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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메르하나 - 돌격, 디바의 하루

ㅇㅇ(223.33) 2017.07.28 11:40:13
조회 2966 추천 49 댓글 9
														



옴닉 사태는 많은 것들을 바꾸었다.

어떤 이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어떤 이들은 가족을 잃고, 어떤 이들은 목숨을 잃었다.

다들 그 아수라장 속에서 어린아이 혼자 살아남은 것은 천운이라고 했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듣고 자랐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고 애 혼자 남겨졌는데 그게 어떻게 천운이라고 할 수 있냐고. 한 때는 그렇게 빈정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삶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지. 때때로 목표라는 것은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지금처럼.


“박사님!”

“아, 하나 양.”


오전 훈련을 끝내자마자 의무실로 달려갔다. 박사님은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나를 반겨주었다. 언제나처럼 박사님은 예쁘고, 따뜻하고, 좋은 냄새가 난다. 그래서 난 박사님이 좋다.



박사님과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섯 살, 그 어린 나이에 나는 부모님을 잃었다. 온통 빨간 빛으로 물든 세계에서 어쩔 줄 모르고 울고 있을 때 나를 구해준 것은 하얀 천사였다. 반짝이는 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는 빨간 눈을 번뜩이며 공격하던 옴닉을 물리치고서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고, 그렇게 나는 옴닉사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내 인생의 목표는 그때부터 정해졌다.


“전 꼭 박사님하고 결혼할 거예요!”


박사님에게 잠시 거두어져 지내던 어느 날, 두 손을 꼭 쥐고 외치는 내게, 박사님은 예뻐 죽겠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대답하셨다.


“그래, 그래.”

“진짜예요. 정말이에요. 내가 어른이 되면 꼭 결혼할 거야.”

“그래, 그래.”


무려 두 번씩이나 강조해서 대답하신 걸 보니 박사님도 진심이었을 거다.

다른 꼬꼬마 애들 같은 경우엔 그걸로 넘어갔겠지만, 어릴 적부터 목표의식이 확고했던 나는 남달랐다. 그래서 말했다.


“그럼 각서 써줘요.”

“으, 응?”

“각서요, 각.서.”


돌아가신 부모님이 내게 남긴 교육은 그 때 가장 빛을 발했다. 중요한 약속이 있으면 종이에 적어 지장을 받으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애에게 가르치기에는 맞지 않는 반쯤 장난인 교육이었지만, 그것은 몹시도 소중하고 중요한 지적 유산이었다.


박사님은 당황해하셨지만 곧 미소를 띠고는 그러마고 약속했다. 나는 박사님의 책상 위에 있던 종이를 가져다가 그 위에 글씨를 썼다. 나는 네 살에 글을 뗀 영재였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송하나와 박사님은 어른이 되면 겨론x 결혼한다’


나는 그렇게 썼고, 종이 하단에 쓴 송하나의 옆에는 내 지장을, 박사님이라고 적힌 부분에는 박사님의 지장을 찍었다(나중에서야 생각난 건데, 박사님이라고 적지 말고 앙겔라 치글러라는 본명을 썼어야 했었지만 어쨌든 5살의 나는 그녀의 본명을 몰랐기에 박사님이라고만 적었다). 박사님은 종이를 받고 좋아하는 나를 몹시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셨다. 박사님에게도 이 각서가 본인의 안정된 미래를 위한 보험이 되리라는 걸 인지했다고 할 수밖에 없는 눈빛이었다.



그로부터 14년, 나는 박사님이 몸담고 있는 오버워치에 다다랐다.


대한민국 육군기동기갑부대 소속 대위, 코드네임 디바.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현재 오버워치의 돌격부대에서 최연소 요원으로 활동 중.

그게 바로 나다.


“박사님!”

“왜요, 하나 양?”

“우리 결혼 언제 할까요?”

“……오늘은 날씨가 참 맑네요. 훈련은 잘 끝냈나요?”

“그럼요. 오늘은 오전 훈련은 사격 훈련이었거든요. 제가 한 사격하잖아요? 모조리 명중이었죠, 뭐.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할까요?”

“……오늘 점심 메뉴는 뭐라고 하던가요? 슬슬 점심시간인데.”

“스테이크랑 파스타 중에 골라서 먹으라던데요? 그래서 우리 결혼은 언제 하냐니깐요?”


자꾸만 말을 돌리는 박사님의 가운자락을 붙잡고 보채자 박사님이 숨을 깊게 내쉰다.


“……하아, 하나 양. 하나 양은 아직 결혼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에요. 게다가 우린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잖아요.”

“23-5나 37-19나 차이 없는데 왜 그땐 되고 지금은 안 되는데요? 오히려 그때보다는 제가 어른이 된 지금이 적기 아닌가요?”


