. 하지만 넌 스스로를 유지하지 못하고 인격을 잃어버리고 데이터의 한 조각으로 소멸할거야!

괜찮아. 그 정도로 지키고 싶은 게 있어. 미오리네씨, 지구 기숙사 선배들과 친구들, 에리도! 심지어 엄마도 잃고 싶지 않아. 난 욕심쟁이거든!

슬레타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역시 죽는 건 아무리 각오해도 두려운 거구나. 그래도 그녀는 나아가기로 했다.

파,파르메트8.

캘리번은 벽에서 튕겨져 나와 순백의 소용돌이처럼 에어리얼의 심장 중심부를 꿰뚫었다. 에어리얼의 초록 눈은 생기 없는 검은색이 되며 무릎을 꿇었다. 에어리얼 뿐만이 아니였다. 전쟁터를 날아다니던 총탄이 포탄이 멈추었다. 모든 ms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움직임을 멈추었다.

승부는 순식간이었고 슬레타는 승리했다. 소중한 모두를 지켰다. 모두가 무사히 분명히 행복한, 행복한 미래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순간만큼은 지옥에 있었다.

슬레타의 온몸은 뜨거웠다. 마치 속을 인두로 헤집고 간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심장 박동은 그녀의 귀에 들릴 정도였고 그녀는 목이 쉴 때까지 소리를 질렸다. 슬레타의 목에서는 그녀에게조차 낯선 기계 같은 삐거덕 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의 목에서는 비린 피 맛이 느껴졌다.

한때 푸르던 눈은 혈관이 모두 터져 붉게 물들여졌다.

팔과 다리는 멀쩡히 붙어있었지만 슬레타는 분명히 뜯겨나갔을 거라고 확신했다. 고통스러웠다. 고통스러웠다. 고통스러웠다. 그녀의 시야는 점점 붉게 변하였다.

아-안되는데..그녀는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추추선배랑 실습도 같이 해야 하고 릴리크랑도 점심때 건드수업을 받기로 했었다. ㅡ미오리네씨랑 경영학 복습하기로 했는데..같이 지구에 가야 하는데..

슬레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지켜낸 행복한 미래에는 자신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

야 이 멍청이-일어나.

에리는 슬레타의 머리를 때렸다. 슬레타는 다시 눈을 깜빡였다.

아? 아! 몸이 더 이상 안 아프네...움직일 수 있어?

당연하지 멍청아.

에어리얼..아니 에리크트?

그래 나야. 근데 여긴 대체 어디야?

슬레타는 크게 숨을 쉬었다가 내뱉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답을 알고 있었다. 교차점. 데이터 스톰의.

두 여자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바라보았다. 푸른 산, 끝없이 펼쳐진 들. 가끔 들리는 새소리.

파괴되지 않은 지구의 모습을 하고 있네...슬레타-마지막에 무슨 짓을 한 거야?

파,파르메트를 에어리얼보다 높였어.

그건 알고... 도대체 왜?

슬레타는 대답 대신에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때 에리는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손가락을 눈살을 찌푸린 채 바라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엄지를 움직였다. 에리의 눈은 커졌다.

잠깐 이건-설마..슬레타-

내가 파르메트8가 되었을 때 부서진 에어리얼, 캘리번, 그리고..나는 하나가 되었어. 물론 나는..데이터 스톰이 나의 신경을 오염시켜가며 죽어가고 있었지만. 하지만 완전히 코드가 일치하는 에리라면 온전하게 나의 몸에 넣을 수 있었어. 그래서 난-

도대체 왜..?

엄마도 에리도 행복하기를 바라니까... 빼앗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그러니까 이제 콰이어트 제로를 그만둬.

슬레타는 에리의 따뜻한 두 손을 잡았다.

엄마랑 언니에게서 모든 걸 뺏은 어시언과 스페이시언의 갈등은 아마 완전히 해소되진 않겠지만..이제 더 이상 ms를 가지고 전쟁을 벌일 수 없을 거야. 카데트랄은 없어질 거야. 이제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가질 수 있게 됐어.

슬레타 네가 뭘 했는지 이해해? 넌 네 몸으로 돌아가지 못해! 데이터..스톰에서 일부가 되는 거라고...

슬레타는 자신의 다리를 보았다. 벌써 다리의 일부가 빛나는 수많은 무지개색 입자로 변화하고 있었다.

