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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제과점 1화

후도꾸(116.38) 2016.09.28 02:30:26
조회 782 추천 17 댓글 3
														

http://www.joara.com/romancebl/view/book_view.html?book_code=1139645&sortno=1


“출입문이 열립니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머리가 휘날릴 정도로 센 바람이 지나갔다. 두 줄로 늘어선 사람들이 순서대로 지그재그 들어왔고 더러는 재이 어깨를 스쳤다. 그들 하나하나를 부지런히 쫓는 재이 눈은 갑작스러운 바람에 순식간에 건조해졌고 눈물이 고였다. 재이는 시린 눈을 꼭 감고 입꼬리를 세게 올려 웃었다. 모든 것이 재미있었다.


“출입문이 닫힙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부터, 무심한 표정으로 사람들이 익숙하게 타고 내리는 것과 바깥으로 보이는 한강의 풍경과 몸이 부딪히고 어깨를 바투 닿은 채 한참을 앉아있어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사람들까지 지하철의 모든 모습이 재이는 신기했다.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모르겠는 당혹감마저 좋았다. 그러나 여전히 어딜 보아야 할지 몰라서 이리저리 뻗은 노선도를 한참 보다가 이상한 노래와 함께 안내방송이 나오자 재이는 정말 꿈인가 싶어 소리 내 킬킬대고 싶어졌다. 사람으로 가득 찬, 서울에 온 재이는 그랬다.


 한참을 헤매어 결국 지상으로 나온 재이는 지도 앱을 켜고 서둘러 걸었다. 방송에서나 볼 것같이 예쁜 여자들과, 수많은 길을 능숙하게 찾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도 그랬듯이 서울은 재이에게 놀람의 연속이었지만 찬 바람에 또 놀란 재이 볼은 얼어가며 계속 붉어졌다.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지도 속 빌딩 이름들을 맞혀보느라 여념이 없던 재이는 문득 캐리어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너무 요란한 것 같아 캐리어를 들고 걷기 시작했다. 헉헉대느라 재이의 볼은 더 붉어지고 있었다. 눈이 좋지 않은 재이는 빌딩 이름이나 번지수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찡그려가며 들었던 캐리어를 내려놓고 빌딩 문 바로 앞까지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 골목 저 골목을 돌던 재이를 멈춰 세운 건 여자 목소리였다.


"재이?"

"네?"


 달랑달랑, 맑은 종소리와 함께 노란 불빛으로 가득한 가게에서 누군가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다. 온갖 따뜻함을 진 여자가 가까이 왔다. 재이이? 하고는 길게 늘어지고야 마는, 사투리 억양이 강하게 드러나곤 하던 이름이 이렇게 예쁘게 읽힐 수도 있구나 하고 재이는 처음 알았다. 사투리의 문제가 아니라 저렇게 다정한 목소리가 처음인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 건 여자의 이목구비가 재이의 눈에 들어올 만큼 여자가 가까이 왔을 때였다.


"재이씨 맞죠? 셰어하우스요."

“아..."


늘어뜨린 머리가 뛰쳐나오는 그녀 박자에 맞춰서 들썩였고, 달콤한 냄새가 났다. 가까이서 본 여자는 밝은 갈색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 눈썹은 짙은 편이었고, 눈동자는 어렸을 때 한참을 신기하게 매만지며 바라보곤 했던 털 인형의 색만큼이나 밝았다. 키가 큰 재이 눈에는 이 모든 게 아래로 한눈에 보였다.


“맞네. 너무 추워요, 빨리 들어와요”


 가디건이 말려 올라가도록 세게 팔짱을 낀 그녀가 동동거리며 재이의 캐리어를 빼앗아 들었다. 그녀가 재이를 올려다보며 생긋 웃었다. 예쁘게 풀어지는 눈꼬리를 가진 여자였다.


"찾느라 힘들었어요? 사실 여기가 집이 있을 만한 데는 아니라... 그래도 위이-대한 베이커리가 어디냐구 물어물어 찾아왔으면 금방이었을 텐데. 많이 헤맸어요?”


위이-대한 하고는 또 키킥웃었다. 빵집 안에 들어오자 조명 빛을 받은 그녀 머리카락은 거의 반짝반짝 빛났고 재이는 이것을 한참 바라보느라 대답해야 한다는 것도 잊었다.


