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발드와 버블검(신인류)에게 전하는 마셸린과 핀(구인류)의 경고

마셸린은 전쟁을 겪은 세대이고, 핀은 전후 세대이다. 마셸린은 전쟁의 참상을 두눈으로 목격하고, 핀은 전쟁 후의 비극에 희생되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전쟁의 끔찍함을 알았고 그렇기에 도저히 전쟁에 동참할 수 없었다. 마셸린은 전쟁의 참상을 두 번이나 보기에는 너무 지쳤기에 눈을 돌려버렸고, 핀은 그 모든 비극의 끝에서 자신의 삶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전쟁을 막아내었다.

이제 검발드와 버블검은 구인류가 전해주는 기회 안에서 꿈을 꾼다. 그 꿈은 악몽이었다. 숙적의 몸에 들어가 숙적의 생각을 하게 되는 꿈. 

버블검은 검발드가 된다. 지성을 잃게 되는 물약에 젖어 자폐아처럼 마음의 감옥에 갇혀 버블검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울면서 춤을 춘다. 그것은 비극이었다.

검볼드는 버블검이 된다. 자신이 그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왕국의 꿈은 과욕이 앞서 손 안에서 녹아 흘러내린다. 그것 또한 비극이었다.

꿈에서 깬 버블검은 교훈을 얻었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선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 하는 것이란 걸. 그녀는 검발드에게 손을 내민다.

하지만 검발드는 버블검의 고모 롤리의 말마따나 '교훈을 얻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는 버블검에게 치명적인 한 수를 준비하지만 자신의 심복에 의해 배신당한다.

이제 신인류는 구인류가 준 기회로 하여금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았다.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신인류이다.

이것이 역사의 힘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2. 핀과 퍼른. 진짜가 가짜에게 전하는 헌신.

도플갱어의 신화에는 한 가지 법칙이 있다. 그것은 도플갱어와 진짜가 만나면 어느 한 쪽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것.

어드벤처 타임에서 핀과 퍼른은 그 서사의 주인공이 두 명이 되어버린다는 점에서 결국 어느 한 쪽이 반드시 극에서 퇴출당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구분을 위해 퍼른이 풀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그 본질이 결국 두 명의 핀이라는 것을 퍼른과 핀이 꿈속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알 수 있다. 굴레를 떨쳐버린 퍼른은, 핀 자신이다.

도플갱어의 굴레. 우리는 여기서 '굴레'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반드시 한 쪽이 사라져야 한다는 저주받은 굴레 속에서 퍼른은 핀을 끊임없이 시기하고 질투한다. 공존은 있을 수 없다고.

그 비극은 어디에서 오는가?

도플갱어의 본질은 혼돈이다. 나 자신이 진짜인지, 저기 있는 나를 닮은 것이 진짜인지. 본래 도플갱어의 비극은 혼돈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서로 얽히고 설키며 자신의 존재가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싸운다.

하지만 핀과 퍼른의 경우에서 그 비극의 양상은 다르다.

그 비극은 퍼른이 자신의 기원을 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정갈하게 정돈된 혼돈속에서 퍼른은 더더욱 비참해진다. 자신이 결국 가짜라는 것. 가짜가 진짜이기 위해선 진짜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고, 그 수밖에 없다고 퍼른은 생각한다.

핀은 퍼른을 동정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도 퍼른을 이해하려는 이는 핀 외에 그 누구도 없었다. 퍼른이 우 랜드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 할 때도 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는 이는 핀 밖에 없었고, 퍼른을 이해하는 척 하며 접근했던 검발드는 퍼른이 그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에 그를 내쳐버렸다.

자신의 숙적만이 자신을 이해한다는 사실은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자신이 가장 혐오하며 죽이고 싶어 바라마지않는 존재만이 자신을 이해한다니?

핀은 퍼른에게 끊임없이 얘기한다. 나는 너를 이해한다고. 퍼른은 핀에게 얘기한다. 그럼 증명해 보라고.

마침내 핀은 퍼른에게 대답할 기회를 얻게된다. 핀의 친구 제이크의 도움으로 핀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공포가 핀과 퍼른을 덮치고, 퍼른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이 핀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핀은 퍼른을 끝까지 믿었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핀은 그런 인물이었다.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지키려고 하는 것. 핀에게 있어서 퍼른또한 지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퍼른의 손을 잡고 퍼른의 가장 깊숙한 곳에 내재되어 있던 풀의 저주를 핀이 뜯어 내었을때, 핀이 말한 것처럼 교활한 풀의 저주는 이렇게 말한다. '날 없애면 퍼른 또한 죽는다.'

핀은 그 말에 분노한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했듯, 퍼른은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이 위기를 타파할 존재는 그럼 누구인가? 굴레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친구가, 가족이 굴레에 속박된 이의 손을 잡고 같이 걸어 가 줄 수는 있다. 굴레에 종속된 이를 끝까지 믿어줄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굴레에 갇힌 이 스스로가 그 굴레를 깨버리고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퍼른 또한 그랬다. 끝임 없이 핀을 의심하고, 공격하던 퍼른은 결국 핀이 준 기회를 힘껏 붙잡는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비록 자신의 파멸을 불러올지라도 퍼른은 있는 힘껏 굴레에서 벗어나주었다.

퍼른은 마침내 깨닫는다. '나는 나야.' 작은 섬에서 핀의 옆에 앉아 내뱉은 이 말은 퍼른이 끝끝내 다다른 구원이었다.

