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 모 사단 예하 모 0대는 간부식당이 식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간부 연구실 혹은 생활관 이었던 곳을 개조한 것이 틀림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최신 BTL인데다가
간부용으로 보이는 약간 떨어진 자리 - 아마도 애초에 지을 때 간부들은 떨어져서 먹도록 만든듯한 배려가 보이는 - 까지 존재했던 병영식당은
주방에서 취사 가능 숫자만 보아도 간부들까지 포함한 사이즈로 보였으며, 별도의 취사 공간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부들은 3층의 그 이상한, 창문이 아주 작고 막혀있는 공간에서
밥은 살짝 찌그러진 "보온" 식관에, 반찬은 퍼서 올리는 동안 다 식고 국은 그나마 부루스타로 끓이는 괴상한 식사를 해야만 했다.
그것도 막내 하사들이 들고 추진하는 모습이었다.
너무나도 상식을 뛰어넘는 모습에, 작계 협조-장비 돌려쓰기-를 위해 해당 부대를 방문해 점심을 먹던 통신장교는,
동기이자 술친구인 해부대 통신과장에게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야 시발... 나가서 국밥 먹을래?"
국밥을 조지면서-술은 마시지 않았다- 들은 그 까닭은 참으로 머한군대 다웠다.
원래 몇 년 전 평화롭게 병들과 이격되었지만 동일한 공간에서, 줄을 서서 밥을 먹던 간부들은
어느 날 [간부들이 같이 밥을 먹으니 힘듭니다] 라는 마음의 편지를 받게 된다.
문제는 그 마음의 편지가 별 두개 (진) 아드님이, 사단에다 꽂은 편지라는 것이었다.
"그게 왜?" 라고 묻고 싶었던 통신장교는, 동기 통신장교가 바로 입을 벌리자 잠시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그때가... 진급평가 시즌이었어."
그랬다, 그 편지가 꽂힌 타이밍은 해부대 0대장 진급 타이밍이었었다.
그리하여, 그 괴상한 간부식당이 생겼다.
안 쓰는 창고 칸막이를 없애고, 테이블을 들여놓고, 잡다한 시트지와 비닐을 붙여서 꾸미고, 예에전에 쓰던 식관들을 꺼내서.
통신장교는 생각했다, 정말 생각만 했다. '0대장님... 근데... 그때... 진급 못했잖아... 이번 보직 끝나면... 뒷방 갔다 집에 가셔야 하잖아...'
통신장교는 국밥에 마지막으로 다대기를 풀며 생각했다.
'이렇게 별 말도 안 되는거까지 신경쓰면서 노력해도 안되는구나 시벌, 무슨 만화도 아니고.'
근데 전역한 지금 생각해보니 쫄아서 그딴 짓 하는 새끼 진급 안 시킨 당시 육군 인사 시스템이 막장은 아니었구나 싶다.
Based on a tru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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