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빙글리 신학과 토마스주의 사이라면 모를까, 토마스주의와 칼뱅주의 성찬론 차이는 너무 과장된 거 같음.

솔직히 성찬론에서 '칼뱅주의와 토마스주의의 차이'가 과연 '칼뱅주의와 츠빙글리주의의 차이'보다 크기는 한 건가?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제 170항에선 성찬을 이렇게 설명함:

As the body and blood of Christ are not corporally or carnally present in, with, or under the bread and wine in the Lord's Supper, and yet are spiritually present to the faith of the receiver, no less truly and really than the elements themselves are to their outward senses

즉

1. 몸과 피는 corporally하거나 carnally하게 현존하는 게 아니다.

2. 영적으로 현존하고, 빵과 포도주 그 자체보다 덜 진실하거나 덜 실재적인 게 아니다.

라 할 수 있음.

(※ 여기서 번역하기 힘든 게 corporally와 carnally인데 직역하면 '몸으로', '육으로'임. 그런데 요리문답에서 몸(body)이 현존한다고 말한다는 점, 신약성경의 언어에서 몸과 육은 현세적이고 속된 것을 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corporally와 carnally는 '속되게', '현세적으로' 정도의 의미로 보는 게 더 알맞은 거 같음. 다만 난 칼뱅주의자가 아니니, 혹시 칼뱅주의 신학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댓글 좀.)

물론 이건 토마스주의 성찬론과 동일시할 순 없음. 무엇보다도 칼뱅 자신부터가 자기 성찬론을 토마스주의와 구분한 게 분명함.

다만 그 차이가 너무 과장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솔직히 많이 듬.

가령 일부 가톨릭 신자들은 성찬론에서 '상징'이라는 키워드만 나와도 깜짝놀라는데, 토마스주의 성찬론에서도 '상징적 요소'는 있음.(빵과 포도주의 우유, 곧 겉모습은 성변화 후에도 그대로 남아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라는 실재를 가리키는 상징이 됨.)

실체변화는 '그것은 무언인가?'(실체)에 대한 대답이 변화하는 것이지, 빵의 양(quantitas), 빵의 질(qualitas), 빵의 관계(relatio), 빵의 장소(ubi), 빵의 시간(quando), 빵의 자세(situs), 빵의 소유(habitus), 빵의 능동(actio), 빵의 수동(passio)은 그대로 남아있음. 다시 말해서 "성변화 후에도 근대 물리학적 의미에서의 빵이 맞다"고 가톨릭 교리에서는 인정함. 빵과 포도주가 마술적으로나 속된 의미에서 변화하는 게 아니라, 성사적 의미에서 변화하는 것임.

그리고 칼뱅주의 성찬론은 츠빙글리 성찬론과 동일시될 수 없고, 분명하게 몸과 피가 빵과 포도주 이상으로 진실하고 실재적이라 말함. 비록 토마스주의 성찬론과 동일시될 수 없지만, 칼뱅의 언어에서 '영적으로'는 결코 덜 실재적이라거나 덜 진실하다는 의미가 아님.

아무튼 그래서 난 솔직히 이 둘의 차이가 너무 과장되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