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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긴글도 좀 읽고 그래라.-미야기 이야기 (1)

ㄷㅎ(210.183) 2018.04.28 04:53:40
조회 300 추천 0 댓글 1
														

 1: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3:05:53.27 ID:uxwqRYpB0

「자신의 인생에는, 몇 엔 정도의 가치가 있는가?」
그런 질문 받은 적이 있었지.
확실히, 초등학교 4학년 도덕시간이었던가.
대부분의 학생은,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보면서,
최종적으로는, 수천만부터 수억이라는 결론을 내렸었어.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생각을 밀어붙이는 학생도 있었지.
어른에게 물어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오겠지.
적어도 나는, 실제로 수명을 파는 그 날까지는,
자신의 인생은 2, 3억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10년이나 20년 정도 수명을 팔아 수천만을 얻어서,
남은 인생을 편하게 사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행복한 60년과 그렇지 않은 80년이면,
전자가 절대로 좋을 테니까 말이야.
심사결과를 봤을 때는 뒤집어질 뻔 했었지.
아무래도 나의 일생(一生), 백만 엔도 되지 않는 거 같다.
 
 
 
 
4: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3:10:15.53 ID:uxwqRYpB0

20세의 7월정도의 이야기인데,
그 쯤, 나는 어쨌든 돈이 필요했다.
밥과 된장국 외에는 입에 대지도 못해서 말이지,
수일 전, 웨이터 알바 중에 3번이나 쓰러져서,
슬슬 영양가 있는 걸 먹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돈이 되는 거라고 하면, 가구, 수십 장의 CD,
거기에 수백 권의 장서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지.
대부분 중고품이고, 그다지 가치는 없지만,
그래도 1개월 식비 정도는 될까 생각해서,
될 수 있는 한 신품에 가깝게 보이려고 열심히 청소해서,
단골 헌책방이나 악기점에 팔러 갔다는 얘기지.
 
 
7: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3:12:22.45 ID:uxwqRYpB0
헌책방의 할아버지는, 내가 책을 대량으로 팔러온 것을 보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라고 걱정해 주었다.
평소엔 쌀쌀맞은 할아버지였기에, 의외였다.
「종이는 맛있지 않으니까요」라고 내가 돌려서 말하니,
할아버지는 마음 속 깊이 동정하는 듯 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돈은 별로 주지 않았지. 저쪽도 빈곤하니까 할 수 없지만.
어중간한 돈을 받고 가게를 나가려고 하니,
할아버지는 「저, 하나 얘기할 게 있다.」라고 나를 붙잡았다.
돈이라도 주려는 걸까나;라고 생각해 「네?」라고 하며 돌아가니,
말하더란 말이지, 「수명, 팔 생각 없나?」라고.
 
 
8: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3:14:42.85 ID:uxwqRYpB0
늙는다는 공포에 드디어 헛소리까지 하냐고 생각하면서,
나는 반쯤은 그냥 얘깃거리 정도로 할아버지의 설명을 듣기로 했다.
간단히 말해, 이런 것 같다.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빌딩에,
수명의 매입을 행하는 가게가 들어와 있는 것 같다.
거기서는 시간이나 건강조차도 팔 수 있지만,
수명은 특히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 같다.
할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지도와 전화번호를 적어주었지만,
내가 아니더라도, 그런 이야기, 할아버지의 소망이 만들어낸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버리겠지.
조금 불쌍하게 생각했어. 죽는 게 무서운 거겠지, 라고.
 
 
10: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3:19:03.31 ID:ZosYchLxP
나이 먹으면 죽는 게 무섭지 않게 되는 걸까나
무서워어어어...
 
 
11: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3:19:27.22 ID:uxwqRYpB0
하지만 결국, 나는 그 빌딩에 향하게 되었다.
CD도 책도 가구도, 전혀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명을 판다는 이야기를 믿은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가능성을 생각했다고.
할아버지나 형님이 말했던 건 뭔가의 비유로,
사실은 굉장히 수지가 좋은 알바가 있는 게 아닐까하고.
수명이 줄어든다거나 하는 리스크를 안는 대신에,
1개월에 백만 정도 벌 수 있다던가, 그런 거.
그런데, 약간 어두운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고,
눈이 마주친 점원 같은 여자가, 나를 보자마자
「시간입니까? 건강입니까? 수명입니까?」
라고 말하고 있으니, 웃을 수밖에.
 
 
12: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3:22:41.12 ID:uxwqRYpB0
일련의 사건들로 신경이 질려버린 건지,
나는 이제 생각하는 게 귀찮아져서, 「수명」이라고 대답했다.
「2시간 정도 시간이 걸리겠습니다」라고 여자는 말하며,
이미 양손은 PC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어이어이, 사람의 가치라는 게 2시간 정도로 아는 거냐?
나는 다시 한 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안경이 없는 안경점,
보석이 없는 보석점 같은 공간이라고 할까.
그래도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고, 사실은 이 안에
수명이라던가 건강이라던가 시간이 장식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뭐라는 거지. 언제까지 이 웃지 못 할 농담이 계속되는 거야?
 
 
13: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3:26:50.95 ID:uxwqRYpB0
역 앞의 광장에 가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마지막 한대를 시간을 들여 맛보았다.
담배도 슬슬 그만두지 않으면, 하고 생각한다.
돈만 잡아먹고, 건강에도 좋지 않으니까 말이지.
근처에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노인이 있었는데,
그걸로 식욕이 솟아나는 자신이 한심했지.
조금만 더 있었다간 비둘기랑 같이 바닥을 쫄 뻔했다고.
수명, 비싸게 팔리면 좋겠네, 라고 생각했다.
역에서 시간을 때운 후, 나는 조금 빨리 가게로 돌아가,
소파에서 졸면서 심사결과를 기다렸다.
20분 정도 지나, 내 이름이 불렸다.
미묘하네. 나, 한 번도 이름을 말한 기억이 없는데.
 
