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드벤쳐 타임은 장난이다
  
어드벤쳐 타임(이하 어탐)의 서사(이야기)는 대부분 의미 해체적이고 의미가 있더라도 간단한 교훈을 다룬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몇 에피소드는 난해하지만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에피소드 마다 서사의 무게나 의미 층위의 변동성이 심하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이 만화가 깊은 뜻을 가진 것처럼 위장했지만 사실 깊은 의미가 없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로열 타르트나 바나나맨 에피소드가 그 예에 해당한다. 또한 고미술부터 크툴루 신화까지 폭넓은 레퍼런스 요소들 때문에 우리는 어탐이 종종 심오한 의미를 품고 있지는 않을까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3. 인용’에서 어탐이 참고했을 것이라 추측되는 레퍼런스를 재미 삼아 몇 개 첨부하였다.)
  
왜 심오한 의미가 없나? 참, 오해를 막기 위해 미리 말해두지만 깊은 의미가 없다고 해서 나쁜 작품인 것은 아니다. 어탐은 훌륭한 엔터테인먼트이다.
  
어떤 서사에 캐릭터가 어떤 관념을 상징하는 경우에는 서사 진행에 따라 윤리학적 교훈(여기서 윤리학은 도덕이 아니라 인간 삶의 가치와 실존 방식을 의미한다.)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어탐의 각 캐릭터들은 어떤 특성(캐릭터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깊게 탐구하지는 않고 이리저리 뒤섞는다. 포스트모더니즘 대가인 프레드릭 제임슨의 말에 따르면 캐릭터의 다양한 층위를 뒤섞어버리는 진행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의미의 해체이다. 이런 근거에서 어탐은 분석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장난이며 놀이고 유희이다.
  
따라서 어탐 분석은 심각한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버블검 공주와 캔디 왕국을 대중의 무지로 인한 민주주의 실패와 중우정치, 그리고 독재의 일부 긍정으로 해석하는 것, 미네르바의 정치와 슬라보예 지젝, 한병철 등의 신-자유주의 비판자들의 의견을 엮는 것, 나이토스피어의 시스템화된 지옥과 카프카의 우회적인 사회 비판을 연계하는 것 등이다. 게다가 해석은 몇몇 상징물을 끼워 맞추는 것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프로이트와 마르크스 운운하며 억지로 짜 맞춘 해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해석은 서사의 자연스러운 진행에 근거해야 한다. 여러모로 10분짜리 애니메이션인 어탐을 진지하게 분석하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물론 캐릭터의 정신적 변화가 아예 없지는 않다. 핀은 시즌 4 때의 연애 경험에 따라 성장하고(그의 지난한 연애 과정을 여기서 일일이 언급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버블검은 주민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에서 시민 감시가 옳지 못하다는 것을 일정 부분 주민을 신뢰하는 지배자로 변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지한 분석의 대상은 아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탐의 거시적인(전체적인) 스토리에서의 해석을 포기하고 개별적인 몇 에피소드를 단독으로 분석하는 것으로는 어떤 교훈을 채굴해 낼 수 있을 듯하다. 그러니까 어탐을 이어지는 하나의 장편소설로 보는 것이 아닌 개별적인 단편소설로 보는 편이 해석의 여지가 더 있다는 것이다. 물론 떡밥 해석은 어탐을 쭉 보면 해결되기 때문에 떡밥 해석보다는 이야기 자체가 가진 교훈에 집중할 것이다. 

참고로 대사 스크립트는 아래의 웹 사이트에서 참고할 예정이다.
https://www.springfieldspringfield.co.uk/episode_scripts.php?tv-show=adventure-time
글은 그때그때 생각날 때마다 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