내 올바른 지적에 박사님이 당황하며 말한다.


“적기는 무슨 적기예요?”

“박사님도 더 늦기 전에 결혼해야죠!”

“더 늦기 전…… 제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나 양.”

“박사님 걱정이 곧 제 걱정이에요. 우리 각서 쓰고 지장까지 찍었는데, 벌써 잊으신 건 아니죠?”


내가 각서를 언급할 때마다 박사님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시선을 돌리신다. 에이 참, 이제 와서 부끄러워 할 건 없는데.


“심지어 전 다시 어려질 수도 없단 말이에요. 아, 윈스턴 아저씨한테 시간가속기를 개량해달라고 해볼까요? 몇 살 모습이 제일 좋으세요? 아무리 노력해도 5살 때 모습은 힘들 것 같은데. 메카 조종도 해야 하고.”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하나 양, 결혼은 서로가 사랑해서 하는 거예요.”


새삼 다 아는 일을 조곤조곤 설명하시는 박사님에게 나는 말했다.


“당연하죠. 그래서 저랑 박사님이랑 결혼하는 거잖아요. 제가 박사님을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박사님도 저 사랑하잖아요.”


이건 절대로 흔들릴 수 없는 만고의 진리다. 진지하고 엄숙하게 말하자, 박사님이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끄덕하다가 멈칫한다.


“거봐요. 둘이 사랑하는데 걸릴 게 뭐 있어요? 성별? 요새 누가 그런 걸 따져요? 나이차? 성인이 서로 좋다는데 뭐가 문제예요?”

“하, 하나 양……. 그게 아니라…….”

“됐어요, 박사님. 구차하게 이런 저런 말 붙일 필요 없는걸요. 저도 다 알아요, 박사님이 저를 생각해서 그런다는 거. 그런데 제가 좋다잖아요. 그럼 다 된 거 아니에요?”

“아니, 제가 하나 양을 사랑한다는 건,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런 뜻이 아니면 뭔데요? 사랑에 다른 뜻이 있어요? 그럼 매년 '사랑을 담아, 앙겔라 치글러'라고 보낸 연하장은 뭐예요? 보내는 편지마다 꼬박꼬박 답장도 주셔놓고선! 설마 그 동안의 편지가 거짓말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죠?”

“그건…… 하아.”


반박할 여지가 없는 내 말을 들으시곤 박사님이 이마를 짚으신다. 막상 결혼을 하려고 하니 머리가 아프신가 보다. 하긴, 결혼 준비가 복잡하다는 말은 익히 들어온 바다. 나는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박사님의 손을 꼭 붙잡았다.


“걱정 말아요. 전 식 크게 올리는 거 별로예요. 둘만 좋으면 됐지. 아, 그래도 박사님 취향은 알아야 하니까 카탈로그 나중에 가져올게요! 주문하러 가봐야겠다. 박사님, 그럼 이따 식당에서 봐요!”


나는 박사님을 꼭 껴안고-박사님은 당황하는 와중에도 포옹을 돌려주는 따뜻한 분이다- 얼른 숙소로 향했다. 초호화부터 간소한 결혼식에 이르기까지의 카탈로그를 모조리 긁어모아야지.


*


성인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오버워치에 쳐들어오기는 했지만, 그리고 박사님을 보자마자 결혼하자고 들이대기는 했지만, 당장 결혼하는 게 무리라는 건 나도 잘 안다. 왜냐하면 박사님은 정말정말 바쁘기 때문이다.


오버워치의 야전 의무장교로서 해야 하는 일도 많고, 기계신체에 대한 연구 때문에 연구실에서 숙식을 하는 경우도 잦고, 아나 사령관님을 도와 처리하는 서류 업무도 많다. 박사님이 세 사람 있어서 한 명은 의료 업무, 한 명은 연구, 한 명은 서류 업무를 담당하면 좋을 텐데. 아, 그렇게 되면 내가 한 몸으로 세 박사님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서 안 되려나.


“꼬맹이, 너 오늘도 박사님한테 차였다며?”


점심을 먹고 난 후-물론 박사님과 먹었다-, 훈련장으로 향했다. 오후 훈련 메뉴는 대련이었다. 파트너로 배정된 레나 언니랑 투닥투닥 싸우다가 휴식시간을 갖는데, 레나 언니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그런 말을 해왔다.


“차이긴 누가 차여? 박사님은 그저 쑥스러움이 많으신 거야. 그리고 레나 언니보다 내가 더 크거든?”

“얼마나 쑥스러움을 타면 6개월간 매일같이 청혼을 거절할 수가 있는 건데?”