“춥죠? 뭐 좀 먹었어요?"


 


 그 노란 따뜻함 안으로 들어온 재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재이 앞에 갓 구운 호두 파이가 놓여있었다. 캐리어는 어디론가 없어져있었고, 따뜻한 차를 내오겠다며 진경도 사라져있었다. 두 밤이 넘도록 들어오지 않아도 알아차리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던 집을 뛰쳐나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박고 스마트폰에만 열중하던 사람들을 지나, 재이는 처음 보는 자신에게 달콤함을 내어주는 사람 앞에 있었다. 재이가 있는 곳은 커피와 빵 냄새로 가득했다. 예쁜 케이크가 유리장 안에 가득했고, 봉숭아 빛 조명이 재이를 쬐고 있었다. 재이는 어딘가 잘못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무언가 잘못된 거라고, 어쩌면 방금 타고 온 지하철은 저승으로 가는 열차 같은 것이고, 눈앞에 있는 파이는 저승으로 가기 전 즐기는 만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맛이 없어요? 아직 손도 안 댔네. 이거 우리 가게에서 제일 잘 나가는 거예요."


 찬 바람에 붉어진 재이 볼은 봄빛 조명 아래서 녹아가고 있었다. 포크도 쥐지 못하고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앉아있는 재이에게 쉴 새 없이 여자는 말을 걸었다.


“아!”


 여자가 손뼉을 치며 재이를 향해 휙 돌아본 탓에 재이도 덜컥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자를 바라봤다.


“혹시 견과류 알레르기? 다른 거 줄까요?”

“아니에요!”


 재이도 놀라서 덩달아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자는 재이 대답에 다시 눈꼬리를 풀었다.


 "자아, 여기 차도 있으니까 같이 먹어요.”


 달그락거리며 진경이 내려놓은 찻잔에는 재이 볼보다 더 붉은 장미가 잔뜩 그려져 있었다.


“아마 수민이가 곧 올 텐데 수민이랑 같은 방 써야 하니까 그때 캐리어 같이 들고 올라가요. 무겁잖아.”

“아… 고맙습니다.”

“나는 김진경이에요. 내가 한참 언닌데. 말 편하게 해도 돼요?”

“네, 그럼요.”


 진경은 이렇게 말하며 재이의 포크를 뺏어 파이를 한 입 먹었다.


“맛있기만 하구만. 재이 맞죠?”

“네. 남재이라고 합니다.”

“재이. 재이야, 식기 전에 얼른 먹어. 더 먹고 싶은 건 아무거나 가져다 먹어도 돼.”


 말을 마치고 혀 끝으로 입술을 닦은 진경은 더 먹으라며 쟁반과 집게를 가져다주었다. 에이프런에 손을 털어가며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려던 진경이 몸을 돌렸다.


“아 그런데 그 전에,”


줄곧 눈웃음을 짓던 진경이 일순 얼굴에 힘을 주고는 물었다.


“파이 맛있는지는 말 해줘야지”


 그제야 재이는 진경이 먹고 내려놓은 포크를 다시 들었다. 바삭한 파이 끝을 힘주어 눌렀다. 아직도 얼떨떨한 재이는 이제 이것을 먹으면 몇 시간 동안 행복했던 시간을 끝으로 지긋지긋했던 것들도 모두 끝이겠구나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러나 끼니를 거르고 출발해 몇 시간을 달려온 재이 입에 설탕에 졸인 호두가 들어가 침이 가득 고이고, 이내 배가 고프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인형 같은 눈으로 작고 밝은 여자가 재이 곁에 있었고, 호두 파이는 다만 무척 맛있었다.


“맛있어요, 정말로.”


“그치?”


 진경이 더 세게 활짝 웃으며 재이 얼굴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진경의 가슴이 재이 어깨에 닿았고 쇄골에는 귀가 닿아 접혔다. 재이는 처음 맡아보는 달콤한 냄새들이 다 무엇인지 그중 하나도 이름을 댈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더 맛있는 것도 많으니까 천천히 먹어.”


 재이는 아직도 그 냄새들 속에 있었다. 얼었던 볼이 녹은 지는 한참이 되었지만 재이 볼은 여태 붉었다.


“…고맙습니다.”


그제야 호두 파이를 삼킨 재이가 겨우 대답했다. 호두 파이는 무척 달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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