그리고 그 구원에 핀의 절대적인 헌신이 있었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하진 못 할 것이다.

3. 아이스 킹, 팬픽, 사이먼, 베티.

아이스 킹이 만들어낸 팬픽 소설, 피오나가 나오는 팬픽은 단순한 팬픽이 아니었다. 베티의 심금을 울린 그 노래가사는 아이스킹의 팬픽이면서도, 사이먼이 베티에게 끝끝내 전해주고 싶었던 말이요, 베티가 사이먼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아이스 킹의 차갑고 어두운 심리의 내면에서 사이먼의 진심은 얼음의 밑을 유유히 흐르는 강처럼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진심은 베티에게 닿아 그들은 그들이 진심으로 닿고싶었던 서로에게 닿는다.

시간을 넘어, 전쟁을 넘고, 마법을 넘어, 우 랜드를 넘어 또 우주를 넘어, 마침내 인식의 저편에 닿아 있는 사악한 절대자 골브의 뱃속에서, 그들은 닿았다.

베티는 화성에서 제이크를 찾으려는 핀을 만나고 끝이 없는 경우의 수에서 제이크를 단숨에 찾아내는 핀의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보고 자신이 해야할 것은 사이먼을 놓아주는 것이 아닌, 사이먼을 놓아주려는 자신을 놓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침내 사이먼이 제정신을 되찾고, 베티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녀는 행복했다. 행복함 속에서 그녀는 되찾은 사이먼을 다시 잃지 않기 위해 기꺼이 사악한 인식 저편의 존재 골브가 되는 것을 서슴치 않았다.

사이먼은 베티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그의 입에서 되뇌어지는 그녀의 이름을 들으며 모든 것의 너머로 날아간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 사이먼을 위해.

사이먼은 그럼 그 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나? 아니, 절대 아니다. 에피소드의 후반부에서 나오는 프리즈모를 만나는 사이먼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남자또한 그녀를 위해 그 어떤 일이라도 할 것이다. 그 어떤 소원이라도 이루어주는 프리즈모가 곤란한 표정을 지어도 사이먼은 그 너머의 가능성을 상상하며 나아갈 것이다. 베티를 위해.

그들 사이에 벽이란 없다. 한계란 없다. 이 둘은 어드벤처 타임에서 가장 기적같은 사랑이다. 굳이 어드벤처 타임이 사랑이 이루어지는 에피소드를 넣지 않는 것은, 이 둘의 사랑 앞에서는 모든 것이 그 의미를 잃고 퇴색되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베티가 사이먼을 되찾았듯 베티를 되찾을 것이다.

이 둘의 사랑은 어드벤처 타임에서 가장 위대한 모험이다.

4. 상처받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 제이크. 제이크의 일일 아버지, 비모.

데우스 엑스 마키나란, 극 중에서 신과 같은 힘으로 모든 문제들을 한 번에 풀어버리는 존재를 뜻한다. 이는 극의 긴장을 한 순간에 풀어버리기 때문에 요즘의 서사에서는 넣지 않거나, 어느 정도 제한을 넣어 넣기도 한다.

제이크는 수도 없이 핀의 모험을 도와왔다. 제이크는 그 강력한 힘으로 그의 친구들을 도와주고 지켜주며 항상 곁에 있어왔다. 제이크에게 있어 그런 힘은 항상 스스로의 자부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에피소드는 달랐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제이크는 수 많은 시간동안 등장인물들의 곁을 지켜주었던 모습과는 다르게 무력한 모습을 보인다.

제이크는 핀이 골브에게 먹혀버리고 버블검과 그 연합군들이 골브의 하수인에게 처참하게 당하는 모습을 보며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제 나만이 남았다고. 모두를 지킬 수 있는건 자기 자신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친숙한 제이크의 노란 모습을 버리면서까지 모든 힘을 쏟아 골브의 하수인들을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험과는 다르게 자신이 그 모든 문제들을 해결 할 수가 없었다. 자신또한 무기력하게 널부러져 있는 다른 수 많은 등장인물들과 같았다.

제이크 스스로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분은 자신이 그렇게 지켜오던 평화의 상징, 트리하우스가 무참히 무너져 내리며 최고조에 달한다.

모든 위기에서 제이크는 가장 거대하게 변해 가장 앞에서 싸워왔다. 제이크는 항상 절망속에서 피어나던 희망의 상징이었다.

그런 제이크가 이제는 그 어떤 등장인물보다도 작게 줄어들어 벌벌 떨고 있다. 희망의 상징이 절망속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자신이 항상 지켜오던 약자 비모가 제이크를 감싸 안고 일어난다.

비모는 자신이 오늘은 제이크의 아빠가 되고, 제이크는 아기가 된다고 말한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역할의 반전을 뜻한다. 늘 지켜주던 제이크는 보호를 받는 아이가 되고, 늘 보호받던 비모는 이제 아이를 보호하는 아빠가 된다.

상처받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이제 약자에 의해 치유받는다. 부숴진 트리하우스는 상징일 뿐이다. 자신이 지켜오던 것은 아직 부숴지지 않았다.

비모는 노래를 부른다. 끔찍한 재앙속에서 상처받은 한 존재를 치유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노래가 재앙을 물리치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우연히 열린 이 가능성은 마침내 제이크가 지금껏 지켜오던 존재들을 다시 일으키게 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모두의 방패 제이크는 스스로 상처입음으로써 인지를 넘어선 재앙을 물리칠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노래는 제이크의 가장 충실한 친구 핀까지도 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