 
15: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3:28:43.88 ID:uxwqRYpB0
심사결과를 보고, 나는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1년에 1만 엔? 남은 인생 30년?
북오프에서도 좀 더 제대로 된 가격으로 쳐줄 거라고.
거북이나 뭔가의 결과랑 바꿔치기 당한 거 아니야?
하지만, 그곳엔 확실히 내 이름이 적혀있다.
「이거, 뭘 기준으로 정해지는 건가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심사표를 여점원에게 보여주었다.
「여러가지입니다」라고 그녀는 귀찮은 듯이 답했다.
「행복도라던가, 실현도라던가, 공헌도라던가, 여러가지」
분명, 이런 질문에 질린 거겠지.
 
 
16: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3:36:01.19 ID:uxwqRYpB0
여점원은 상세한 시스템을 가르쳐주었다.
사실은 가르쳐주면 안 되는 것 같지만,
내가 너무 끈질겼던 거겠지.
특히 충격적이었던 정보는, 1만 엔이라는 것이,
수명 1년당 최저 매수 가격이라는 것.
말하자면, 내 인생은 한없이 무가치에 가깝다는 것이다.
행복해지지 못하고, 그리고 누구 하나 행복하게 하지 못하고,
무엇 하나 달성하지 못하고, 무엇 하나 얻을 수 없는 것 같다.
「문제가 없다면, 여기에 사인을 부탁드립니다」
여점원이 기다리다 지친 듯이 말하지만,
이걸 보고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녀석이 있다면,
그 녀석은 정신병원에 가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때는 내 감각은 마비돼버려서 말이지,
자신의 물건이나 시간을 싸게 파는 거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자포자기에 빠져, 이렇게 대답해버렸어.
「3개월만 남기고, 나머진 전부 팔겠습니다」
 
 
18: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3:39:05.34 ID:uxwqRYpB0
30만이 들은 봉투를 가지고, 나는 가게를 나갔다.
굳어버린 웃음만 나왔지.
뭐가 슬프냐고, 내 수명이 싼 이유,
나 스스로, 왠지 알 것 같단 말이야.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돌아가는 길에 술집에 들러 대량으로 맥주를 사서,
나는 그걸 마시면서 밤길을 천천히 걸었다.
술 같은 거 마시는 건 정말로 오랜만이었지.
그래서 완전히 알코올 내성도 없어져 있어서,
나는 집에 와서 2시간 뒤에는 토했다.
남은 인생 3개월, 최저의 스타트를 끊었단 거다.
 
 
22: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3:49:53.07 ID:uxwqRYpB0
잠든 것은 새벽 4시정도였지만,
이런 날에 한해서, 행복한 꿈을 꾼단 말이지.
초등학생 때의 꿈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여름방학의 꿈.
부모님의 차로, 소꿉친구와 캠프 갔던 때의 꿈.
아아, 울었었지. 자면서 울고 있었지.
무자비한 행복한 꿈에서 나를 구출한 것은, 초인종 소리였다.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으니,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여니, 본 적 없는 여자가 서있었다.
왠지 조건반사적으로 기뻐해버렸지만,
그 눈빛을 보고, 나는 생각해냈다.
그 녀석은 내 수명을 심사했던 여자였다.
「오늘부터 감시원으로 일하게 될 미야기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미야기라고 이름을 댄 여자는 나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감시원. 그러고 보니, 그런 이야기도 있었던가.
숙취에 찌든 머리로 어제의 기억을 찾아보면서,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한 번 더 토했다.
 
 
23: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3:55:02.70 ID:uxwqRYpB0
핼쑥해진 기분으로 화장실을 나오니,
감시원이 문 앞에 서있었다.
제일 앞자리에서 듣고 싶었던 걸까나, 내가 토하는 소리.
양치질을 하고 물을 3잔 마신 후,
나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누웠다.
「어제도 설명했습니다만」라고 옆에서 미야기가 말한다,
「당신의 목숨은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부터 항상, 감시가 붙어 있게 됩니다」
「그 이야기, 나중에 하면 안 될까?」라고 나는 미야기를 노려보았다.
미야기는「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라고 말하고,
방구석에 가서, 쪼그려 앉았다.
이후, 미야기는 그곳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계속 나를 관찰하게 된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거라 생각하지만,
이런 걸 당하고 있으면 생활의 페이스가 완전히 미쳐버린다.
봐봐, 남이 보고 있으면 할 수 없는 일이란 건 잔뜩 있잖아?
 
 
24: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3:59:29.66 ID:uxwqRYpB0
수명이 1년도 남지 않은 손님에게는 감시원이 붙는다는 것은,
분명히 앞서 들었던 이야기지만.
미야기의 설명에 따르면, 수명이 반년 이하로 남은 손님이,
자포자기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것을 미연에 막기 위해 감시원을 도입했다고 한다.
만약 내가 타인에게 커다란 민폐를 끼칠 것 같으면,
감시원이 본부에 연락해서, 내 수명을 끝내버리는 듯하다.
트래비스 버클1은 될 수 없다는 거다.
단, 마지막 3일 만은, 감시원도 떨어져서,
순수한 자기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통계적으로, 거기까지 가면 사람은 악한 짓을 하지 않게 된다던가.
 
 
27: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02:44.12 ID:uxwqRYpB0
저녁쯤에는, 구토감도 두통도 사라져있었다.
나는 겨우 일을 제대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어제, 충동적으로 수명의 대부분을 팔아버린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의외일 정도로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3개월이나 남기지 말걸, 이라고 조차 생각했다.
계속해서 감시만 당하는 3개월 따위 사양이니까 말이야.
3일정도만 있으면 됐던 거 아냐?
자 그럼. 자신의 가치가 낮은 걸 이제 와서 고민해도 소용없다.
문제는, 이제부터 무엇을 할까겠지. 3개월로.
나는 종이를 한 장 꺼내, 펜을 손에 쥐고,
거기에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작성했다.
드디어 그럴듯하게 되었군.
 
