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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편살?) 부패의 재구성: 그 많던 소들은 다 어디로 갔나

까다로프스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23:09:41
조회 1690 추천 65 댓글 24
														

안녕하세요. 까다로프스키입니다.

마침 오늘자 연재분의 동래부 '공유농우' 사업에 대해 흥미를 가져주신 독자분이 계셔서, 저 역시 재밌게 읽은 논문의 사례에 대해 소개드리고자 이 글을 씁니다.


참고한 논문은 고려대 송양섭 교수님의 연구로, 작중 초반 언급되는 동래부 동하면의 지방자치조직 운영 및 잡역비용 조달 방식(및 삥땅)에 대한 글입니다.
(송양섭(2018), "18~19세기 동래부 동하면의 '면중(面中)'과 잡역운영", <역사와 현실> 112: 237-274)

조선시대의 지방 통치/자치 양상이 지역별로 매우 상이하게 나타났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중 동래부는 그 중요성으로 인해 인구 대비 많은 재정지출 및 공납 소요가 존재하였고, 이에 따라 면 단위로 다양한 말단 행정/자치조직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들은 잡역을 위한 비용 마련, 각종 민원 해결 등 여러 순기능을 지니고 있었고, 그 대신 이런저런 이권은 물론이요 면 전체에서 운영비용을 걷어 소정의 수당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중 현재 해운대구 일부인 동래부 동하면에는, 18세기 중반부터 일제강점기 초까지 쌓인 지방행정 기록이 있습니다. 유형문화재 제 24호로 지정된 바 있지요. 금일자 연재분에 등장한 해동리 동장 장막남도 여기 그 이름이 전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1765년이었습니다.

동래부에서는 왜관 주민들에게 간혹 선물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행사(제사, 통신사 환송 및 환영 등등)에 쓰기 위해 소, 돼지, 염소 등 다양한 가축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 가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사료 등 비용은 백성들이 짊어지곤 했지요.

마침 이때 돌림병으로 관에서 보유한 소들이 집단 폐사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당시 동래부사 강필리가 '민관협력'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이때였습니다. 관의 재정으로 새로 농우를 매입한 다음, 연간 1냥이라는 나름 합리적인 가격으로 민간에 대여해주는 것이지요.

관에서 농우를 사들여 백성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이미 17세기 말부터 쓰이던 '우수행정 사례'였습니다. 오늘로 치면 농기구를 공짜로 나눠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요. 이후 조선 사회가 안정화되고 소 사육두수가 늘어나면서, 18세기 초 최대 두당 60냥에 달했던 소 값은 18세기 말에는 20~30냥 선으로 떨어지지만, 어쨌든 고가인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고가의 소를 염가에 대여해줌으로써, 그 관리비용을 민간에 위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여 이익으로 장기적으로 늘 부족한 관의 재정을 충당할 수 있고, 백성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강필리는 기대했습니다. 그는 야심차게도, 소의 수를 점차 불려나가 1,000두까지 늘리고, 그 대여비 1천 냥으로 매년 환곡의 결손분(모손)을 충당한다는 장기계획까지 세웠지요.

1765년 동래부는 농우 총 70두를 매입해 각 면에 배정했고, 이듬해에는 추가로 95두를 매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면과 동리의 행정 책임자에게 관리책임을 부여했고, 늙은 소의 처분, 소의 번식 등에 대한 세세한 규정까지 모두 마련했지요. 매년 2회 관우(한수정후 말고 官牛)를 점검하도록 하였으며, 동시에 각 면의 책임자 간에 공동책임제를 도입하고 동래부 관원이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구제하는 절차까지 마련하는 등, 나름 합리적으로 균형과 견제 체계까지 갖춘 듯했습니다.

한동안은 일이 잘 풀리는 듯했습니다. 동래부의 면들 중 비교적 작고 가난했던 동하면의 경우, 총 5두의 관우를 배정받았는데, 1767년까지 송아지가 네 마리나 태어나 전체 사육수가 9두로 증가했지요.

그런데 1779년부터 1781년 사이 어떤 시점에 그렇게 꾸준히 늘어나던 관우는 모두 사라집니다.

모두 빼돌린 것일까요? 동래부 지방 유지들은 결코 그렇게 일차원적으로 해먹지는 않았습니다.

이들은 그때까지 있던 모든 소를 다 팔아버리고, 그 대금으로 토지를 매입했습니다. 이를 우세둔답牛稅屯畓이라 불렀는데, 그 취지는 이 토지의 지대수입으로 소 대여료만큼의 재정수입을 실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소는 늘어나는 만큼 병으로 죽을 수 있지만, 땅은 어디 안 가니까, 여기까지는 나름 합리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삥땅'이 시작됩니다.

1766년 강필리가 마련한 관우 관리대책은 어디까지나 살아 있는 소에 대한 것이었지 땅에 대한 것은 아니었기에, 소가 우세둔답으로 둔갑한 시점 모두 무력화된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점차 '민역을 충당'한다는 이유로 (물론 그중 일정 부분은 실제로 좋은 데 쓰였을지도 모릅니다) 우세둔답은 동래부 몰래 매각되었고, 남은 토지는 대부분 하천 주변에 있는, 여름마다 홍수에 휩쓸리는 영 좋지 못한 농지였습니다. 1842년 동래부사 강시영이 일제 점검을 하였을 때, 전체 우세둔답 중 제대로 운영되는 전답 비율은 1~2할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장부상에만 있는 전답이었지요. 그 가짜 우세둔답의 '소작료'가 모두 주민들 부담이 되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강시영은 특단의 대책을 세웁니다. 조사 결과 이 삥땅질을 주도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각 면과 동의 유지들이었습니다. 강시영은 이들이 (혹은 그 선대가) 팔아버린 토지에 대해서는 그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하고, 일부는 관에서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1781년 시점의 우세둔답을 복원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때의 양안 기록이 아직까지 남아 있지요.

흥미롭게도, 그렇게 재정비한 동하면 우세둔답의 총 지가는 366냥으로 산정되었습니다. 이때의 366냥과 1781년의 366냥 가치가 얼추 비슷했다고 가정하고, 1775년 당시 (아마 경기도 기준이겠지만) 소 가격이 두당 30냥 선이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보면, 놀랍게도 소를 매각하고 우세둔답을 매입하는 과정 자체에서는 거의 부정이 저질러지지 않았다는 것을 추정해볼 수 있지요. 다만 그 이후로 조금씩 전답으로 장난질을 쳐서, 종국에는 그 366냥의 80~90%를 떼먹었을 뿐입니다.

이는 조선시대에도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 라는 중국 격언이 적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숭정 갑신년 이후로 조선 또한 중화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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