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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소오설) alleyway - 1 -

shortsen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06 22:12:19
조회 999 추천 2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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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중의 그 골목에서 얼굴도 못본, 손의 감촉과 목소리만 아는 여자에게 강간을 당한 이후로 몇주가 지났다. 그 날 이후로 야근을 하면 그 골목길을 통해 집에 귀가하는게 일상이 되었지만 그녀가 그 여자를 다시 만난 일은 없었다. 그녀의 찢어진 속옷이 버려진 곳은 정말로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곳이어서 지금까지도 그곳에 방치되어있다. 그녀는 그 찢어진 속옷을 앞에 둔채로 벽에 기대고서, 그때 당한것 처럼 손으로 가슴이나 음부, 음핵을 만지면서 자위를 했다. 매번. 매번 야근 후 귀가 할 때 마다 그랬었다. 누군가 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그 여자의 손의 감촉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여자가 은근히 다시 찾아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오지 않았다.


 찾을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목소리 조금 들은것, 손의 감촉을 아는것. 이걸로는 사람을 찾기엔 역부족이다. 본인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누군가 그 여자와의 관계를 물었을때 "나를 강간한 여자"라고 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 여자를 다시 찾고 싶은 이유를 물었을때 "육체관계를 지속하고 싶다"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쉬는 날이면 괜히 혼자서 이리저리 걸어다니고는 했다. 그때 느꼈던 그 여자의 체형과 비슷한 여자가 지나가면 빤히 쳐다보기도 했고, 반쯤 무방비한 상태로 멍하니 서있기도 했다. 다 소용 없었다. 대략 1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그녀는 그 여자와 다시 만나는 것을 포기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길거리에서도 그런 것을 생각하게 돼버려서 정상적인 생활도 힘들어졌다. 이제 잊어버리자, 하고서 그 여자에 대한 생각을 안하려고 굉장히 노력했지만 그 노력은 자고 있을때, 그 여자가 꿈의 형태로 나타나서 박살내버렸다. 



 그렇게 반쯤 정신을 빼놓고 살던 어느날. 그녀는 회사에서 실수를 하여 직장 상사에게 크게 혼나는 바람에 안좋아진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해 자주 가던 바에 갔다. 평소에는 와인을 마시는걸 좋아했지만 그 날은 그저 취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으므로 최대한 빨리 취할 수 있는 칵테일을 여러잔 시켜서 원샷 하듯 마셨다. 그렇게 몇잔을 들이키고 나자 완벽히 '취했다'고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서 테이블 위에 반쯤 엎드린 상태로 자리를 지켰다.



 -


 잠깐 잠들었다가 깨어난 그녀는 얼굴을 들 기운은 나지 않아서 겨우 정신만 차린 채 엎드려 있었다. 그러던중 어떤 사람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는 소리가 났다. 그냥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거겠지, 했지만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이 사람 여기 있었네."


 "아시는 분 인가봐요?"


 "잘 알지는 못하구요. 음, 원나잇 한 관계정도."


 바텐더 언니는 굳이 그 여자에게 더 말을 시키지 않았고, 엎드려 있던 그녀는 잠시 그 여자의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알긴 아는데, 잘 알지는 못하고, 원나잇. 그리고 이 목소리 어디서 들어봤더라. 정신이 아직 술기운에 잠겨 있는 바람에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옆자리의 그 여자가 엎드려 있는 그녀에게 가까이 와서는 그녀의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허리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슬슬 일어나세요, 잠꾸러기씨."


 그 순간 그녀는 뒷통수를 누군가가 커다랗고 단단한 물체로 때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평소에 그런 비유를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던 그녀였지만 정말로 그런 충격이 느껴진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그 외에 그녀가 느낀것은 그 여자의 목소리, 손의 감촉. 그리고...그리고...


 "어딜 만지는거야?"


 왜 굳이 허리를 만지는지에 대한 불만. 안그래도 요즘 살이 찌는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는데, 굳이 허리를. 굳이. 팔도 있고 다리도 있고 허벅지도 있는데 굳이 허리를. 보통은 이런걸로 안따질텐데, 이것도 술주정의 일종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그때 그 여자를 다시 만났다는 생각이 금새 머리를 가득 채웠다. 뭐라고 말해야하지? 그동안 계속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만나니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서 그 여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가장 먼저 떠올린 말을 내뱉었다.