 
28: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04:53.70 ID:uxwqRYpB0
하고 싶은 일 리스트. 예를 들면, 이런 느낌이다.
 ;소꿉친구를 만나 감사인사를 한다
 ;친구와 만나 바보 같은 이야기들을 한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가족과 보낸다
 ;지인 모두에게 유서를 쓴다
 ;대학에는 가지 않는다
 ;아르바이트에도 가지 않는다
뭐, 전체적으로 평범한 발상이다.
누구에게 쓰게 해도 비슷한 느낌이겠지.
 
 
32: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12:20.21 ID:uxwqRYpB0
어느 샌가 바로 뒤에 미야기가 있었고,
내가 적은 리스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거, 그만두는 게 좋아요」
첫 번째 항목을 가리키며, 그녀는 말했다.
”소꿉친구를 만나 감사인사를 한다”.
「어째서?」라고 나는 미야기에게 물었다.
――소꿉친구에 대해서, 조금 설명할까.
꿈에서도 나온 그 아이와 나는, 4살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그녀가 전학가기 전까지는, 어디에 가든지 함께였어.
 
 
33: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14:44.48 ID:uxwqRYpB0
중학교에 들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에서 고립된 나에게 유일하게 매일 말을 걸어주고,
「무슨 일이야?」라고 물어봐준 것도 소꿉친구였다.
떨어진 후에도, 괴로운 일이 있었을 때,
내가 떠올리는 것은 소꿉친구였다.
그녀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겠지.
뭐, 없으면 없는 대로 상관없지만 말야.
어쨌든 나는 그녀에게 감사를 하고 싶다.
최근 수년간 전혀 연락하지 않았지만,
혹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가장 먼저 달려가려고 생각했다.
어떤 형태로도 좋으니까, 그녀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4: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17:21.94 ID:uxwqRYpB0
「그 소꿉친구씨 말입니다만」라고 미야기가 고한다.
「17세에 출산했습니다. 그리고, 고교는 퇴학
18세에 결혼하지만, 19세에 이혼했습니다.
20세인 현재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네요.
덧붙여 2년 후, 목매달아 자살하게 됩니다.
지금 만나러 가면, 분명 『돈 빌려줘』라는 말을 듣게 될 거에요.
당신에 대한 것, 거의 기억하고 있지 않고요」
 
 
35: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20:27.06 ID:uxwqRYpB0
내가 어떤 반응을 보였냐고?
그야, 단단히 상처받았지. 단단히 말이야.
가장 소중한 기억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으니까 말이지.
한심한 이야기지만, 20세가 되어서도,
내 근본은 어디까지나 퓨어하다고 할까
나이브하다고 할까 센시티브하다고 할까, 
말하자면 어린 시절부터 성장하지 않았단 말이지.
무언가가 변하고, 무언가가 끝나가는,
그런 것이, 아직도 견딜 수가 없다구.
성인 남성인 주제에 카나리아처럼 민감해.
 
 
36: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22:32.67 ID:uxwqRYpB0
그래도 나는 최대한 신경 쓰지 않는 척 하며,
「흐응」이라고 말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3대 정도 피니, 몸이 안 좋은 탓인지,
안 좋은 느낌으로 머리가 아파왔지.
그래도 계속 피웠다. 여러 가지를 잊기 위해서.
미야기는 방의 구석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노트에 슥슥하고 뭔가를 적고 있었지.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 샌가 해가 저물어있었다.
나는 내가 쓴 리스트에 눈을 돌리고,
소꿉친구 항목에 취소선을 그었다.
그리고 한 번 더 리스트를 곰곰이 바라보고 나서,
전화를 손에 쥐고, 천천히 버튼을 눌렀다.
 
 
38: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26:23.27 ID:uxwqRYpB0
『무슨 일이야? 별 일이네, 네가 전화를 걸다니』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알바와 공부로 바빠서 전화할 틈이 없었으니까 말이지.
「갑자기 미안하지만, 지금부터 집에 돌아가도 괜찮을까나」.
나는 엄마에게 그렇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가족의 무상의 사랑 같은 것에 둘러싸여,
여생을 평온하게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쪽이 뭔가 말하기 전에, 엄마는 재잘재잘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것은 2살 아래의, 남동생 얘기였다.
엄마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그 녀석의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도 그럴 게 내 남동생, 약간 유명인이야.
야구를 하기 위해서 태어난 듯한 남자라서 말이야,
1학년 때부터 갑자원에서 던지고 있어.
텔레비전에도 항상 나오고 있어. 자랑스러운 남동생이지.
 
 
39: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28:05.41 ID:uxwqRYpB0
남동생의 여전한 활약에 대해서는 당연한 일,
엄마는, 남동생이 데려온 애인의 이야기까지 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미인이란다」라고 엄마는 20번 정도 말했다.
「같은 사람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 미인이라서, 거기다 성격도……」
마치 벌써 손자가 생겼다는 것 같은 말투라서 말이지.
내 얘기 같은 건 전혀 들으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 생각은, 점점 시들어 갔다.
최근에는, 그 남동생의 멋진 애인씨 라는 것을,
자주 집에 초대해서 저녁을 같이 먹는 것 같다.
그 장소에 내가 섞이는 것을 상상한 것만으로도 죽고 싶어 지지.
나는 적당한 데서 전화를 끊었다. 집에 돌아가는 것은, 그만두었다.
 
 
41: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33:48.02 ID:uxwqRYpB0
오늘은 뭘 해도 안 되는 날이야, 라고 나는 결론지었다.
좋아하는 거라도 하면서 기분을 달래자.
그리고 내일이 되면, 다시 뭘 할지 생각하자.
그런 이유로, 욕망이 향하는 대로 지내자고 결심한 나였지만,
거기에, 아무래도 방해가 되는 녀석이 방구석에 있단 말이지.
「저는 없다고 생각해 주셔도 괜찮아요」
내 기분을 알아차린 건가, 미야기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본인이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신경 쓰이는 건 신경 쓰인다.
스스로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나는 제법 신경질적이다.
동년배의 여자아이가 보고 있다는 걸 의식하기 시작하면,
행동 하나하나가 이상해진다고.
「자연스러운 멋진 모습」을 내세우게 돼버린단 말이지.
정신 차리니 머리를 매만지고 있다. 완전히 자의식 과잉이다.
 
