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현…. 서연은 무심한 표정으로 노트 귀퉁이에 그 이름 세글자를 끄적였다. 이상하게 신경 쓰이는 이름이었다. 저번 연도엔 신경은커녕 있는지도 몰랐던 앤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지금은 가만히 있어도 시야 안에 들어왔다. 서연은 이름에서 시선을 뗀 채 고개를 기울였다. 구석 자리에 있는 듯 없는 듯 앉아 있는 수현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종류의 관심인지는 저도 잘 몰랐지만 왠지 거슬렸다. 서연은 적어 놓은 세글자와 구석에 앉은 수현을 두 어번 번갈아보고, 이름 위를 펜으로 직직 그었다. 뭐든 간에 거슬리는 건 딱 질색이다.

 서연은 제 옆에서 조잘거리는 아이들의 말을 건성으로 대꾸하며 여전히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수현을 흘끗거렸다. 학기 초 특유의 소란스러움은 수현에겐 해당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엎드려 있는 수현을 물끄러미 보던 서연은, 그 위에만 우중충한 먹구름이 껴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넌 뭐가 그렇게 우울하니. 서연은 마음 속으로 수현에게 말을 걸었다. 서연은 대답을 기대하는 대신, 수현이 책상에 엎드린 탓에 등에 달라붙은 블라우스의 선을 눈으로 좇았다.

 "백수현."

 수현은 제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맑은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처박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멍한 정신으로 창 밖을 보니 벌써 노을이 지고 있었다. 멍청한 표정으로 창 밖을 보던 수현은 곧 꿈결에 들었는지 진짜로 들려왔는지 모를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꿈뻑. 눈가를 잔뜩 찌푸리고 있었지만 거기 사람이 서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연은 수현의 느린 반응에 속이 터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불만스럽게 수현을 내려다보았다. 잠에서 덜 깬 채 느리게 행동하는 걸 보고 있으면 게으른 곰 새끼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더 나빠졌다. 수현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거."

 "?"

 "선생님이 전해달래서."

 서연이 제법 친절하게 웃으며 회색빛 종이를 내밀었다. 수현은 제게 내밀어진 종이를 받고는 그 위에 적힌 글자를 눈으로 읽어 내려갔다. 기초수급자 지원…. 수현은 한쪽 눈을 찌푸리며 다시 서연을 올려다보았다. 서연은 여전히 비스듬하게 서서 수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고마워."

 한참동안 눈을 마주치고 있던 상황을 깬 건 수현이었다. 수현은 담담하게 감사 인사를 건네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방걸이에 걸린 낡아빠진 검은색 가방을 휙 등에 메더니, 서연의 옆으로 지나쳐간다. 서연은 수현의 책상 가장자리를 짚고 서서, 뒷문으로 나가는 수현의 뒤태를 뚫어져라 보았다. 신발을 챙겨 복도 저편으로 사라지는 걸 확인한 서연은 곧 비뚜름하게 웃으며 수현의 책상을 내려다보았다. 다리 예쁘네. 

쓰다쌋다 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