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밑에 같은 아이피로 불쏘시개 같은 거 쓰지마라

복거일 교수 책 좀 보고써라

전력 낭비 종이 낭비다

제대로 쓴 대체역사소설이 더 잘팔릴거다

해외 소설보다가 이거보니 못보겠다

이런 헛소리하는 사람 있길래 내 부족한 식견으로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하겠음


1. 배경

임경업전, 박씨전 같은 진짜 옛날 고전말고

우리가 옛날에 보던 도서대여점 시절이나 지금의 웹소설 중 대체역사소설 장르는

1990년대 중후반 ~ 2000년대 초반 pc통신 시절부터 시작된 거임

그 때만해도 대체역사소설 대다수가 치욕적인 역사를 씻는다는 미명 아래 국수주의적인 가공전기가 주류를 이뤘음

(일본의 감벽의 함대 비스무리하게)

때마침 일본의 위안부, 독도 망언이 연이어 터질때였고
미군 장갑차 사고로 반미감정도 고조될 때라

당시 pc통신을 즐기던 10~30대 젊은층들 상당수가 그런 자기만족, 대리만족형 대체역사에 열광했었음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고 아마 여기 갤러리 아재들 다수도 마찬가지였을거임

통일한국이 중국, 일본, 미국을 격파하는 지금 보면 진짜 말도 안되는 밀리터리물까지 등장할 정도였으니 뭐 ㅋㅋ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스토리는 좀 그래도 이런저런 고증이나 개연성은 그 때가 훨 낫긴 했음 ㅋ)

여하여튼 그러던게 돈이 좀 되니까 양판소 수준의 소설들이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고 덕분에 대체역사소설들 상당수가 정복물, 갑질물, 국수주의로 나갔던거임

왜냐고? 사람들이 다 그걸 찾으니까 ㅇㅇ

불쏘시개 같은거 쓰지 말라고 하던데

작가는 원래 지가 쓰고 싶은거 못 써 팔리는 걸 쓰지

즉 그러한 배경, 인과관계를 너님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거임 ㅇㅋ?


2. 웹소설의 등장

그렇게 양판소, 불쏘시개의 범람으로 침체되던 시장이 2010년대 이후로 웹소설이 등장하면서 다시 활성화됨

문제는 pc통신 시절 10~30대의 젊은 독자층들이 지금은 30~50대 아재들이 됐다는거

가뜩이나 판타지 같은 주류장르보다 떨어지는 마이너 장르가 대체역사인데 그나마 있는 매니아층들을 잡으려면 그 아재들을 공략해야지

이들은 10~20대보다 구매력이 높으면서 동시에 pc통신 시절에 나온 정복물, 갑질물, 국수주의 역사소설로 눈을 뜬 독자들임

그렇다면 대체역사소설 쓰는 입장에선 이들을 공략할 수 있는 소설을 쓸까 아님 팔리지도 않고 욕이나 먹을 너님식의 소설을 쓸까?

(마치 조미료 범벅의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식을 먹으면 맛없다고 생각하는거랑 같음)

그렇다고 독자와 작가를 마냥 비난할 순 없는게 그 사람들은 자기돈 주고 자기가 원하는 글을 보는 거고 작가는 그에 맞는 소설을 써주는거임

난 개인적으론 그런 현상이 그닥 좋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내 기준에 맞춰 마냥 비난할 순 없는 법이지 ㅇㅇ

거기다 웹소설은 과거의 도서대여점 시절과 달라서

한 권 단위가 아니라 한화 한화 쪼개서 연재하는 형식이라

조금이라도 전개가 늘어지거나 그러면 독자들은 가차없이 이탈함 그러니 개연성이 조금 붕괴되도 빠른 전개로 나가는거고

자연스레 인물의 내면이나 시대 묘사 보다는 인물 개개인의 큼지막한 행동에 더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음 아까도 말했지만 한화 한화 읽다가 조금이라도 지루함을 느끼면 독자들은 바로 하차하거든

도서대여점 때야 좀 지루한 대목이 있어도 한권은 일단 빌렸으니 끝까지 읽는 편인데 웹소설은 얄짤없음

복거일 교수님 소설인 역사속의 나그네나 비명을 찾아서 같은 수작도 권 단위로 나왔으니 그랬지 지금의 웹소설처럼 한화 단위로 나왔으면

'소재는 좋은데 좀 지루하네요'
'글호흡이 너무 길어서 읽기 불편해요'

바로 이런 반응 나왔을거다 웬만한 빠른 전개나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독자들은 달랑 5천자 한편 읽고 내일 모레를 기다려주진 않거든 요즘 트렌드가 그래


3. 해외랑 왜 다른걸까?

너님이 무슨 해외소설을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미권 쪽을 가정하고 말하겠음

높은 성의 사나이 같은 소설들은 말 그대로 '이랬으면 어땠을까'로 출발함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대체역사마냥 무조건 조선, 한국이 발전하고 세력확장을 해야한다는 주제의식과 그 맥락 자체가 다르다는거임

알겠지만 근대 역사의 승리자는 영미권 국가들이고 지금도 마찬가지임 그러니 역사 자체를 '그냥 이랬으면 어땠을까'로 편하게 가정하고 보는거고

대신 한국이나 일본처럼 나름 쓰라린 역사가 있는 나라들은 대체역사소설이 '이러면 좋았을텐데'임 일본 우익들이 좋아 죽는 제국주의 찬양 소설 감벽의 함대나 우리나라의 몇몇 국뽕 취한 소설들이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거임 즉 영미권과는 그 출발 배경이 다르다는 뜻

당장에 병자호란의 아픔이 있던 조선인들이 박씨전, 임경업전 쓴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정리하자면

영미권: 이랬으면 어땠을까
우리나라: 이랬으면 좋았을텐데

아예 출발 선상이 다르다는 거임 ㅇㅋ?


4. 마치며

나도 한 때는 pc통신 시절의 국뽕 역사소설이나 밀리터리물에 빠져산 적이 있었는데 요새는 담담하게 풀어쓰는 대체역사소설이 좋음

일본이 저지른 침략의 역사엔 입에 게거품물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막상 한국이 소설에서 일본 처들어가면 제국주의자로 빙의하는게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ㅋㅋ

근래에 이르러 재밌게 본게 대한제국 연대기, 제국의 계보, 여명의 세기인데 이건 확실히 국수주의, 국뽕물이 아니다보니 읽기가 편하고 재미도 있더라 아 물론 개인적으로 ㅋㅋ 아마 너님도 좋아하지 않을까함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거는 너님이 원하는 그런 종류의 소설은 시장의 사정이나 독자의 트렌드 상 우리나라에선 찾기 어렵다는거다

그렇다고 그걸 니 취향에 안맞다고 종이낭비, 전력낭비로 비하하진 말길...아까도 말했지만 독자는 자기돈 주고 원하는 글 볼 권리가 있고 작가는 자연스레 거기에 따라가는 법이니까 ㅇㅇ

이상 대체역사소설 독자이자 아직 완결도 못지은 초짜 작가의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