 
42: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35:30.26 ID:2hyJyUIz0
이런 거 가끔 생각한단 말이지
자신이 살아가는 가치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
 
 
43: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37:17.01 ID:uxwqRYpB0
한동안은, 남아있는 책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피네건스 웨이크」를 읽으며 폼 잡고 있었다.
당연히, 내용은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은 인생은 3개월인데, 뭘 하고 있는 걸까.
독서에 질린 나는 근처의 슈퍼에 가서,
글라스가 붙은 위스키와 얼음을 샀다.
미야기도 과자빵이나 여러 가지를 사들이고 있었다.
그걸 본 나는, 왠지 행복한 착각에 빠져서 말이지.
사실을 말하자면, 나에겐 옛날부터 동경하던 게 있었어.
동거하고 있는 사람과 방에서 입던 옷 그대로 슈퍼에 가서,
먹을 거라던가 술을 사서 돌아온다, 라는 행위에.
부럽네;, 라고 생각하면서 항상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설사 감시가 목적이라해도, 젊은 여자아이와
밤중에 슈퍼에서 쇼핑하는 것은 즐거웠다.
덧없는 행복이지? 하지만 진짜니까 어쩔 수 없어.
 
 
44: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40:27.54 ID:uxwqRYpB0
집에 돌아와서, 위스키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으니,
나는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럴 때, 알코올이란 건 위대하네.
방구석에서 노트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미야기에게
나는 다가가서, 「같이 마시지 않을래?」하고 권해보았다.
「괜찮습니다. 일하는 중이라서」
미야기는 노트에서 얼굴도 들지 않고 거절했다.
「그거, 뭘 적고 있는 거야?」라고 나는 물었다.
「행동관찰기록입니다. 당신의」
「그런가. 지금 나는, 취해있어」
「그렇겠죠. 그렇게 보입니다」
미야기는 귀찮은 듯이 끄덕였다.
실제로 귀찮겠지, 나.
 
 
45: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44:30.05 ID:uxwqRYpB0
완전히 취기가 돈 나는, 왠지 자신이
비극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낙담의 반동이라고 할까, 쌍극성이라고 할까 말이지.
갑자기 포지티브하게 되었다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활력이 넘쳐흘렀단 거지.
나는 미야기를 향해, 소리 높여 선언했다.
「나는, 이 30만 엔으로, 무언가를 바꿔 보이겠어」
「하아」하고 미야기는 흥미 없다는 듯이 말했다.
「겨우 30만이라고 해도, 이건 내 목숨이야.
3백만이나 3억보다 가치 있는 30만으로 만들어주지」
나로서는, 제법 멋진 말을 했을 터였지.
 
 
46: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47:44.89 ID:uxwqRYpB0
하지만 미야기는 관심이 없었다. 「다들, 같은 말을 해요」
「무슨 말이야?」라고 나는 물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은, 다들, 극단적인 말을 하게 되요.
……하지만 말이죠, 쿠스노키씨. 자;알 생각해보세요」
미야기는 감정이 없는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30년 동안 무엇 하나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단 3개월에 뭘 바꿀 수 있다는 거죠?」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지」라고 나는 답했지만,
실제로, 그녀가 하는 말은, 한없이 옳단 말이지.
 
 
48: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50:44.18 ID:uxwqRYpB0
나는 거기서 어떤 것을 눈치 채고 미야기에게 물었다.
「저기, 너, 혹시, 앞으로 30년에 걸쳐서
내 인생에 일어났을 일, 전부 알고 있는 거냐?」
「대충은 알고 있어요. 이젠 의미 없는 일이지만 말이죠」
「나한테 있어선 여전히 의미 있다고. 가르쳐줘」
「그러네요」라고 미야기는 다리를 펴면서 말한다.
「먼저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당신이 판 30년 사이에,
당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일은 없습니다.」
「그건 슬픈 일이네」라고 나는 남의 일처럼 말했다.
 
 
49: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53:18.82 ID:uxwqRYpB0
「당신은 누구도 좋아하지 못하고,
그런 당신을 주위의 사람들이 좋아할리도 없이,
상호작용으로 점점 당신과 타인의 거리가 벌어져,
최종적으로, 당신은 세계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됩니다.」
미야기는 거기서 힐끔 내 눈을 보았다.
「『그래도, 언젠가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몰라』.
그런 말을 가슴에 품고 당신은 50세까지 계속 살아가지만,
결국, 무엇 하나 얻지 못한 채, 혼자서 죽어갑니다.
마지막까지,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라고 한탄하면서」
「그건 슬픈 일이네」라고 나는 기계적으로 반복했다.
하지만 내심, 역시 제대로 상처받았다.
단지, 제법 납득이 가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50: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56:24.25 ID:uxwqRYpB0
거기에 미야기가 계속 한 이야기에 따르면,
나는 40세에 오토바이 사고를 일으키는 듯하다.
그 사고로 얼굴의 반을 잃어, 걸을 수 없게 된다던가.
제법 기가 죽는 얘기였지만, 한편으론,
그것을 경험하기 전에 죽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니,
의외로 럭키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겠지, 반쯤은 기대할 여지가 있으니까,
50년이나 무의미한 인생을 보내거나 하는 거지.
완전히 좋은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면,
반대로 아무 미련 없이 갈 수 있다는 거다.
 