“이씨, 박사님은 다 나를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키도 작은 언니가 마음도 작아선 어떻게 그 뜻을 이해할 수 있겠어?”

“이 꼬맹이가 말재주만 늘어서는 아주~. 처음엔 얼굴 빨개져서 아니라고 빽빽 소리만 지르더니 좀 컸다?”

“난 원래부터 언니보다 컸다니까?”


이 언니는 키는 나보다 작지만 스태미나는 더 높아서 장기전에선 내가 100% 딸리는데, 그걸 알면서도 꼭 휴식시간에 못 쉬게 나를 놀려댄다. 발끈해서 일어나자 아니나 다를까 먼저 일어서 있던 레나 언니가 가볍게 돌려차기를 시전 한다. 에이씨, 오늘도 쉬는 건 글렀네.

우리가 다시 대련을 빙자한 싸움을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또냐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나도 쉬고 싶다니깐? 레나 언니가 나를 못살게 괴롭히는 거라고!


그래도 처음보다는 실력이 늘어서 다행이다. 육군에 있었을 땐 메카 조종사는 조종술 연습과 사격 연습만 하면 그 외의 훈련은 눈감아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오버워치에 온 당시 내 백병전 실력은 형편없었다.

레나 언니는 내가 육군기동기갑부대 대위라는 걸 듣고서는 대련을 신청했고, 신고식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였던 나는 정신 차리니 의무실에 누워있었더랬지.


눈을 떠보니 걱정스러운 박사님의 얼굴이 들어왔었다. 매일 매일 사진으로 보아왔던 얼굴이지만, 14년 만에 실사를 목격한 감동은 사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박사님과의 감동적인 재회에 대해 내가 오랫동안 세웠던 수많은 계획은 그렇게 어그러지고, 결국 의무실 침대에 끙끙대며 누워서 재회의 인사를 나누었지.

훗날 레나 언니는 내 사정을 몰랐다며 사과했지만, 내 불화산과도 같은 분노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망쳐진 온갖 계획들은 어쩔 거냐고 쫓아다니며 씩씩댔던 게 레나 언니와 친해지게 된 경위다.



오늘은 그래도 저번 대련 때보다 1분은 더 버텼다. 힘이 빠져서 헥헥대는데 레나 언니가 웃으며 이온 음료를 건넨다.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보니 아직도 힘이 넘쳐나나 보다. 이 괴물 같으니.


“하나 양은 꾸준히 실력이 늘어가는 군요. 레나 양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헉… 헉… 파라 언니, 레나 언니가 휴식 시간을 방해하니까 실력이 쪼끔쪼끔씩 느는 거예요. 제대로 쉬면 3분은 더 버틸 수 있을 텐데!”

“야 꼬맹이, 전쟁에 휴식이 어딨냐? 내 덕에 실전경험 하고 좋은 거지. 넌 모의 전쟁을 경험해서 좋고, 나는 스트레스 해소를 해서 좋고.”

“스트레스 해소였냐고!”


다시 투닥거리는 우리를 보며 주위에서 기운도 좋다며 웃어댄다. 대련 한 번 할 때마다 힘들어서 진이 빠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매번 몸에 새기는 느낌이다. 진짜 죽겠다, 죽겠어.


*


훈련을 끝낸 뒤 샤워를 하고 숙소로 향했다.

생각 같아선 박사님한테 가서 놀아달라고 하고 싶지만, 이 시간부터는 박사님이 연구실에 틀어박힌다. 나는 아내 될 사람의 업무시간을 존중할 줄 아는 현명하고 준비된 신부니까 방해하지 말고 나도 내 일을 해야지.


사실 내 일이라고 해봤자 별 거 없다. 방에 들어와서 액자에 장식된 박사님과의 사진-14년 전에 찍은 사진이다-에 뽀뽀를 하고, 내 보물 상자에 오늘도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뒤, 도리토스 한 봉지와 음료수를 챙겨서 게임기 앞에 앉는 거다. 마냥 노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실사에 가까운 메카 조종술이나 전쟁 시뮬레이션을 연습하는 거라고. …물론 즐기는 기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아무튼 진짜다.



“하나 양, 안에 있나요?”


한참을 게임에 집중하는데 내 귀에 익숙한 음성이 꽂혀 들어온다. 총탄이 쏟아지는 전장 속에서도 알아들을 수 있는 박사님의 목소리다. 시계를 보니 저녁 7시 30분을 조금 넘긴 시간이다. 응? 이 시간에 웬 일이시지? 얼른 게임기를 멈춰두고 방문을 열자,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는 박사님이 서 계셨다.


“무슨 일이세요? 아, 혹시 제가 보고 싶어서 찾아오신 건-”

“아니고요. 하나 양, 그보다 이것 좀 보세요.”


