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섹프가 아닌 여자랑 보비는 이야기.txt - 대세는 백합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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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6

[💡창작] 이제 섹프가 아닌 여자랑 보비는 이야기.txt앱에서 작성

ㅇㅇ

2023.08.02 22:40:50

조회 1007 추천 26 댓글 1

딱히 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는 전편:

https://m.dcinside.com/board/lilyfever/1250246

솔직히 속이 좀 안 좋다.

어제 하루종일 맡은 고기 냄새는 아직도 방안에서 진동하고, 세 모금만에 들이킨 맥주 한캔은 아직 소화되지 않았고, 담배 필터에 칠해진 역겨운 단맛이 입술에 남아있다.

그런데 다들 한번씩 해봤잖아

감기 기운에 코를 훌쩍이고 온 몸이 아파와도, 부모가 사온 투게더에 가족들이 숟가락을 꽂기 시작하면 억지로라도 제 입안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집어넣는, 그런 것과 비슷한 경험

"대낮부터 이럴 거야?"

"응."

"어휴 진짜..."

좀 쓰레기같긴 하지만, 역시 내 침대 위에 누운 그녀가 가장 사랑스럽다.

티셔츠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복부를 만지니 피부에서 물기가 느껴진다.

아마 뙤약볕 밑을 달려온 나도 비슷한 상황이겠지.

잠깐 샤워라도 하고 나서 시작할까 고민했지만 아마 한번 시작하면 또 씻어야만 할테니 그만두기로 했다.

손을 더 깊이 파고들어 속옷부터 벗긴다.

"좀, 너 그거 하지마."

"이게 더 꼴려."

불평과는 다르게 그쪽에서도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어온다.

열린 가슴팍 사이로 긴 손가락이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그녀는 이렇게 벗기다 만 상태를 좋아한다.

윗도리 너머로 속옷의 속박에서 벗어난 가슴이 출렁거리는 것이 보인다.

이 순간이 최고로 꼴린다. 한시라도 빠르게 벌거숭이로 만들어 그 완벽한 몸을 확인하고 싶게 만드는 이 순간이, 천 한장을 사이로 가려진 윤곽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순간이

"후...시작해볼까?"

"빨리 하기나 해."

새침한 말을 내뱉고 있지만 잔뜩 달아오른 미소를 짓는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꼴리는 여자임에 틀림 없다.

상기되는 하얀 피부가, 흐트러지는 풍선껌 색 머리가,

치켜 올라간 눈매를 찡그리는 것이, 긴 손가락을 세워 등을 움켜쥐는 것이,

말할 여유 없는 숨소리와 애무할 여유 없는 몸부림이,

더운 공기를 가르며 살과 살이 닿아 뒤섞인 체향으로 방 안을 채워가는 것이

두번 다시 없을 정도로 생생하고 기분 좋아서 쭉 내 것으로만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질 수 없더라도, 누구도 그녀의 마음을 손에 넣을 수 없고, 내 마음의 그녀의 것인 한

내게 주는 것은 몸뿐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혼을 쏙 빼놓는 감각

격렬하게 흔들어 문지르는 허리놀림은 그 자극 뿐만 아니라 제어권을 잃어버린 레이스 카 같은 '격렬함' 자체에서 흥분을 이끌어낸다.

땀방울이 턱을 타고 아래로 떨어져 이미 축축한 그녀의 허리에 스며든다.

슬슬 끝이 다가온다. 그녀도 이를 악물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타이밍이 잘 맞은 모양이다.

"후...하...갈 것, 같아?"

"윽, 너, 도"

끝맺어지지 않은 말을 남기고 입을 맞춰온다.

숨에서 달짝지근한 냄새가 살짝 난다. 피나콜라다 향이다.

"!!!..."

숨을 들이쉬는 것 처럼 혓바닥을 빨아들여온다.

그녀의 허리가 나의 가랑이 사이를 밀어올리는 것을 느끼며, 나도 한 템포 늦게 끝을 맞이했다.

"하아...하아..."

"...평소처럼 섹스했네."

결국 마음가짐 하나로 X년 동안 해온 정사가 달라지진 않았다.

어쩌면 우린 그렇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점심은 먹었어?"

"...나가고 나서부터 술 밖에 안 마셨어."

"어제 저녁은?"

"아, 김치찌개 남았다."

대신 다 끝나고 난 뒤의 허무함도, X 같음도 없어져서

"앞으론 안녕이라고 하지 말고 영원할 거라고 해줘."

"그거, 노래 가사?"

"비슷한 거야."

참으로 오랫동안, 서로 허공에 삽질이나 해왔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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