 
51: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4:58:44.63 ID:uxwqRYpB0
나는 기분을 달래려고, 텔레비전을 켰다.
방송에서 스포츠 특집을 하고 있는 듯했다.
곤란하다고 생각하며 채널을 바꾸려고 했을 땐,
남동생의 얼굴과 이름이 똑똑히 화면상에 나와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글라스를 던져버렸지.
텔레비전이 쓰러져 바닥에 떨어지고, 글라스의 파편이 흩날린다.
나는 문득 정신이 들어, 미야기 쪽을 본다.
그녀는 명백히 경계하는 모습으로 나를 보고 있다.
「남동생이야」라고 나는 애써 밝게 말했지만,
그게 오히려 본격적으로 맛 간 사람 같아서 웃을 수밖에 없었지.
「……남동생, 별로 좋아하지 않는군요?」
미야기는 경멸하는 듯이 말했다.
「그다지」라고 나는 끄덕였다.
옆방에서 벽을 치는 소리가 났다.
 
 
52: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00:43.05 ID:uxwqRYpB0
깨진 글라스를 치우거나 하고 있으니,
내 취기는 안 좋은 느낌으로 깨기 시작했다.
이대로 완전히 알코올이 빠져나가면,
최악의 정신상태가 될 것이 눈에 선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역시 최악의 선택이었지.
나라는 녀석은, 자신의 인생을
나쁜 방향으로 굴러가게 하는데 있어선 일류다.
전화를 건 상대는, 고교시절때 가장 친했던 녀석이었다.
몇 개월간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 만나지 않을래」같은 억지를 말하는 나에게,
친구는 「지금부터 거기로 갈게」라고 흔쾌히 응해주었다.
그 때는, 조금 구원받은 기분이었지.
아직 나를 신경써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53: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03:11.81 ID:uxwqRYpB0
이 이상은 없을 정도로 한심한 얘긴데,
친구를 만날 때, 나에겐 약간의 속셈이 있었다.
이 미야기라는 아이, 겉모습은 그런대로란 말이지.
붙임성은 없지만, 행동이 귀엽다.
그 아이가 내 뒤를 계속 따라온다는 거지.
그야 뭐, 그게 감시원의 일이니까.
그래서, 슈퍼를 돌아다니는 도중, 난 생각한 거야.
주변에는, 우리들 연인사이로 보이지 않을까, 라고.
오히려 그 외에 뭐로 보인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친구가 그런 착각을 해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어.
귀여운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던 거야.
듣는 쪽이 부끄러워질 동기지?
하지만 나한테는 절실했어.
 
 
54: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07:06.57 ID:uxwqRYpB0
레스토랑의 테이블에 도착하니, 미야기는 내 옆에 앉았다.
나는 만족해서, 빨리 친구가 오지 않을까 근질근질했었지.
시계를 본다. 약간 도착하는 게 빨랐던 모양이다.
친구가 올 때까지 커피라도 마시며 기다리기로 했다.
웨이트리스가 와서, 나는 내 주문을 말한 뒤,
미야기를 향해서, 「너는 괜찮아?」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어색한 듯한 얼굴을 했다.
「……저기, 처음에 말하지 않았던가요?」
「뭐를?」하고 나는 다시 물었다.
「저는, 당신 외에는 볼 수 없어요.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만져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미야기는 웨이트리스의 옆구리를 찔렀다. 확실히, 무반응이었다.
 
 
55: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09:09.72 ID:uxwqRYpB0
나는 시선을 들어 웨이트리스의 얼굴을 보았다.
「우와아……」라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지.
이거 저질러버렸군, 하고 생각했다.
한동안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새빨갰다.
이렇게 되면, 친구에게 여자아이를 자랑한다는
작은 꿈도 이룰 수 없다는 거다.
이중삼중으로 비참했지.
내 경우엔, 수명이나 건강이나 시간 같은 거 보다,
비참함을 파는 편이 훨씬 돈이 될 것 같다.
그냥 돌아가버릴까하고도 생각했지만,
거기서 딱 친구가 나타나버렸어.
우리는 과장스럽게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반쯤은 자포자기였지. 이제 솔직히 아무래도 좋았어.
 
 
56: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14:10.69 ID:uxwqRYpB0
고교시절, 우리는 불만덩어리였다.
무슨 일 있을 때마다 우리는 맥도날드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같이 불평을 얘기했었지.
분명, 당시의 우리들이 진짜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행복해지고 싶다아」라는 한 마디였겠지.
그래도 그걸 말로 하는 게 두려워서, 우리들은,
몇 시간이나 저주의 말을 하며 기분전환을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친구는,
확실히 불평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 때와는
무언가가 근본적으로 변해버렸다.
뭐라고 할까, 그것은 현실적이고 타당한 불평이었지.
그 시절의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이며 어긋난 불평과는 다르다.
지금의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알바에 대한 불평이나,
여친에 대한 불평이나, 그런 것이다.
 
 
57: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18:21.31 ID:uxwqRYpB0
나는 견딜 수 없어져서 말이야.
친구의 이야기는 노골적으로 자랑으로 변해가고,
옆에서는 미야기가 소곤소곤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나는 두 사람이 동시에 말을 걸어오는 게 정말 싫어서,
그런 일을 당하면, 머리가 깨질 것 같아져.
그래서, 간단히 한계를 맞이했다.
뭐, 원래도 여유가 없었던 것도 있었겠지.
정신 차리니, 나는 미야기에게 「닥치고 있어!」라고 고함치고 있었다.
가게 안에 정적이 흘렀었지. 수초 후, 한 번에 핏기가 가셨다.
친구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나는 돈을 두고 자리를 떠났다.
드디어 정신이상자처럼 되기 시작했네.
이거야 30만도 못 받을 만하다.
 
 
58: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20:36.35 ID:uxwqRYpB0
나는 밤길을 걸어 돌아갔다. 취기는 완전히 깨어,
몸은 안 좋은 주제에, 눈은 완전히 선명했다.
조금도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나는 텔레비전을 보려고 생각했지만,
그러고 보니 스스로 글라스를 던져 망가뜨렸었다.
다행이 소리만은 나오는 것 같으니까,
나는 그걸 거대하고 불친절한 라디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캔맥주를 따서, 프레츠를 안주삼아 마신다.
미야기는 내 관찰기록을 적는 듯했다.
내가 레스토랑에서 저지른 멍청한 짓에 대해서 적고 있겠지.
 
