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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단편) 품위있는 그녀모바일에서 작성

랑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06 14:41:06
조회 2465 추천 30 댓글 9
														

- 우아진이에요. 지금 당장 만나야겠어요.
그 쪽으로 갈게요. -

복자의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항상 그렇게 도도하더니..
드디어 먼저 연락 해오는구나.
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짜릿한 쾌감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는다. 이대로 있을 순 없지. 귀한 손님인데.
최대한 그녀에게 걸맞는 모습을 보여야지.

서둘러 와인셀러로 다가가 최고급 와인과 글라스 셋팅을
마치고 문을 활짝 열어놓는 것과 동시에 또각또각,
힐이 내는 규칙적인 소리가 온 복도를 울렸다.

우아진.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이곳에서 항상 자신에게 한결
같은 호의를 내비치던 여자.
더럽고 지긋지긋한 쓰레기통에서 유일하게 빛나던 존재.

조용히 자리에 앉은 아진의 눈이 복자의 한껏 치장한 외모를 무미건조하게 훑더니 보란 듯이 셋팅해놓은 와인 글라스에서 멈추며 피식 실소를 흘린다.

"이 난리를 쳐 놓고, 원하는 게 고작 이런 거였어?"

복자의 몸이 살짝 움찔거린다.
요 몇 달 간 지내보니 알 수 있었다.
이들의 삶이 생각만큼 재밌지 않다는 것.
지루하고 피곤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지금 아진에게 그런 티를 조금이라도
보여선 안된다. 행복하지 않다는 걸, 숨겨야 한다.

"이런 거라니? 난 지금 무-지하게 행복한데.
돈이란 게.. 참 그래. 왕이 되게 해준다고.
존재하는 모든 건 다 가질수 있어.. 맘만 먹으면.
심지어 사랑마저도. 안그래, 우아진씨?"

아진의 눈썹이 꿈틀한다. 복자가 뭘 비꼬려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못난 전남편.

"당신이나 나나, 근본은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아?
시작점은 틀렸어도.. 우리가 욕망하는 건 결국
같다고. 재벌집 며느리로 살던 당신이나, 늙은 회장님의
젊은 가정부 부인이나."

"...난 내가 정당하게 가져야 할 것만 욕심내. 난
그것들을 가질 자격이 있어."

정당하게 가져야 할 것이라고? 복자의 속이 뒤틀렸다.

"지금의 영풍펄프에 새로운 신사업을 제안해 사업확장을
하게 한 것도 나고, 그것에 대한 인센티브로 내가 산 집이야. 난 딱 거기까지. 내가 가져야 할 것만 욕망해.
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건 손대지 않아. 그게 당신과
나의 차이야."

"내가 이 정도도 감당 못할것 같아? 말은 그렇게 해도  여기까지 온 것보면, 결국 내 돈이 탐나서 온거잖아.
나 있지? 지금은 당신을 내 앞에 무릎꿇게 만들만한 돈을 가지고 있다구. 그것도 엄청. "

"아니? 난 당신에게 절대 무릎꿇지 않아. 난 돈보다
더 중요한 걸 찾았거든."

아진이 숨을 고르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다시 모든 걸 돌려놔."

"싫어. 내가 왜?"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의사 무능력 상태에서 당신에게
주식을 증여했어."

여유롭게 와인을 들이키던 복자의 손이 멈칫,한다.
"치매? 우리 아진씨. 아마추어 같이 왜이래?"

"아마추어? 하!"

아진이 썩소를 지으며 클러치백에서 주섬주섬,
서류를 꺼내 복자에게 던진다.
대충 종이를 펼쳐들던 복자의 눈이 커진다.
병원 진단서. 상단에 안태동. 회장의 이름 석자가
적혀있는 것과 동시에 혈관성 치매 라는.병명이
눈에 들어온다.

"아버님이 당신한테 순순히 주식을 양도할때,
내가 이런 뒷처리도 안했을 거라 생각해?
아버님 대신 주식반환 청구 소송할거야."

"...뭐?"

복자의 평정을 가정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세상이 우스워? 우습게 얻은 건
우습게 뺏기게 되어있어. 그게 세상 이치야.
당신이 가진 돈과 진단서, 그게 세상이야.
가짜는 가짜끼리 붙여야지?"

안쓰러울 정도로 벌벌 떨면서도, 복자는 마구
악다구니를 써대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당신의 가치도 못알아보는
병신같은 남편, 질투와 시기에 눈먼 가족들, 그런 것들에게 당신같은 사람이 뭐가 모자라서!!!! 사실, 벗어나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거 아니었어?  돈이 탐난다면, 이제 내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당신이랑 나랑 둘이 힘을 합친다면 더 큰
회사를 세울 수도 있다고! 그 거지같은 집안 인간들 눈치 볼 필요 더 이상 없단 말이야. 그러니까-"

"말했지? 돈은 나에게도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 난 그냥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을 뿐이야."

아진이 조용히 말하며 일어서서 뒤돌아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각 발걸음을 멈추며 덧붙인다.

"난.. 사실 당신이 행복하길 바래.
행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는거야.
이렇게 된 데에는 내 책임도 있으니까. 박복자씨."

이 집안에 처음 신분상승을 바라고 들어왔을 때는
오로지 돈. 돈뿐이었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가질 수 있는 그들의 삶을
동경하고 부러워했다. 그런 와중 만난 사람이
우아진이었다.
어딜 가든지 항상 빛나는 그녀.
처음엔 그저 닮고 싶을 뿐이었으나, 나중엔 점점 가지고 싶어졌다. 내가 그녀가 될 수 없다면 가지면 된다.
가진 것 없는 내가 그녀를 능가할 수 있는 건
역시 돈 뿐일것이다. 그것만이 내가 아진을 곁에 둘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왔으니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돈이 아니라면, 다른 걸 찾으면 돼.

복자의 얼굴이 우는 듯 웃는 듯,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어제 우연히 지나가다 딱 저 장면보고
삘꽂혀서 썼는데..
후편쓰려했는데 쓰다보니 왠지무서워져서...흐미..
둘이 케미넘나조흔것입니당.. 희선언냐 미모 헠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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