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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무튼 대역임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9 11: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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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동네 연표


회귀, 빙의, 환생. 웹소설 3대 클리셰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일어나는덴 몇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당사자가 극한의 상황에 몰린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그 조건을 나는 수십번도 더 충족했었다. 전역한지 1년만에 북괴가 쳐들어와 2차 한국전이 발발해 재입대해야 했으니 말이다.

6달간 사선을 수도없이 넘나들었음에도 살아남는데 성공했던 내가 죽은 사유는 어이가 없었다. 평양을 점령한 직후, 김돼지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 한방 찍고나서 거기다 총 좀 갈겼다가 동상의 손이 떨어져 내 머리에 꽃힌게 그 이유였으니까.

"아 씨발..."

머리 위로 낙하하는 동상의 손을 보고 욕을 한게 내 유언이 되었고, 하늘을 가리는 손이 내가 본 마지막 풍경이 되었다.

1. 두번째 군생활

"전원 기상! 기상!"

주변을 울리는 기상나팔 소리에 눈을 뜬 내가 본 것은 3년 전 떠나보낸 훈련소의 침상이였다. 순간 내가 지금까지 꿈을 꿨던 것인지 생각해 보았으나 주변의 얼굴들을 잘 보니 내 기억과는 약간씩 달랐다.

훈련소 시절 내가 있던 분대는 속칭으로 수어사이드 스쿼드라 불렸는데, 같은 기수의 온갖 꼴통들이 짬처리 당해 붙은 별명이였다.
그런데 여기있는 분대원들은...건드리면 어디 하나 나갈 것 같은 떡대들이였으니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 조교가 뛰쳐들어와 고함을 치자마자 난 반사적으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10분 내로 환복하고 연병장에 집...넌 뭐야!"

"병... 2813번 병 박만희!"

"너 병장이야? 왜 병장이라 하려고 해! 꿈꿨어!"

"아닙니다!'

조교의 말에 주변에서 순간적으로 웃음을 터트렸지만 조교와 나만은 웃지 않았다.

"너 여자야?"

"예?"

그 말에 순간적으로 내 몸을 훑어보았고, 쥬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과 확실히 있는 가슴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하아...행정병놈들 또 오류냈네...야! 뭘 보고 있어! 다 뒤돌아!"

눈 앞에 서있는 조교의 몸은 호리호리했지만 주변의 떡대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 말에 내 몸을 흘낏흘낏 보던 떡대들은 황급히 뒤로 돌았다.

"상황은 알겠는데, 지금 여자 생활관이 남는데가 없다. 그러니까 위생 시설은 그쪽 쓰도록."

"알겠습니다!"

"너희들! 여자 있다고 지랄하지 말고! 내가 똑똑히 지켜본다!"

그 말과 함께 그는 폭풍처럼 내무반을 나섰고, 그와 함께 들어왔던 다른 조교가 우리를 향해 뭘 꾸물대냐며 호통쳤다.

그렇게 시작된 훈련소 생활은 지옥같았다. 일주일간의 제식훈련이 끝난 후 부터는 아침식사 후 사격, 점심식사 후 사격, 저녁식사 후 체력 단련이라는 강행군이 이어졌으니 사고 칠 여력도 없었다.

옆옆중대 여자들이 자신들은 어차피 기행병과로 가는데 왜 이러냐며 단체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조교의 말에 그대로 무너졌다.

"뭐? 기행병이면 그새끼들이 안잡아가냐? 여기 '모든 병사는 소총수다' 안보이나? 봤으면 닥치고 훈련 받아!"

이 말에 그네들은 그대로 연병장을 완전군장으로 20바퀴 돌아야 했고, 불만을 제기하려던 이들은 뒤에서만 구시렁댈 수 밖에 없었다.

훈련소에서 두달을 보낸 후 마침내 보직과 자대가 결정되었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분명 여자들은 후방의 기행부대들로 간다고 들었는데 받아든 내 보직은 소총수에, 자대는 최전방이라는 1사단이였으니 말이다.