 
60: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22:21.16 ID:uxwqRYpB0
「저기, 아깐 고함쳐서 미안했어」라고 나는 말했다.
「확실히, 네가 말한 대로였어.
나는 적당한 거짓말이라도 해서, 빨리 가게를 나와야 했어」
「그러네요」라고 미야기는 이쪽을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거 다 쓰면, 같이 마시지 않을래?」
「마시길 원하는 건가요?」라고 그녀가 물었다.
「그야 뭐. 외로우니까」라고 솔직히 대답하니,
「죄송하지만, 일하는 중이라 무리입니다」라고 거절당했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라고 라는 거다.
새벽이 밝아오고,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기 시작한다.
미야기는 1분 자고 5분 일어나 있는 사이클로
나를 감시하고 있는 듯했다.
뭐랄까, 터프하네. 나한테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
 
 
61: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27:37.89 ID:uxwqRYpB0
저녁이 되어, 나는 눈을 떴다.
갑자기 믿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원래 나는 제법 성실한 성격이다.
12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나는 게 기본이고 말이지.
저녁놀을 맞으면서 눈을 뜨는 건, 신선한 느낌이었다.
방구석을 보니, 미야기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어느 샌가 샤워를 한 듯,
근처를 지나갈 때 비누향기가 났다.
똑같은 내 방인데, 미야기가 있는 주변만은
완전히 이질적인 공간 같은 느낌이었지.
나는 전의 리스트를 바라보고, 오늘은 유서를 쓰기로 했다.
근처의 상점에서 편지지를 사와, 나는 만년필을 손에 쥐었다.
 
 
62: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33:55.22 ID:uxwqRYpB0
편지 같은 거 오랜만에 쓰네, 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편지를 쓴 게 언제였지?
나는 기억을 더듬는다. 아마도 그건, 초6의 여름.
그 여름, 반에서 다 같이 타임캡슐을 묻었다.
은색의 공 모양 캡슐에, 당시의 보물 하나랑,
미래의 자신에게 쓴 편지를 넣었었지.
모두들, 열심히 적었었지. 의외로 재밌다고, 그거.
20세가 되면 그걸 파내자고 정했었지만,
현재, 아무 연락도 받지 않았다.
나만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십중팔구, 담당한 녀석이 잊어버린 거겠지.
 
 
63: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35:48.10 ID:uxwqRYpB0
거기서 나는 생각한 거야. 어차피 아무로 파내지 않을 거라면,
나 혼자서 타임캡슐을 파내야지, 하고 말야.
그런 노스탤직하고 로맨틱한,
달콤한 감상에 빠지게 해주는 것을 나는 원하고 있었다.
밤이 되자, 나는 전차로 초등학교에 향했다.
모종삽을 헛간에서 빌려와,
나는 체육관 뒤로 가서,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묻은 장소가 기억나지 않아서 말이지.
미야기는, 계속해서 구멍을 파는 나를,
가까이에 앉아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 기묘한 광경이었겠지.
 
 
 
64: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42:30.66 ID:uxwqRYpB0
결국 타임캡슐을 찾은 것은,
구멍을 파기 시작하고 3시간 정도로,
그 때엔 삽을 쥔 손은 물집투성이,
몸은 땀투성이, 신발은 흙투성이였다.
가로등 밑에 가서, 나는 타임캡슐을 열었다.
내 편지만 꺼내려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나 고생했으니, 차라리,
전부 훑어볼까하고 나는 생각했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반 친구의 편지를 연다.
그 순간까지 나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편지에는, 마지막에, 이런 칸이 있었어.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입니까」라는 칸이 말이야.
 
 
65: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47:25.29 ID:uxwqRYpB0
지금까지의 흐름에서 예상은 하겠지만,
거기에 내 이름을 적은 녀석은, 한 명도 없었다.
역시나, 하고 나는 묘하게 납득해버렸다.
가장 빛나고 있던 초등학교 시절마저, 이 모양이다.
단지, 한 가지 위안은 있었다.
예의 소꿉친구 말인데, 그 아이만은,
「최고의 친구」에는 적혀있지 않았지만,
편지의 내용 중에 내 이름을 꺼내주었다.
아니, 이걸 위안이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제법 허무한 이야기지만.
내 편지와 소꿉친구의 편지만 꺼내고,
나는 타임캡슐을 원래 있던 장소에 다시 묻었다.
떠날 때, 미야기가 타임캡슐을 묻은 장소 위에 서서,
땅을 발로 콩콩하고 고르게 하고 있던 것이 기억난다.
 
 
66: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51:48.68 ID:uxwqRYpB0
막차는 수시간전에 역을 지나갔었다.
나는 역의 딱딱한 의자에 엎드려 누워 첫차를 기다렸다.
이상하게 밝은데다 벌레도 많아서, 자기에는 최악의 환경이었지.
한편, 미야기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듯이.
스케치북을 꺼내서, 건물 안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근무의 일환이려나,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잠들었다.
첫차시간보다 몇 시간 일찍 눈을 뜬 나는,
밖에 나가 자판기에서 아이스커피를 샀다.
이상한 데서 자는 바람에, 몸 여기저기가 아팠다.
아직 주변은 약간 어두웠다.
건물 안으로 돌아가니, 미야기가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뭐랄까, 인간다운 모습을 드디어 본 것 같네.
아아, 저 아이도 기지개 같은걸 하는구나, 하고 감동했다.
 
 
70: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58:28.79 ID:uxwqRYpB0
감동과 함께, 내 안에서, 묘한 감정이 자라났다.
남은 인생이 3개월이라는 상황 때문인지도 모른다.
계속 반복되는 실망 때문인지도 모르고,
연속된 긴장, 피로나 아픔 때문인지도 모른다.
막 일어난 탓에 잠꼬대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단순히 미야기라는 아이가 취향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뭐 아무래도 좋다. 아무튼 그 때, 갑자기 나는,
미야기에게 「심한 짓」을 하고 싶어졌었어.
자포자기의 표본이라는 느낌이지. 어쩔 수 없다.
 
