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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회사원이 야근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글 .txt

dd(1.237) 2017.08.06 00:07:59
조회 2189 추천 4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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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근을 끝내고 겨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보통이라면 이런 으슥한 골목길 따위는 발도 들여놓지 않았겠지만, 이 길이 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사실이 그녀를 그 골목길로 들어가게 했다. 평소에 약한 여자들을 노리는 범죄에 대한 이야기나 경고를 많이 들어서 주머니 혹은 가방에 호신도구를 한개씩 들고 다녔다. 그런 조심성 많은 그녀가 대낮에도 발을 들이지 않는 골목길을 통해 집에 가고 있다는건 정말로 야근이 피곤해서 빨리 집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겠지.


 당장이라도 힘이 풀려 주저 앉을것만 같은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골목길의 중간 쯤에 다다랐을 쯤에, 문득 자신의 걸음과 똑같은 박자로 들려오는 다른 걸음걸이를 깨닫고 그녀는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호신도구를 손으로 꽉 쥐었다.


 '제발 나랑 상관없는 행인이었으면. 제발.'


 지금까지 실제로 써본적도 없는 호신도구를 계속 쓴 적 없는 상태로 두고 싶었던 그녀는 속으로 계속 외쳤다. 제발 그냥 지나가. 제발. 하지만 중간에 다른 길로 빠지는 지점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따라오는 걸음걸이는 다른 곳으로 가버리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거리가 줄어들고 있었다. 앞으로 몇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까, 대략 5미터? 차마 뒤를 돌아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자신의 뒤에 있는 그 누군가와의 거리가 줄어들수록, 그리고 그 시간을 보낼수록 점점 그녀의 머릿속에는 최악의 시나리오 몇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능성 1번. 강도일까? 내 지갑에는 현금이 별로 들어있지 않았고, 신용카드 한두개만 있을 뿐이었다. 이걸 갖고 강도는 만족하고 가버려줄까? 가능성 2번. 강간범이라던가. 그녀는 남자의 성기를 굉장히 징그럽고 불결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누군가와 사귀는 일 따위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근데 그런 자신의 몸에 그 혐오스러운게 닿는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가능성 3번. 여기서 더 심한거면, 살인. 그녀는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하지 못한 일도 많았으며 자신이 죽으면 슬퍼할 사람도 많았다.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살인이 정말로 무서운 이유는 강도 혹은 강간의 끝을 장식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었다. 고통은 고통대로 받고, 결국 죽어버린다. 이쯤 상상한 그녀는 토할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나체 상태로, 몸에는 더러운 남자의 흔적이 남겨진 채로, 시체로 발견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버려서. 


 그녀는 이런 도움 안되는 상상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다시 현재의 상황으로 돌아왔다. 골목길은 조금만 더 가면 끝나고 큰 길이 나온다. 아주 밝고, 이런 밤중에도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면서도 근처의 도로로는 경찰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그런 길. 제발 내 뒤의 사람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큰 길로 빨리 나가고 싶어하는 행인이길.


 슬슬 손에 몰래 쥐고있는 호신도구에 땀이 묻어 흥건해질때 쯤,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의 기침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듣고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강도보다는 강간이 더 무서웠던 걸까, 뒤에 있는 사람이 여자라는 것에 너무 안심했다. 아까까지 상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 따위는 머릿속에서 다 지워버렸다. 그리고 집에 가서 뭘 할까, 즐거운 상상으로 머리를 가득 채웠다.



 슬슬 큰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이 가까워질 수록 점점 행복해지던 그녀의 팔을 뒤에 있던 여자가 잡아 제압하고는 그림자가 져서 밤에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한 어두운 곳으로 끌려갔다. 뒤에 따라오던 여자는 그녀의 입을 막아 소리를 죽이고,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내가 여자라고 안심했지? 유감이네."


 그 후 그녀가 당한 일은, 상상했었던 최악의 시나리오의 2번에서 그리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혐오스럽게 여기는 남자가 아닌, 어쩐지 좋은 향이 나는것 같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목소리도 예쁜 여자가 자신의 몸을 난폭하게 다루었을 뿐.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득 정신을 되찾은 그녀는 자신의 겉옷이 아닌 속옷만 없어진것과, 아직 시간이 그리 많이 흐르지 않았다는걸 겨우 파악했다. 몸이 조금 욱신거리긴 했지만 딱히 다친곳은 없었고, 겉옷은 멀쩡해서 반 나체 혹은 나체로 집까지 걸어가야 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옷을 대강 추스르면서 그녀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기계적으로 옷을 제대로 입기만 했다. 혹시 없어진 물건은 없을까 하고 찾아보았지만 자신이 잃은 물건은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찢어진 브래지어와 팬티 뿐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잠시 보고 있다가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녀는 아무 생각도 안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고, 스스로가 걱정되었다. 그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이런 일을 당하고도 이런 생각을 해? 하지만 자꾸만 그 생각이 떠올랐다.


 '내일도 야근 하려나?'






ㅡㅡㅡㅡㅡㅡ


예전에 여자끼리 하면 노카운트라고 하는거 보고 빡쳐서 여자끼리도 카운트 해야된다 하는글 본거 떠올리고 나서 쓴건데 어떻게 그걸 보고 저런걸 썼는지 모르겠다


짤은 어디선가 주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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