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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nozoic은 1987~96년에 연재된 마크 슐츠 화백의 작품입니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보다도 몇년 앞서 나온 공룡 소재의 모험물이었습니다.

1993년에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나오기도 했고
같은 해 캡콤에서 '캐딜락 앤 다이노소어'라는 빗뎀업 게임으로도 나왔습니다.
아직도 이 게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죠.

예전부터 구하려고 벼르던 책이었지만 어쩌다 보니까 이 책 실물을 쥐어보는데까지 6년 걸렸네요.

Flesk라는 출판사에서 2021-22년에 출간된 Xenozoic 단행본입니다.
Xenozoic Tales #1–14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만화가 사실상 연중 상태라서,
몇년 전 예고됐던 후속작이 나오지 않는 이상은 마크 슐츠 분량은 이 책으로 한큐에 다 읽어볼 수 있습니다.

작년에 국내 모 가게에 예구를 넣었는데 그 뒤로 현지 거래처 사정?으로 1년 가량 소식이 끊겨버려서
더이상 기다리다가는 절판이 뜰 것 같아 가게 연락해 주문을 취소한 뒤 다른 곳에서 사게 됐습니다. 1년이나 늦게 샀는데도 그새 절판이 안 돼서 다행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포스트 아포칼립스+공룡입니다.
1990년대에 세상이 대충 망해버린 뒤 지하세계로 대피했다가 살아남은 인류가 수백년 뒤에
지상으로 나와보니 공룡시대가 열려있는 겁니다.

인류 문명은 구시대의 도시 잔해에 터를 잡고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주인공 잭 텐렉은 바다의 도시라고 불리는 반쯤 수몰된 맨하탄에서 기계공 겸 해결사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게임에도 나오는 캐딜락 자동차 한 대를 수리하고 공룡 대변으로도 굴러가게 개조해서 끌고 다닙니다.
주로 하는 일은 위험한 거대 고생물이 들끓는 세상에서 물자 이송을 돕거나, 일꾼들이 일하러 갈때 호위해주거나 하는 것.

그런데 자연을 존중하고 공룡의 습성을 잘 알고 있어서 공룡이 덤벼오지 않는 이상 먼저 쏴죽이지는 않습니다.
미국 서부시대 배경 만화에 나오는 북미 원주민들이랑 비슷한 성격입니다.

예전에 봤던 서부 만화 중에 밀렵꾼이 주인공의 제지를 무시하고 사냥하다가 역으로 당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런 인과응보 에피소드가 Xenozoic에도 유사하게 있더군요.

여주인공 한나 던디는 워싱턴 d.c. 자리에 세워진 와순이라는 경쟁 도시에서 대사로 파견됐다는 설정입니다.
대형 육식공룡이 달려오는데도 안 피하고 제자리에서 총질하는 용감한 인물입니다.

만화 초반에는 외지인인 한나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많이 보게 됩니다.
때로는 밀렵꾼보다 공룡의 목숨을 우선시할 정도인 잭의 성격이 한나와는 충돌하는 게 그려집니다.

나중에는 잭도 와순을 방문하게 되면서, 반대로 잭이 외지인의 입장이 됩니다.

(와순에 도착한 잭과 한나)

(외지인 라이벌을 몰래 담그려고 하는 와순 사냥꾼)

와순에서 제일 유명한 사냥꾼이 한나에게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잭과 삼각관계를 이루고
사냥꾼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와순의 지배자는 잭을 이용하려고 드는 등, 읽다 보면 존 카터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작가가 지향했던 펄프 모험극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만화입니다.

모험물이면서 과하게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은 부분이 마음에 듭니다. 깔끔하고 담백함.

마크 슐츠 화백의 작화는 그냥 최고입니다.
Xenozoic은 마블에서 Cadillacs and Dinosaurs라는 타이틀로 재판됐을 때 채색판으로 나온 적 있었지만 제가 보기에는 흑백 버전이 더 좋네요.

등장인물들 머리칼을 대리석 깎아놓은 것처럼 슥슥 그려놓은 걸 보면 감탄밖에 안 나옵니다. 어케 이리 잘그리지?

본편 기준으로 고생물의 묘사와 디자인 같은 경우에는 당시 시대의 산물이기에 요즘 보면 구식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직 쥬라기 공원도 안 나왔을 때니까요.

가볍게 머리를 비우고 작화뽕에 취하며 단순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만화입니다. 제대로 완결이 났으면 좋았을텐데...

플레스크 출판사에서는 마크 슐츠의 여러 스케치북도 판매중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공홈에서 확인해보세요.

두께에 비해 살짝 비싸긴 하지만 그림 하나는 정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