 
71: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6:02:13.72 ID:uxwqRYpB0
미야기에게 다가가서, 나는 물었다. 「저기 감시원씨」
「무슨 일인가요」하고 미야기는 얼굴을 들었다.
「만약 지금 여기서, 내가 너한테 난폭한 짓을 한다면,
본부 같은데서 나를 죽일 때까지, 어느 정도 걸려?」
그녀는 딱히 놀라지 않았다. 차가운 눈으로 나를 보고,
「1시간도 걸리지 않겠죠」라고만 대답했다.
「그럼, 수십 분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건가?」
그렇게 내가 물으니, 그녀는 나에게서 눈을 돌리고,
「아무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었다.
이상하게도, 미야기는 도망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긋이, 자신의 무릎을 바라보고 있었다.
 
 
72: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6:05:02.42 ID:uxwqRYpB0
「……위험한 직업이구나」
그렇게 말하고, 나는 미야기의 두 칸 옆에 앉았다.
그녀는 나에게서 눈을 돌린 채로,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내 신경의 흥분은 완전히 가라앉아있었다.
미야기의 포기한 듯한 눈을 보고 있었더니,
이쪽까지 슬퍼져 왔던 거야.
「나 같은 녀석, 적지 않지?
죽음 앞에 머리가 이상해져버려서,
감시원에게 분노의 창끝을 향하는 녀석」
미야기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하면 편한 케이스에요.
더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 잔뜩 있었으니까요」
 
 
75: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6:10:42.28 ID:uxwqRYpB0
「……어째서, 그런 위험한 일을,
너 같이 젊은 애가 하고 있는 거야?」
내가 그렇게 물으니, 미야기는 조금씩 얘기하기 시작했다.
얘기에 따르면, 그녀에겐 빚이 있는듯했다.
원인은 그녀의 모친에게 있다고 한다.
결코, 대단한 인생도 아닌 주제에,
사채까지 해서 수명을 마구 사들인 듯하다.
그런데도 병으로 간단히 죽어버려서,
그 청구서를 이 아이가 지불하게 됐다던가.
상쾌할 정도로 기분이 더러워지는 이야기였지.
 
 
76: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6:12:54.90 ID:uxwqRYpB0
「사채 말입니다만, 제 수명을 전부 팔아서,
겨우 갚을 수 있을지 어떨지 한 금액이에요.
까딱하면 멋대로 수명을 팔 뻔했지만,
거의 포기했을 때, 이 감시원 일을 소개받은 거에요.
이 일, 힘들긴 하지만, 벌이는 굉장히 좋아요.
이대로 계속 한다면, 제가 50세가 될 쯤에는,
전부 갚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0세가 될 쯤에는”, 인가.
이거 또, 힘 빠지게 하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마치 그것이 구원인 듯이 얘기했지만,
자기가 뭘 한 것도 아닌데, 앞으로 수십 년,
나 같은 녀석을 계속 상대하지 않으면 안 된단 거잖아?
 
 
78: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6:15:42.86 ID:uxwqRYpB0
「그런 인생, 전부 팔아버리면 되잖아.
50세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장 같은 건 없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니, 그녀는 조금 곤란한 듯한 얼굴을 했다.
「확실히, 실제로, 감시원업무를 하는 중에
감시대상에게 살해당하는 사람도, 잔뜩 있어요.
하지만……봐요, 간단히 결정할 순 없어요.
언젠가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말하곤, 50년 동안 무엇 하나 얻지 못한 채로
죽어간 남자를, 난 한 명 알고 있다구」
「그거, 저도 알고 있어요」라고 미야기는 약간 미소지었다.
왠지 기뻤었지. 내 농담에 그녀가 웃어준 것이.
 
 
82: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6:21:15.37 ID:uxwqRYpB0
첫차에 타고, 양복이나 교복에 둘러싸인 채,
나는 주변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미야기에게 말을 걸었다.
「타임캡슐 안에 말이야, 『최고의 친구』에
나를 골라준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역시 소꿉친구 그 아이만은,
내 이름을 편지에 적어주었어」
물론, 주변에는 미야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까,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완전히 수상한 사람이다.
미야기는 걱정스런 얼굴로 말한다.
「저기, 다들 보고 있어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에요」
「됐어. 생각하라 그래. 실제로, 이상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말이야, 역에서 다시 생각했는데,
역시 나한테 있어서, 설령 어떻게 바뀌어버렸더라도,
소꿉친구는, 내 인생 그 자체야」
 
 
83: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6:23:56.15 ID:uxwqRYpB0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그녀와 만나서 얘기하고 싶어.
그리고, 나에게 인생을 준 감사표시로,
내 수명을 팔아 얻은 30만을, 그녀에게 주고 싶어.
아마 넌 반대하겠지만, 별로 상관없잖아,
내 수명을 팔아서 번 내 돈이니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별로 반대하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전차 안에서 얘기하는 건, 이제 그만하죠.
보고 있는 쪽이 부끄러워요」
라고 말하면서도, 미야기는 묘하게 즐거워 보였다.
집에 돌아가지 않고, 나는 그대로 거리로 향했다.
토스트와 삶은 계란을 커피와 함께 뱃속으로 넘기고,
나는 심호흡을 한 후, 소꿉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89: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9:54:19.48 ID:uxwqRYpB0
밤이면 만날 수 있다, 고 소꿉친구는 말해주었다.
상황은 좋았다. 이쪽도 여러 가지로 준비가 필요한 게 있으니까.
나는 미야기의 손을 집고, 붕붕 흔들면서 걸었다.
길을 걷는 사람들에겐 혼자서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기분이 들떠있었기에, 아무래도 좋았다.
미야기는 곤란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끌려 다니기만 했었지.
먼저 미용실에 가서, 2시간 후로 예약을 넣은 나는,
가게로 가서 옷과 신발을 사고, 그 자리에서 갈아입었다.
새 옷을 사는 것은 정말로 몇 년 만이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자른 내 모습은,
왠지 내가 아닌 누군가 같았다.
미야기도 완전히 같은 감상을 말했다.
「왠지, 마치 다른 사람 같네요」
솔직히 말해서 기뻤다. 나, 나쁘지 않잖아!
 