아아 결국엔. 물론 예상을 안 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기적을 바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캘리번 안에서 깨어나기만 해봐. 죽여버릴 거야.

에리는 흐느끼며 말했다. 슬레타는 미소를 지으며 에리를 바라보았다.

언니...처음으로 언니라고 불러보네..언니, 혹시 나 안아줄 수 있어? 무서워. 이렇게 가는 건.

에리는 왜소한 체구로 슬레타를 꽉 끌어안았다. 슬레타는 에리의 귀에 손으로 컵을 만들고 속삭였다.

그리고..혹시 미오리네 씨한테 말해줄 수 있어?

...

에리가 깨어났을 때 그녀의 온몸은 붕대의 칭칭 감겨 있었다.

그녀는 못 믿겠다는 듯이 거울을 보며 천천히 자신의 새로운 몸과 얼굴을 만져보았다.

슬레타!

은색 머리카락과 눈을 가진 여자는 그녀한테 달려왔다. 그네의 얼굴은 감정의 복합체였다. 슬픔 죄책감 분노 하지만 주를 이룬 것은 안도감, 그리고... 행복이었다. 에리는 이미 그녀가 누군지 알았다. 미오리네. 슬레타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었고 슬레타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

미안해 미안해 슬레타! 너를..나는!

그리고 그녀는 에리의 아니 슬레타의 목에 매달려 아기처럼 울며 사과했다. 의사가 환자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미오리네의 어깨를 두드렸지만 그녀는 슬레타에게서 떨어질 냉각이 없어 보였다. 에리는 당혹스럽게 그런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 사람은 분명 슬레타가 돌아왔다고 믿는 것 같았다. 용서를 구할 수 있어서, 같이 미래를 바라볼 수 있어서 이 여자는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슬레타가 이 세상에 더 이상 없다는 걸 알면... 그녀가 안고 있는 여자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

그녀는 그걸 견뎌낼 수 있을까?

에리는 다시 거울과 은발 여자를 바라보았다.

슬레타는 분명 에리가 자신의 삶이 아닌 에리의 삶을 되찾길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에리는 책임감을 느꼈다. 그녀가 자신의 동생의 삶을 뺏어버린 것에 대한.

결국 그녀는 웃으며 천천히 매달려 있는 여자를 달래주었다. 슬레타인 척 하며.

이 거짓말은 언제까지 통할까?

슬레타는 9살 정도 때는 그녀에게 항상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취미부터, 그녀의 감정, 인간관계. 하지만 학교에 오면서부터, '미오리네 씨'를 만나며 부터, 의지할 인간이 생기고 나서부터 슬레타는 에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지는 않았다.

예를 들자면 이 토마토가 그냥 토마토가 아닌 미오리네와 그녀의 어머니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 이후 슬레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리플리 차일드를 그녀가 더러운 모조품이든 아니든 미오리네가 사랑해줄 것이라는, 그들만의 암묵적인 약속을 상징한다는 것을.

...

에리는 과학적인 사실을 나열하듯 건조하게 말했다.

슬레타는 파르메트8로 캘리번을 올렸고 그녀의 몸은 그걸 감당하지 못해서 죽었어.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부서진 에어리얼로부터 캘리번을 통해 자신의 몸에 에리를 넣었어.

그러나 마지막 말은 거의 기어들어갈 듯 했다.

사실을 말하려고 했는데..두려웠어. 네가..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어.

미오리네는 이 모든 말이 사실이 아니길 바랬다. 나이프가 떨어지기 전으로, 쓰레기통에 토마토가 버려지기 전으로 그녀는 돌아가고 싶었다. 물론 가끔 슬레타가 돌아온 뒤에 이상한 기분을 느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느낌을 단지 실감이 안 났기 때문이라고 애써 합리화했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은 그녀를 구하러 간 날 돌아오지 못했다고. 그녀가 1달 동안 같이 살았던 여자는 그런 미오리네가 불쌍하여 그녀인 척했던 거라고.

슬레타가 미오리네를 마지막으로 본 모습은 그녀를 버리고 멀어지는 그녀의 등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슬레타는 그럼에도 지구로 갔다. 미오리네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죽었다.

그녀가 죽인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녀는 오해를 풀지 못했다. 용서를 구하지 못했다. 그리고 영영 그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미오리네는 아직 무너질 수 없었다. 그녀는 기계적으로 자신의 입을 강제로 모아 말을 형성했다. 그녀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스,슬레타의 마지막 말은 뭐였어?

