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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토요 인터뷰]이국종 “외상센터 의사 1년에 네번 집에 가”

ㅇㅇ(58.236) 2017.11.17 13:14:01
조회 1690 추천 31 댓글 15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장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사경을 헤매던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홍중식 출판국 기자 free7402@donga.com

깊은 밤 휴대전화 수신음에 잠이 깼다.

“오늘 먼 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중략) 환자는 살았습니다. 외과 이국종 배상.”

15일 오전 1시 47분 도착한 문자메시지다. 졸음이 채 가시지 않은 머리로 한동안 ‘이게 무슨 소린가’ 잠시 생각했다. 기억 저편에서 수술실로 걸어 들어가던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아주대 의대 교수)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어제 수원 아주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외상센터)로 그를 인터뷰하러 갔었지.’

비로소 어제 일이 하나둘 눈앞에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이후 사경을 헤매던 석해균 선장을 극적으로 살려냈다. 당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는 줄기차게 ‘우리나라 외상환자 진료 실태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 결실로 이듬해 이른바 ‘이국종법’으로 불린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에 따라 외상센터가 건립되기까지는 그 후로도 한참이 더 걸렸다. 외상센터 1주년 기념식을 연 게 올 7월 12일이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었다. 이 교수가 그동안 수많은 중증외상 환자의 생명을 구한 공로로 최근 ‘포니정 혁신상’을 받은 소감도 물어볼 참이었다. 

그러나 인터뷰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응급환자가 계속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추락, 교통사고 등으로 피를 흘리는 이가 외상센터 트라우마 베이(Trauma Bay·외상소생실)에 실려 올 때마다 이 교수는 인터뷰를 끊고 “미안합니다만 지금 환자가…” 하며 사무실 밖으로 달려갔다. 중증외상은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신체 손상’을 의미한다. 의사는 최대한 빨리 출혈을 잡고, 손상된 장기를 꿰매거나 절제해 생사기로의 환자를 ‘삶’ 쪽으로 잡아끌어야 한다. 여기선 1시간 이내를 ‘골든아워’라고 한다. 이걸 넘기면 환자를 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40병상이 있는 외상센터 중환자실에도 이 교수가 돌봐야 할 환자가 가득했다. 

이 교수는 2000년대 초반,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의대에서 외상외과 공부를 한 뒤 10년 넘게 석 선장을 비롯한 수많은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는 데 분투해왔다. 그러나 이날 인터뷰를 하며 그는 자신이 지쳤다는 걸 굳이 감추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외상센터 후배 의사 중 한 명은 1년에 네 번밖에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간호사 사직률은 연간 35%에 이른다. 이 교수도 과로와 스트레스로 왼쪽 눈 시력을 거의 잃었다. 그는 “이건 도저히 지속할 수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이번에 정부에서 의료 보장성 확대를 얘기하는 걸 보고 대체 뭔 소린가 싶었어요. 지금 의료현장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잖아요. 그런데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건 전방 병사들이 온 몸을 던져 간신히 전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에요. 거기에 보급을 강화할 생각은 안 하고 ‘돌격 앞으로!’만 외치겠다고요. 그게 되겠습니까.”

이 교수가 목소리를 높이는데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경기 안성에서 40대 남자가 지게차에 깔렸다는 소식이었다. 이날 수원에는 굵은 비가 내렸지만 그는 헬기를 타고 곧장 환자에게 날아갔다. 30분쯤 뒤 응급처치를 끝낸 환자와 함께 착륙한 뒤엔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급히 인사를 나눈 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오전 1시 47분 그가 보낸 문자는 기자에게 남긴 경과 보고였다. 이 교수가 그 5시간여를 어떻게 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 내내 수술실에 있었든, 아니면 예고 없이 들이닥친 또 다른 환자들과 씨름했든, 그는 새벽에야 ‘환자는 살았습니다’라는 소식을 전할 여유를 찾은 것이다. 

“(외상센터가) 이렇게는 오래 못 갈 거예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러다 헬기에 올라타던, 수술실로 들어서던 이 교수 모습이 차례로 떠올랐다. 그에게 끝내 1주년 된 외상센터의 성과를 묻지 못했다. ‘포니정 혁신상’ 수상 소감도 듣지 못했다. 외상외과 의사로서의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골든아워’가 끝나기 전 진짜 서민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만들 수 있을지 물어야 할 질문만 더 늘어났다.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ore8/3/all/20170819/85889131/1#csidxf4eed19530d07e8a61045ef3782e18e onebyone.gif?action_id=f4eed19530d07e8a61045ef3782e18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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