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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갤문학] 초록의 그 봄날

ㅇㅇ(121.187) 2016.10.30 11:15:21
조회 374 추천 8 댓글 2
														

 언제부터였을까.


 어느 누구에게도 진심을 보여주지 않은 채 거짓으로만 일관하던 내가 네게 진심을 내보일 수 있게 된 것은. 


 처음부터는 절대 아니었다. 작은 바닷가 카페에서 너를 처음 만났을 때. 그때도 분명 나는 네게 거짓을 보이고 있었다. 돈이 떨어졌다는 것도 단순히 네 반응을 보고 흥미를 끌기 위한 수작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런 무리한 부탁을 들어준 것에서부터가 나는 조금 놀랐었다. 


 그러나 너는, 그런 내 거짓 미소와 가짜 호의에 겹겹이 쌓인 우울함의 장벽 틈으로 바보같이 순수함을 내보이고만 말았다. 말하자면 우울의 그늘에 갖혀 있던 그 모습이 나로 인해 해방된 셈이다. 그러면서 너는 도망쳐 버린 나를 찾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여겼던 서울로 다시 돌아오고야 말았다. 제 혼자 설 수 없을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았음에도. 겨우 며칠 동안만 만난 나를 온전히 믿고는 사람의 물결 속에 혼자 몸을 던진 게다. 인연의 파랑에 휩쓸려, 두려움에 움츠려 있던 네가 나를 발견하고 안겨 들어왔을 때. 네게 거짓을 더이상 보일 수 없었던 건 아마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거짓을 지우고 가면을 벗길 수 있는 건 정말로 순수한 웃음뿐이다. 그렇게 내 분장은 네 순수함에 그만 벗겨지고 말았다.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는 나를 사랑한다며 안겨드는 네게 놀라 그만 멀리 달아나 버렸다. 


 후회하냐고? 아니, 지금에 와서는 후회 같은 건 없다. 더는 가식 없이 누군가에게 진짜 마음을 털어놓고 마음껏 울 수 있게 된 나와. 그토록 오랫동안 혼자만이 가지고 삭히던 우울함을 벗어던지고 순수한 웃음을 되찾은 채 내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든 네가 그저 사랑스러울 뿐이다. 


 언젠가 네게 머리를 기르면 예쁠 것이라 말한 적이 있다. 한참 후에야 듣게 된 네 대답은, 그저 사랑했던 연인에게, 친구에게, 뭇 사람들에게 비난과 버림을 받고 나니 머리카락이 길어질수록 그때 그 시절이 계속 떠오르게 된다는 것. 


 그러지 못할 이유가 이제 없는 지금, 이제 조금씩 길어져 목 아래까지 드리운 네 머리칼을 살며시 걷으니 곤히 잠든 네 얼굴이 눈앞에 드러난다. 이제야 알게 된 그 아름다움에 취해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며 너를 바라보고만 있게 된다. 이미 나 혼자 그 아름다움을 독차지하고 있건만,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내 나도 그 옆에 드러누웠다. 이불 속에서 찾아낸 네 손에는 부드럽고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다. 조심스럽게 손을 깍지끼어 마주잡으려 하니 네가 인기척을 느낀 듯 뒤척인다. 놀라서 황급히 손을 빼는 동시에 들려 오는 한 마디 신음소리.


 "응? 일어났어?"


 "우응..."


 다행히도 아직 잠을 깨지 않은 채 뒤척이던 너는 때마침 옆에 누워 있던 나를 껴안으며 더욱 안으로 파고들었다. 잡으려던 손을 살며시 빼내어 네가 편하도록 자세를 조정하고는 살포시 네 어깨를 끌어안는다. 편안한 숨소리와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 콩콩 뛰는 심장 소리. 그동안의 네가 그토록 원했던 것들이 지금 네게 전해지고 있었다. 


 눈을 감고 이를 느껴본다. 생각해 본다. 아주 조금의 우연과 짧았던 만남의 시간. 점점 불어나는 오해와 갈등. 그리고 마침내 사랑을 시작하도록 이 모두를 감싸안은 우리 두 사람의 용기가 빚어낸 지금 이 순간, 이제는 서로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나 역시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이제 완전히 끝난 나의 겨울과, 우리 함께 걸어갈 초록의 그 봄날을 기념하며. 






지금 쓰고있는 글의 에필로그랍시고 한번 적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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