붉은 머리카락과 따뜻하고 푸른 눈동자. 왜 그녀는 슬레타를 떠올리면 그녀가 웃는 것밖에 떠올릴 수가 없을까?

슬레타는 분명히 인간이 느낄 수 있게 설계된 최대의 고통을 느끼며 죽어갔을 것인데. 데이터 스톰은 그녀의 모든 신경을 천천히 갉아먹어 버렸을 것인데.

차라리 완전히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슬레타 머큐리는 파르메트6에서 고통 없이 즉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슬레타는 에리크트 사마야의 클론. 어중간한 내성이 있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손가락이 끊어지는 것을 그리고 팔이 다리가 찣겨져 나가는 걸 느꼈을 것이다. 심장박동수는 비정상으로 올라갈 것이고 그녀의 푸른 눈의 모든 혈관은 터져버려 붉어졌을 것이다. 그 머리카락만큼이나 붉어진 눈으로, 그녀는 마지막에 미오리네를 원망했을 것이다. 미오리네는 확신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미오리네를 증오했을 것이다.

그녀는 슬레타의 마지막 말을 들을 준비를 했다. 왜 자신을 버렸냐고. 미오리네가 밉다고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한다고. 그녀를 혐오하고 보고 싶지도 않다고. 그녀야말로 진짜 마녀였다고.

왜 그녀는 미오리네를 구원해 주었는데 미오리네는 그러지 못 했냐고.


미오리네 씨..사랑해요.

그, 그게 슬레타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야..


그 한마디에 미오리네는 무너졌다. 미오리네는 귀를 막고 소리치고 싶었다. 주위 물건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싶었다. 도대체..도대체 왜 넌 날 증오하지 않는 거야.


그리고...돌아오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항상 곁에 있을게. 널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라고 말했어.


이제 그녀를 용서할 수 없었다. 넌 나를 원망했어야 했다. 난 너를 구하지 못했어. 넌 날 구했는데도. 그녀는 에리 앞에서 울부짖었다. 미안해 슬레타,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

미오리네는 방안에 틀어박혔다. 혼자서.

에리의 말 아니 슬레차의 말에 그녀는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 미오리네가 걱정됐는지 에리는 미오리네의 방 앞에서 1시간 주기로 서성거렸다. 그녀는 밥도 차려주었다. 그녀는 상냥하려고 노력했다. 마치 슬레타처럼..두 자매는 성격은 정반대였지만 이런 면에서는 닮았다. 결국 미오리네의 방안에는 먹지 않은 음식이 탑을 이루었다.

미오리네는 원망했다. 슬레타가 건담에 타게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프로페라를, 진실을 알려주지 않다가 그놈의 엄마 말을 듣고 슬레타를 사랑하지만 그녀와 맞서 싸운 에리를.

하지만 미오리네가 방에 있는 동안 그녀의 머릿속에는 최종적으로 단 한 가지 생각이 자리 잡았다.

어떻게 미오리네 렘블랑은 죽어야 할까?

그녀는 자기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슬레타를 배신한 자신이, 건담에 타게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인 자신이. 하지만 슬레타는 그녀를 저주하지 않았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너를 혼자 두지 않을 거야.

미오리네 렘블랑은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혼자인데..도대체 어떤 생각에서 나온 말일까.

미오리네 렘블랑은 자신의 방 안에 있는 약통을 모조리 버렸다.

그녀의 방에는 감기약을 비롯해 수면제가 있었지만 약 특히 수면제는 고려조차 안 하였다. 슬레타가 데이터 스톰에 죽어가며 신경이 끊어지며 겪었을 고통은 이와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슬레타는 그런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는데...어떻게 미오리네 렘블랑은 편히 죽을 수 있을까?

미오리네는 마지막 계산을 마쳤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학원의 정거장에 서있었다. 순백의 건담을 그녀는 바라다보았다.

그리고 괴물, 캘리번에 탔다.

미안해. 용서해줘.

물론 이걸로 속죄되지 않는 다는 것을 미오리네는 알았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그녀 없이는.

난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 미오리네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들은 궁금해할 것이다. 왜 파산한 베네리트 그룹의 딸이 그들에게 남은 자산 중 가장 귀중한 건담인 면에서 사망했는지. 뭐 크게 이슈화만 되지만 않으면 좋겠다.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하자.

