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 현관에서 전투화를 벗은 군붕이는 발냄새를 발자취로 남기며 거실을 가로질러 빨랫대로 가 수건과 갈아입을 츄리닝으로 꺼내 두엇다
생일 며칠전 그냥 넘어가기는 뭣 해서 부대 회식도 시켜주고 간부들을 중국집에서 거하게 술을 사주엇지만(원래 생일잔치로 중국집이나 회관을 가는 이유는 홀이 넓고 음식이 양이 많으니 사람 많이 읹힐수 있기 때문임) 그래서인지 당일은 조용하다
어릴때 생일선물로 나xx 에어xx를 받아(그때는 짝퉁도 난발할 정도로 명품이자 학생들 꿈의 신발이엇슴) 동네를 뛰어다니던 그는 이제 어두운 관사에서 전투화를 대충 정리하는 궁상맞은 아저씨가 되어버렷다
썬크림을 발라도 직사광선 탓인지 검게 탄 얼굴과 파인 주름은 할아버지 소리나 듣게 만들고...
씻고 나와 머리를 수건으로 터는데 낮에 온 문자중에 안 본게 잇엇는지 핸드폰이 울린다
생일축하 메세지인가 싶어 열어보아도 [웹발신]오늘은 xx카드 결제일로 통장에서 자동이체 출금될 예정입니다 하는 메세지만 뜰 뿐이다
냉장고를 열엇다
얼마전 관리관이 축하한다면서 따로 빼주신 화요 한병이 남아잇엇다
냉장고에 붙은 가게 광고 딱지를 뒤져 안주로 쓸만한 족발집 연락처를 찾아본다
(여긴 배민 안됨)
여기 xx아파튼데요 족발 소짜 하나만... 소짜 하나는 배달이 안 돤다구여? 제가 찾으러 갈께요
이럴줄 알앗으면 올때 시킬껄
약 30분 후 족발을 들고 돌아온 군붕이는 샤워를 하기도 애매한 몸 상태를 보며 대충 손발만 딲고 자기로 타협을 한다
소주잔이 없어 대충 종이컵에 술을 따라 몇잔을 마시다보니
술기운에 냉장고 옆에 액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임관 사령장
xxxx에 임함
군붕이는 문득 예전에 비디오로 본 영화에서 주인공 형사가 라면 받침으로 자신의 임관사령장을 쓰는걸 생각하며 비틀비틀 벽에서 액자를 떼어냇다
아이씨...
먼지가 쌓인 액자를 한번 물티슈로 닦고 쟁반삼아 술과 족발을 두면서 군붕이는 벌개진 얼굴로 얼마 안남은 술을 마저 부엇다
이런날도 있어야지...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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