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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갤문학] 손톱앱에서 작성

꼬마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8.29 20:28:22
조회 1073 추천 1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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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둑, 투둑.

 

적막한 방 안에 그 작은 소음으로 가득 찬다. 
손톱깎이로 꽤 길어진 손톱을 끊어낸다.
아플 정도로 바짝 깎아버려 볼품없어진 작은 손이 괴로웠다.
네가 떠난 후 몇 주에 한 번씩 이렇게 손톱 정리를 하고 나면 손끝에 닿는 모든 것이 거슬리지만 익숙해지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서 이 익숙해지는 시간만큼만 딱 너를 그리워하기로 했다.

 

고 2 추운 겨울날.
새빨갛게 얼어버린 손을 입김으로 불며 녹이고 있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온 너는 내 손을 조심히 감싸 쥐며 따뜻한 공기가 불었다. 나보다 체온이 높은지 잡은 손도 닿는 입김도 뜨거워서 손끝이 간지러웠다. 그것도 잠시 나는 닭이 날아오르는 모양새로 푸드덕거리며 손을 빼낼 수밖에 없었다.

그 행동이 낯뜨겁다거나 혹은 설레어서가 아닌 내 손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나는 너에게서 도망치듯 손을 빼낸다.

 

-뭐야 너 손 시렵잖아 다시 손 줘.
-싫어.
-왜?

 

네 물음에 손이 물건인 마냥 숨기듯 외투 주머니에 감추고 몇 번이나 망설이며 입술에 꾹 힘을 줬다가 풀고 벙긋거리다가 네 눈치를 살핀다. 다행히도 넌 기분 나빠하지 않는 것 같아 속으로 살짝 안심하고 입을 여니 하얀 입김이 공기에 닿아 얼어붙는다.

 

-손이 못생겨서
-뭐?

 

내 대답은 간단했지만, 말은 무거웠고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무수한 가시를 뱉어내는 듯 속을 긁은 것처럼 욱신거렸다. 너는 마치 내 말이 무슨 수수께끼인 것 마냥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주먹을 살짝 쥐고 이마를 툭툭 두드리는 행동을 했는데 그 행동이 너무 진지해서 내가 말을 어렵게 했나 스스로 의심될 정도였다.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손이 못생겼다고 한 적 있어?
-아니...
-그런데 왜?

 

나는 왜 이런 주제로 길게 대화가 오고 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네가 무슨 왜? 라고 하는 것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것에 짜증이 끓어 올랐다. 이게 내 콤플렉스니까. 라고 말해야 했지만 입 밖으로 내기 싫었다.

여름에는 그나마 괜찮지만, 겨울에는 안 그래도 미운 손이 건조해서 쉽게 갈라져서 보기 흉했다. 내 속이 좁은 탓인지 친하지도 않은 여자애들이 내 손보고 할머니 손 같다고 놀렸던 게 안 그래도 좁은 속을 꽉 채웠다. 그래서 겨울에는 장갑을 꼭 끼고 다녔는데 당연히 챙겼을 거라 생각했던 장갑은 지금 아마 교실에 있을 거라 짐작해본다. 어차피 하굣길이기도 하고 집에 여분 장갑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후회는 이미 늦어버렸다.
속이 타는지 입으로 내뱉는 숨이 불과 몇 분 전보다 더 진해진 하얀 입김이 둘 사이에 들어섰다가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것이 보인다. 대답 없는 내 모습에 너는 평소에 장난기 많고 애교 있던 모습이 거짓인 마냥 진지한 표정을 하는 게 그 모습에 살짝 당황해버렸다.

 

-난 너 손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 없어. 오히려 너 손 작아서 내 손이 딱 맞는 게 기분이 좋아. 게다가 손은 작은 주제에 손가락은 길어서 예뻐. 그러니까.

 

대뜸 내 주머니에 있는 손을 꺼내서 손을 깍지를 끼고 힘주어 잡는 일련의 행동에도 나는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귀에 닿는 목소리가 마치 손톱으로 심장을 살살 긁는 것 마냥 간지러워서 긁을 수만 있다면 당장에라도 우왁스럽게 긁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손이 좋으니까 네가 싫으면 나한테 줘.