딱히 자신을 찾는 사람들이 고생하길 바라는 건 아니였다. 하지만 사람이 많다면 자신은 마음을 바꿀 것이다. 미오리네는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결국 흰색 건담은 서툴게 검은 암흑 속의 우주로 출발하였다. 그리고 곧 학원의 불빛은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졌다.

...

차가웠다. 조종대를 붙잡은 손이 얼어붙을 것 같았다. 미오리네는 입김을 내뿜었다. 조금만 더 멀리 가서-

그녀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미오리네 렘블랑은 항상 우주에는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었다. 그저 어둡고 차가운 텅 빈 우울하기 그지 없는 아무도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을 공간.

하지만 눈이 암흑에 적응되자 그저 새까맣던 우주가 전혀 다르게 보였다. 보라색, 푸른색, 노란색, 붉은색, 초록색 형형 색깔로 빛나는, 우주를 수놓은 별들. 그리고 하나의 푸른 구슬.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리고

숨이 턱 막혔다.

절대 널 혼자 두지 않을 거야.

그녀가 들이마시는 공기가, 밤하늘에 박힌 별들이 그렇게 속삭였다. 이 세상의 물이, 흙이, 그곳에서 자라는 생명이, 저 하늘에 떠 있는 의미 없는 별들이. 그것들이 슬레타, 전부 슬레타였다.

그녀는 자신의 눈을 믿지 못했다.

지구는 슬레타의 푸른 눈이 되었다. 별들은 그녀의 머리카락, 얼굴, 눈을 이루었다.

그제서야 미오리네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였다. 그녀는 사라진 것, 죽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다.

데이터의 일부가 되어 분명히 그녀의 바로 곁에 있었다. 그녀의 언니가 그녀한테 그래 주었듯이.

미오리네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이 세계가 마치 그녀를 상냥하게,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고 미오리네는 느꼈다. 아니 확신했다. 그녀는 한 번도 미오리네를 떠난 적이 없었다. 슬레타는 항상 그녀 곁에 있었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미오리네를 증오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슬레타는 미오리네를 사랑했고 용서했다.

그녀는 미오리네를, 세상을 지키려고 했었다.

그 사실로 충분했다. 그 사실로만도 그녀는 일어설 수 있었다. 나아갈 수만 있을 것 같았다.

...

일주일 후 미오리네는 다시 정거장에 서있었다.

이제...미오리네, 지구에 갈 생각이야?

미오리네는 후련한 듯 한편으로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아니, 난, 난 수성에 갈 거야. 그 바보..의 꿈을 내가 이뤄줄거야. 그 다음엔 퀸 하버에 갈 거고 있고. 에리..넌 어떻게 할거야?

있잖아, 한번도 나 스스로 결정한 적이 없어. 솔직히 사람이랑 대화하는 것도 낮설고. 하,하지만 미오리네랑은 안갈거야. 나도, 슬레타처럼 나아가야 해. 혼자서 갈거야. 더 이상 엄마 말만 듣고 살 수는 없으니까.

미오리네는 에리를 안아주었다.

내가 너보다 나이 많은 건 알지? 에리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미오리네를 내치진 않았다.

슬레타가 그녀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녀보다 빨랐기 때문도 더 능력이 있었기 때문도 더 파르메트에 내성이 강해서도 아니였다. 슬레타는 에리를 사랑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주고 이길 수 있었다.

미오리네는 에리를 보내주고 정거장의 창문 너머로 그녀보다 훨신 거대한 세계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녀와 슬레타가 만난 것은 우연의 장난은 아니였을지도 모른다. 미오리네의 수성 같은 회색눈, 슬레타의 지구를 닮은 푸른 눈. 그들은 처음부터 서로의 이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으로 슬레타가 꿈꾼 것은 수성의 학교였다. 그리고 슬레타가 미오리네를 사랑한 것은 그녀의 두번째 자유의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미오리네는 슬레타의 고향에 가서 반드시 그곳에서 학교를 세울 것이다.

그것이 미오리네가 세상을 그리고 슬레타를 사랑하는 방식이였다. 그녀는 무한하게 끝없이 흘러 넘치는 우주와 별들을 바라보았다. 별똥별 하나가 검은 우주를 가르고 있었다.


최대한의 축복을 그녀한테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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