 "이 강간범 새끼야!!"


 그 여자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가 그녀의 말....그녀의 외침을 듣고서 표정이 굳었다. 새벽이라 남아있던 손님이 그녀와 그 여자밖에 없었던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바텐더 두명이 그 말을 듣고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그 두사람 앞으로 모였다.


 "저희가 어지간하면 손님들 일에 깊게 관여 안하는 편이거든요. 근데 방금 그 말은 조금....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데, 무슨 일이에요?"


 바텐더들은 나란히 그 두 사람 앞에 섰다. 그 여자는 당황하며 그녀를 앉히고 진정시키려 했고 그녀는 일단 고분고분하게 따랐지만 계속 무어라고 그 여자에게 소리쳤다. 바텐더 둘은 조금 당황한 눈치였지만 딱히 걱정하는 기색 없이 그 상황을 재밌어했다. 겨우 그녀가 진정했을때 바텐더 중 하나가 그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아까 원나잇이라고 하신것 같은데."


 "어...네..그러니까..일종의 원나잇...이죠."


 "이 썅년아! 너는 한밤중에 어디 뒷골목에서 강간하는것도 원나잇으로 치나보지? 응?!"


 그 여자는 그녀가 자신에게 무언가 악담을 퍼부을때 마다 멋쩍게 웃으며 그녀를 진정시키기에 바빴다. 바텐더들은 자기들끼리 무어라 대화를 하다가 두 사람이 티격대격 하는것을 멈추게 했다.


 "자, 그러면...일단 그쪽 손님부터 말해보세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잠깐 멍하게 있다가 곧 울먹거리더니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요 제가요 예? 야근하고 집에 씨 가고 있는데에 막 뒤에서 몰래 따라오면서요 막 막 저 막 잡아가지고 막 입 막고 어디 끌고가서 속옷 벗기구 막 만지구 쑤시구 물고 빨고 그랬다구요 저 사람이이!"


 그녀는 그러고서 다시 테이블에 엎드리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 여자는 아랫 입술을 깨물고 가만히 있었고 바텐더들은 그 여자에게 질문했다.


 "저 말이 다 사실인가요?"


 ".......음.........어.........네."


 바텐더들은 그 말을 듣고서 밝은 미소를 지은채 그 여자를 바라보았고, 그 상태로 한 바텐더가 입을 열었다.


 "야, 경찰불러."


 "알았어."


 바텐더 둘은 자기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려고 했고, 그 여자와 울고있던 그녀가 각각 바텐더 한명씩 붙잡고 "안돼요!" 라면서 말렸다. 바텐더들은 그 여자는 그렇다 치고 그녀가 말리는걸 보고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핸드폰은 다시 집어넣고 두 사람을 앉혔다.


 "이 사람이 당신 강간했다면서요? 그러면 경찰에 신고해야죠."


 "...그치만.....그치만.......좋았...는데....요....."


 그 말을 들은 나머지 셋은 약 2분동안 경직된 상태로 그녀의 말을 계속 곱씹으며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특히 그 여자는 그 말을 듣고 나서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결국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테이블에 엎드려버렸고 바텐더들은 그 여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자기가 강간해놓고서."


 "강간범이 부끄러워하네."


 "닥쳐요..."


 바텐더들은 이 상황이 재미있긴 했지만 어쩐지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 됐다는걸 깨달았다. 단순히 성희롱이나 상호간의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성교 따위가 아닌, 정말로 심한 강간의 피해자와 가해자. 근데 어째서인지 피해자는 가해자를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까? 잠시동안의 생각후에 바텐더들은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신경 안쓰는것.



 "자, 이제 슬슬 가게 문 닫고 정리해야 하니까 두분 다 나가주세요."


 "계산도 잊지 마시구."


 그렇게 내쫓아진 그녀와 그 여자는 나란히 바 문 밖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ㅡㅡㅡ


길게 연재할거라면 제목이 있어야지! 하고 지었음

그리고 이번편 까지는 다들 이름이 안나오고 그녀 그여자 바텐더들 이렇게 언급되서 읽기 불편할거같은데 이거 글이 그냥 기껏해야 한두번 쓰고 끝날것 같아서 이름을 안지어놔서 그럼 


그녀 - 최 가연

그 여자 - 한 성

바텐더 1 - 이 소선

바텐더 2 - 이 소희


다음편부터는 이름 적으면서 쓰겟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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