 

속이 엉망으로 시끄럽게 날뛰었다. 주인의 몸 밖으로 나갈 것 같은 기세로 뛰어대는 심장이 몇 개가 되는 듯 머리에서도 쿵쿵거리고 맞잡은 손에서도 팔딱거려서 마치 얘가 내 심장을 꾹 움켜잡은 듯해서 열이 올랐다.

 

-내 몸에 붙어있는 걸 어떻게 줘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퉁명스럽게 뱉은 말들은 야속하게도 숨겨지지 않는 떨림으로 인해 입김이 간헐적으로 툭툭 끊겨서 나왔다. 내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너는 무엇이 재미있는지 작게 웃더니 퍽 간지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한다


-나 하고만 손잡고 이 손으로 다른 사람 만지지 않으면 내 것이지 뭐.
-넌 그런 말 부끄럽지도 않아?

 

내 타박 어린 질문에 너는 동그랗게 눈을 뜨더니 그래도 싫다는 말은 안하네? 라고 말을 하고서는 내 손등에 쪽 소리 나도록 입을 맞추고서 눈을 곱게 접고서는 웃었다.

 

이날 이후 우리의 관계를 무엇이라 딱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추운 겨울날이 지나고 다시 돌아오는 겨울이 될 때까지 나는 너의 손만 잡았다. 그리고 수능시험이 끝나고 우리는 같은 대학에 붙었지만 너는 부모님께서 대학 수준이 마음에 차지 않았는지 유학을 가게 되었다고 나에게 울면서 말했다. 
그 날은 너의 집에 처음 외박하는 날이 되었고 늦은 밤 넌 그날처럼 내 손을 감싸 쥐었다. 그 손에 이끌려 나는 서툰 손길로 너를 처음 만졌다.

 

아직 식지 않은 몸으로 이불 밑에 나란히 누워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 그리고 삼켰던 눈물이 속에서 꽉 찼는지 눈가에 고이기 시작할 때쯤. 조용한 정적을 깨고서 정말 나만 만졌네? 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네가 미웠다. 그리고 네가 다듬어준 손톱에 하나하나 입 맞추는 네가 정말 진심으로 미워서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했다. 너는 사랑한다고 하지 않고 고마워라고 했지만.

 

밉지 않았다.

 

 

네가 떠난 그 밤에 펑펑 울고 싶었지만 내가 우는지도 모를 정도로, 마치 손톱이 자라는 속도처럼 찔끔찔끔 눈물이 났다. 
베갯잇이 적실 정도가 돼서야 내가 울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몇 개월이 흐르고 몇 년이 흐르고 시간은 멈추지 않았지만 너에 대한 생각은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하지만 손톱이 자라고 어느 순간 불편할 때 쯤 이렇게 손톱깎이로 끊어내고 적응하는 순간만큼은 너는 오롯이 존재했다.

 

5년이 지나 모두 아픈 과거로 묻혀버린 지금.

이제 아프게 깎을 필요가 없는 손톱이지만 나는 여전히 손톱을 짧게 깎고 끝을 부드럽게 정리했다.
길게 울리는 진동에 휴대전화를 보니 '깍쟁이♥'라고 뜨는 화면이 보인다. 느긋하게 바닥에 널브러진 손톱을 주워담고 깔끔해진 손을 보자 오늘따라 만족스럽다.

 

-여보세요.
-응 여보.

 

간지러운 목소리가 귀를 닿자 웃음이 나온다. 그러자 휴대전화에서는 왜 웃느냐며 뭐가 혼자 재미있냐며 불퉁한 목소리로 바뀌는 그녀이다.

 

-손톱 깎는데 네 생각이 나더라.

 

내 대답에 부끄러운 듯 '뭐 야~' 라며 소리를 길게 빼며 애교 있는 톤이 날 녹였다.

 

-오늘 자고 갈 거지?
-늑대. 그러려고 손톱 깎았지?

 

새침하게 물어오는 그녀의 물음에 나는 크게 웃으면서 긍정으로 대답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백일장 이후 첨이네

나 플라충 맞다니깐 안 믿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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