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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성공회 뉴비의 고민모바일에서 작성

성붕이(211.225) 2024.03.16 02:53:39
조회 360 추천 0 댓글 20
														
모태신앙이지만 이성주의랑 성서비평도 나름 긍정적이게 봤던 타 교단 개신교인인데, 기존에 다니던 교회에서는 ‘틀린 신앙’으로만 치부해서 너무 피로도가 높았어요. 덮어놓고 믿는다고 하고 목회자에게 순종하지 않는 이상 무엇을 해도 나는 그들이 제시하는 ‘진정한’ 신앙의 경지에 오를 수 없고 계속해서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는 공동체가 심히 괴로워서 건강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공동체를 찾고 있습니다.

비아 메디아나 성공회가 꽤나 다양한 신앙을 포용하는 것을 소문으로 들어서 일단 중용의 자세만이라도 배우고자 예배를 몇 번 함께 드렸는데 벌써 위기인거 같아요.

성인이라는 개념도 어디까지 받아들이는게 맞는지 혼란스럽고, 사도들에게 간청하는 기도나 성모송이 꽤 낯설어요. 물론 안 하시는 성공회 신자분들도 계시는 것 같기도 하고 공식적인 예배에서도 안 하긴 하지만, 컬쳐쇼크였던 기억이 아직도 살짝 남아있어요..

성공회 내부에서도 꽤나 민감한 이야기일수도 있으나, 혹시 성모신심(원죄 없이 태어났다던가… 평생 동정이셨다던가… 승천하셨다던가…)에 대한 성공회의 입장은 믿어도 아무 문제 없다는 건가요? 성서에 입각해 보았을 때 수용하거나 권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식 입장인줄 알았는데 또 2005년에 성공회-가톨릭 일치 위원회에서 발표하기는 이런 교리가 성서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해서요…

그 외에도 성호경, 묵주기도, 관상기도도 낯설고 성물이나 성화에 대한 것들도 뭔가 최대한 좋게 생각하려고 하는데 개인적 배경 때문에 자꾸 정신차려보면 경계하고 있는게 좀 있어서요…

개인적으로 신부님들과 성도님들의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도 나쁘게 보지 않는 편이고, 오히려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 좋게 보고 있어요.

거기다가 매주 드리는 성찬식이 너무 좋아서 성공회 예배가 정말로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어서 예전이 살아있는 예배가 신선하고 좋아요. 그러면서 왠지 기도문을 계속 읽으면 나중에 좀 지루하거나 습관처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좀 부끄러운 걱정도 미리 하고 있지만요.

초대교회부터 이어지는 전통과 진리관에서 교회를 지나치게 축소하지 않는 성공회 신자들을 보며 저절로 아멘이 외쳐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제가 너무 복음주의+개혁주의 배경이라 그런지 이런저런 전통을 보며 “굳이..?”라는 질문만 속으로 몇번은 물어본거 같아요.

괜히 신부님께 물어보자니 실례인거 같기도 하고, 제 자신을 돌아봤을 때도 정말 이유가 궁금해서가 아닌 어느정도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고 여쭙는거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에요. 어쩌면 제가 성공회도 개신교라 개혁파 성향이 강하겠지 하고 오해를 했던걸까요..?

제가 정말 복음과 본질에만 일치를 추구했으면 불편한 부분이 없었겠죠..? 신학적 토론도 이제 지치고 성서에 없다고 무조건 폐기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자꾸만 신학적 맹점으로 돌아오는 제 모습이 좀 한심하고 앞으로도 공동체에 유익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제가 전례나 전통에 대해서도 잘 모르면서 오로지 존 스토트나 C.S.루이스 책을 읽고 성공회에 대한 왜곡된 상상만 하고 괜히 들어와서 공감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성공회 갤러리분들께도 죄송하지만, 어디 이야기할 곳이 마땅치가 않아 익명으로 여쭤봅니다.

나름 중도인 통합측이나 진보적인 감리교단으로 옮길까 생각했지만.. 기존에 다니던 교회에서 나에게 ‘틀린 신앙’이라 얘기했듯 어쩌면 저도 가톨릭 색채가 짙은 성도님들에게 괜히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화합하길 거부하고 내 생각과 일치하거나 익숙한 것을 추구하는 그릇된 공동체 사상을 갖고 교회를 옮기는게 아닌지 싶어서.. 죄스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고민이 사라지지가 않아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누군가가 계시거나, 아니면 지혜를 나누어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실까 해서 제 이야기를 나눕니다.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글 지우겠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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