박사님이 자연스럽게 내 말을 채가시곤 종이를 내민다. 받아서 보니 무슨 검사 용지다. 얼마 전에 6개월마다 한다는 정기검사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근데 이게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당연히 있죠. 하나 양, 대체 식사를 어떻게 하길래 영양실조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점심은 저랑 같이 먹잖아요? 게다가 만성피로는 또 뭐고요. 정밀검사를 한 번 해봐야겠…… 입가에 그건 뭐죠?”

“네?”


박사님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내 얼굴을 보더니 방 안을 들여다본다. 커다란 스크린 앞에는 방금 전까지 내가 쥐고 있던 게임기와 터진 도리토스 한 봉지, 그리고 닥터페퍼가 한 캔. 박사님의 눈이 세모꼴이 된다.


“또 과자를 먹었군요. 혹시 저녁 식사는 했나요?”

“아뇨.”

“…아침 식사를 하긴 하나요?”

“안 하는데요.”

“…잠은 언제 자죠?”

“6시쯤에요.”

“아침 말이죠?”

“네.”


내 말에 박사님이 이마를 짚으며 끙 소리를 내신다.

아니, 하지만 어쩔 수 없단 말이야. 아침에는 오전 훈련시간이 있기 전까지 자기 바쁘다. 스타 배틀전이 열리는 시간이 오버워치 기준으로 밤 11시이기 때문이다. 끝나는 시간은 대개 5시. 게임 내용을 복기하다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가서, 동이 트기 시작할 때는 잠이 쏟아진다.


“하아…… 내일부터는 아침 8시에 식당으로 나오도록 하세요.”

“네에? 그땐 한참 자고 있을 때인데…….”

“저랑 같이 아침 먹어요.”

“일곱 시 오십 분까지 식당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칼처럼 대답하자 박사님이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쉰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까지 한다. 머리가 아프신 모양이다. 거 참, 매일 이렇게 일에 파묻혀 사니깐 머리가 아프지. 나는 주머니를 뒤져서 비타민 사탕을 꺼내 박사님 손에 쥐어드렸다.


“이거라도 드시고 힘내세요, 박사님. 너무 일이 힘들면 쉬었다가 좀 하시고요.”

“하나 양이 절 도와준다면 훨씬 힘이 날 것 같은데요.”

“그럼요, 뭐든지 말씀하세요! 제가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도울게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의욕에 가득 차 말했더니 박사님이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아, 네, 말이라도 고맙네요 하나 양. 그럼 일단 지금 저녁 식사나 같이 하도록 하죠.”

“네? 저 배 안 고프…… 생각해보니 배가 많이 고프네요. 그럼 내려갈까요?”


박사님의 눈초리가 매서워지길래 얼른 방문을 닫고 나왔다. 식당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박사님의 손을 잡고 내려간다. 부드럽고 따뜻한 손이라 기분이 좋다. 싱글벙글 웃는 내 얼굴을 보더니 박사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오늘부턴 저녁 식사도 제대로 하도록 하세요.”

“네-.”

“대답만 하지 말고요. 식사를 매번 빼먹으니 영양실조가 올 수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잠은 12시 전에 꼭 자도록 하세요.”

“에- 그때는 배틀전 해야 하는데…….”

“그래야 아침에 일어나서 저랑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죠. 설마 비몽사몽으로 밥만 먹고 말 건 아니죠?”

“그건 당연히 아니죠! 하… 그럼 배틀전 하는 서버를 다른 대륙으로 옮기도록 할게요. 그럼 12시 전에는 잘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하도록 해요, 하나 양.”

“저 지금 박사님 말 되게 잘 듣는데, 박사님도 제 말 하나만 들어주면 안 돼요?”

“뭔데요?”

“우리 결혼 진짜 언제 해요?”

“……저녁 메뉴가 뭐죠?”


또다시 말을 돌리는 박사님이다. 나는 쌩긋 웃고서 박사님의 손을 고쳐 잡았다. 뭐 당장이 아니래도 좋겠지. 6개월 전에는 잡지 못했던 손도 이렇게 잡고, 내일부터는 하루 세끼 식사도 같이 하니까.


내 목표는 14년 전부터 확고하다. 박사님과 결혼하는 것. 나는 현재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보물 상자 안에 있는 각서가 현실이 되는 날까지 계속 노력할 거다.


“아까 레나 언니가 스튜라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 결혼 언제 하냐니깐요?”


그러니까 그 전까지는, 이런 일상을 즐기도록 해야지.

디바의 하루는 오늘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끝.

짤은 모티브.



* '하나메르하나 - 메르시의 당혹스런 나날'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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