"조교님! 제가 왜 소총수로...?"

"아..."

항의하기 위해 조교를 찾아갔지만 그의 표정에서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빌어먹을 행정오류였다. 이걸 고칠 방법도 없었기에 자대에 가서 뭘 해보기로 생각하고 훈련소를 퇴소했다.

그렇게 4년 후, 이제 어엿한 상병으로 막 진급한 시점에 중대장이 날 호출했다.

"충성, 무슨 일이십니까?"

"어 그래, 불편한건 없지?"

"예 그렇습니다."

"다름이 아니라...갑종학교 갈 생각 있나? 강요는 아니야."

"갑종 말씀이십니까...?"

갑종학교, 갑종간부후보생 양성학교로서 77년의 대패 이후 초급장교 부족에 시달린 국군이 급하게 만든 제도로서 싹수가 보이는 병사나 부사관들을 데려다 장교 교육을 시킨 후, 임관시키는 제도였다.
말만 들어선 장교가 되는거니 좋은거 아닌가 하겠지만 문제는 갑종으로 갈 경우 의무복무가 10년이였다. 무려 10년! 병으로 남아있을 경우 7년이면 전역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누구도 가기 싫어할만 했는데, 심지어 추가되는 의무복무기간은 앞의 7년과는 별도였다.

즉, 4년간 복무하고 갑종으로 갈 경우 총 14년을 군대에서 썩어야한다는 것이였다. 그러니 지원율은 바닥을 기었고, 부대에서 갑종 인원이 많이 올 경우 그 부대 지휘관들에게 진급점수를 퍼주는 식으로 늘리려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이 중대장, 아니 중대장새끼는 날 갑종으로 보내겠다는 말을 저렇게 태연하게 하고 있었다.

"예? 전 싫슴다!"

"이미 늦었어. 널 보내기로 결제 끝내놨거든. 이건 그냥 형식상 물어본거야."

그말과 함께 중대장새끼가 꺼내든 것은 내 서명이 선명히 적힌 갑종 지원서였다. 어쩐지 어제 표정이 싱글벙글 하더라니!

"그거 내 놓으십쇼!"

중대장새끼에게서 서류를 낚아채기 위해 달려들었고, 의자에 앉아있던 중대장새끼는 그런 날 피하려다 그대로 나와 충돌해 바닥에 거꾸라졌다.

그 과정에서 굉음이 들려왔고, 밖에 있던 상황병이 방 안으로 급하게 총을 들고 달려들어왔을때 보인 중대장실의 풍경은 울먹이면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나와 그런 내 위에 어떻게 얽혀 올라탄채 웃는 표정을 하고 있는 중대장이였다.

"소!!! 손들어! 중대장님이 사람입니까? 박상병님을 덮치려 하다니! 헌병대! 헌병대를 불러야!"

"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야!"

"그럼 그게 아니라는 증거 대 보십쇼! 박상병님 옷은 왜 찢긴겁니까!"

"이건 넘어져서 그런거라고! 맞지 박상병!"

중대장새끼의 말에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자 소란을 듣고 뛰어온 본부소대 애들도 중대장새끼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야! 야!"

"헌병대 불러! 이런 미친새끼가 우리 중대장이였다니!"

몇시간 뒤, 헌병대는 조사를 마치고서 우리를 풀어주었다.

"그러니까 갑종 보내려니까 여기 박상병이 반발했고, 그런 박상병 놀려먹다가 키중위님이 박상병한테 덮...아니 박상병이 서류를 뺏으려 했다고요?"

"예..."

"아니 중위님, 하...그래서 그건 취소 안된답니까?"

"자대온지 4년된 애가 갑종 가는건 처음이라고 국방부 장관님까지 결제 이미 올라갔습니다..."

"미치겠네, 그럼 그걸 박상병은 몰랐고?"

"휴가증 줄태니까 여기다 사인하라고 하셔서..."

"좀 읽고나 사인하지, 일단 넌 갑종 가야겠다. 이미 결제가 다 끝나서 어쩔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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