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체복무가 올 2월에 끝났기 때문에 자유롭게 해외여행이 가능해져서

야로나만 아니었으면 하루 연차를 내고 타카츠키 야요이켄에 순례를 갔었을텐데... 야로나 때문에 갈 수 없어서 올해도 모야시마츠리로 이 적적한 마음을 대신하였다.

오랜 기간 엑탄젤을 챙기면서 왠만한 숙주나물축제 요리는 해봐서 점점 버라이티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때마침 야로나(?) 덕분에 재택근무로 바뀌어서, 이번 기회에 시간이 오래 걸려도 만들 수 있는 요리를 해보기로 했다.

바로 동파육.

실제로 가게에서 먹어본 적은 없었기에 내가 만든게 동파육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아무튼 승X아빠, 이X복, 화X 등의 너튜브의 레시피를 종합해서 만들어보았다.

간단 레시피가 있고, 본격 레시피가 있는데 이왕 축제인 김에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서

노두유, 감자전분, 오향분 등은 새로 구매했다.

노두유는 그냥 진간장으로 대체할 수 있는데, 노두유를 넣어야 예쁜 갈색이 나오고 진간장만 쓰면 채도가 낮은 갈색이 되기 때문에 노두유를 사용한다.

오향분도 좀 더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면 팔각 등의 향신료를 사서 향을 내지만, 오향분을 쉽고 싸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가루로 된 제품을 사용했다.

감자전분도 없어도 상관없는데, 감자전분이 있어야 나중에 소스를 만들 때 점성이 있는 소스를 만들 수 있다.

중국식 고량주는 구하기 어려워서 그냥 청주로 대체

그 외에 동파육과 다른 점은, 같이 곁들어먹는게 청경채가 아니라 숙주나물로 대체되었다는 정도

일단 수육을 삶듯이 돼지고기를 양파, 파, 생강, 청주 등과 같이 1시간정도 삶는다.

일반적인 수육과 다른 점은 커피나 콜라, 된장을 넣지 않고 잡내를 죽이는 식으로만 익혀준다는 점이다.

삶은 돼지고기는 키친타올을 이용해서 물기를 최대한 줄여준다.

왜냐하면 진지한 동파육 레시피는 삶아서 잡내를 없애고->튀겨서 고기에 마이야르를 입히고->이걸 다시 소스와 함께 조려서 고기에 맛을 입히는 3단계 조리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삶은 다음에 튀기기 위해서는 물기를 최대한 줄여놔야 그나마 기름이 튀는 것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부엌 정리하는게 수월하고 화상을 덜 입는다.

그리고 삶을 때 생긴 육수는 버리지 말고 건더기를 제외한 후 따로 모아둔다.

이 육수는 소스를 만들 때 다시 사용되는데, 이 때 기름기를 가능한한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삶은 돼지고기의 4면을 다 기름으로 지져주면

마이야르 반응이 예쁘게 나온 튀긴 수육이 완성

여기에 예쁜 색을 입히고 광택을 만들기 위해 아직 고기가 식기 전 카라멜을 이용해서 글레이징해준다고 하는데,

카라멜 만들기 귀찮아서 노두유로 색만 입혀주었다.

그리고 고기를 먹기 좋게 썰어준다.

중국 본토에서는 정사각형으로 자르는게 일반적이라고 하는데, 그냥 수육 썰듯이 써는게 더 보기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썰었다.

이렇게 만든 돼지고기를 소스와 함께 졸여주면 되는데

소스에는 진간장 3큰술, 노두유 3큰술, 설탕 1큰술, 오향분 1큰술을 넣고, 파와 생강을 다시 한 번 더 넣어주었다.

이렇게 만든 소스와 돼지고기를 4시간 정도 졸여주면 된다.

1시간마다 체크하면서 간을 보고, 물을 붓고...하는 과정을 거치는 굉장히 귀찮은 요리이다.

괜히 목X에서 동파육은 예약 손님만 받는게 아닌듯

6시간만에 완성된 동파육

이제 같이 곁들어먹을 가니쉬...가 아니라

동파육이 가니쉬고, 오늘의 메인요리인 숙주나물을 준비해보자

숙주나물을 씻어준 다음 끓는 물에 30초 정도 데쳐주고 물기를 빼준다

동파육 국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후 기름기를 또 한 번 제거해주고

물녹말로 점도를 맞추면서 끓여주면 소스가 완성된다.

대충 탕수육소스 정도의 점도가 나오면 된다.

마지막으로 그릇에 숙주나물과 동파육을 같이 담고, 만들어준 소스를 끼얹어주면

6시간 걸려서 만든, '숙주나물요리, 하지만 동파육을 곁들인'이 완성된다.

하지만 본체인 숙주나물 요리는 10분 걸리고, 가니쉬(?)인 동파육에 나머지 시간이 걸렸다는게 함정.

동파육은 오랜 시간걸려 만든 만큼, 팔순을 맞이한 노인도 씹어서 먹을 수 있을만큼 입 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지금 다 만들고 먹고난 뒤에 든 생각이지만 나물 위에 소스를 끼얹는거보다

소스를 끓일 때, 숙주나물을 같이 넣어서 볶아줬으면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는 프로듀서와 스태프(가족)이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요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지쳤기 때문에 제단도 간이 제단으로 설치...

어느 덧 야요이의 생일 17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20주년까지도 큰 일 없이 공식이 지금처럼 야요이를 챙겨주면 좋겠다.

맨 처음 챙겨준게 9주년부터 시작했으니까 벌써 9년 째 이 짓(?)을 하고 있는 셈인데

매년 시간이 지날수록 좀 더 숙주나물 요리에 능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근데 내년에는 도대체 무슨 요리를 해야지...?

내년 엑탄절은 토요일이니까 야로나같은 큰 일 없으면 타카츠키 야요이켄 성지 순례를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