 
91: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9:57:37.40 ID:uxwqRYpB0
약속시간까지 한가했으니까, 나는 미야기에게 부탁해서,
소꿉친구와 만났을 때의 예행연습을 하기로 했다.
어제 친구와 만났던 레스토랑에 들어가, 훈련을 시작한다.
정면에 앉은 미야기를 향해 나는 미소 짓고,
「어때 미야기, 괜찮게 보여?」라고 묻는다.
주위에서 보면, 벽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이상한 사람이다.
미야기는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먹으면서 대답한다.
「음;, 약간 미소가 굳어있네요.
평소에 웃지 않으니까, 표정 근육이 약해진 거에요」
「그런가. 그럼, 밤까지 단련해 보이겠어」
나는 몇 번이나 웃거나 진지한 표정을 짓거나 하는 걸 반복한다.
「……당신, 뭐랄까, 재밌네요」
「아아. 매력적이지? 반하지 않게 조심하라구?」
「조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심경변화가 격한 사람이네요」
실제로, 제법 들떠있었어, 그 때는.
 
 
92: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02:56.34 ID:uxwqRYpB0
전화 하고나서 소꿉친구를 만나기까지
대략 8시간 정도 시간이 있었지만,
나에겐 27시간 정도로 느껴졌었지.
5초에 한번 정도 손목시계를 봤던 것 같다.
아슬아슬한 때까지, 미야기와 훈련하고 있었다.
어떻게하면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가,
카페 구석에서, 둘이서 시행착오를 하고 있었지.
――그리고, 드디어 약속 시간이 왔다.
약속장소에 와준 소꿉친구를 보고,
나는 그 겉모습이나 말투의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웃는 방법이나 행동이 변하지 않은 것을 알아채고,
그것만으로, 정말로 전화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이야」라고 그녀가 말했다. 「잘 지냈어?」
「잘 지냈지, 너는?」라고 나는 대답했지만,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내가 잘 지낸다고 하는 것도 웃기지.
 
 
93: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08:12.45 ID:uxwqRYpB0
겉모습에 제법 돈을 들인 덕분인지,
소꿉친구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았다.
「꽤 변했네」라고 말하며 찰싹 붙어온다.
뭐라고 할까,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훈련의 성과와, 미래를 알고 있기에 나오는 여유도 있어서,
나는 제법 좋은 인상을 소꿉친구에게 주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나란 녀석은 말이지, 정말로 모든 일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으면 기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야.
근황을 얘기하고 싶어 하는 소꿉친구를 가로막고,
무려 나는, 수명을 판 것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저기 말야, 나, 남은 목숨이 3개월 밖에 없어」라고
동정을 사는 듯한 태도로 얘기하기 시작했어.
 
 
94: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14:48.55 ID:uxwqRYpB0
마음 속 어디선가 나는, 이 소꿉친구라면,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준다, 나에게 깊게 동정해,
위로해준다고 믿고 있었지.
하지만 얘기를 시작하고 5분도 지나지 않아,
소꿉친구는 지루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바보취급하는 듯한 얼굴로, 「흐;응?」같은 말을 하는 걸.
물론 잘못된 건 나고, 나쁜 건 나다.
나라도 갑자기, 수명을 사들이는 가게가 어떻니,
감시원이 이렇니, 하는 말을 들어도, 믿지 않겠지.
크게 웃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소꿉친구는 「잠시 실례」라고 말하고 일어섰다.
화장실이라도 가는 거겠지, 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직후에, 주문한 요리가 2인분 나왔다.
나는 빨리 다음을 얘기하고 싶어서 어쩔 줄 몰랐었다.
하지만 소꿉친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요리가 식을 때까지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또 다시 나는 "저질러 버렸다"는 거다.
 
 
95: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20:09.76 ID:uxwqRYpB0
나는 식은 파스타를 천천히 먹었다.
조금 있으니, 미야기가 정면에 앉아,
소꿉친구 몫의 파스타를 마구 먹기 시작했다.
「식어도 맛있네요」라고 미야기는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게를 나가, 나는 역 앞의 다리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소꿉친구에게 넘겨줄 예정이었던
30만 엔이 든 봉투를 가슴에서 꺼내,
길가는 사람에게, 한 장씩 나누어주며 걸었다.
「그만둬요, 이런 거」라고 미야기가 말한다.
「별로 남에게 민폐 끼치는 것도 아니잖아」라고 나는 답한다.
이녀석이고 저녀석이고, 받은 것이 돈이라는 걸 알자,
얇아빠진 감사 인사를 하거나,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을 했다.
거절하는 녀석도 잔뜩 있었고, 더 넘기라고 하는 녀석도 있었다.
 
 
96: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23:15.89 ID:uxwqRYpB0
30만은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
나는 기세가 넘쳐, 지갑에 있는 돈까지 손댔다.
분명 나는, 누군가 신경써주길 바란 거겠지.
「무슨 일 있었나요?」라던가 물어주길 바랐던 거겠지.
33만 엔을 다 나누어주고 나서, 나는 길 한가운데서 멍하게 서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쾌한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택시비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건물의 그림자가 진 벤치에서 잤다.
바로 위에 기울어진 가로등이 있었고, 계속 점멸하고 있었다.
미야기도 정면의 벤치에서 자는 듯했다.
여자아이에게 심한 일을 시켜버렸네.
「먼저 돌아가도 괜찮다구?」
내가 미야기에게 그렇게 말하니,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간 당신, 자살이라도 할 것 같으니까요」
 
 
97: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27:15.69 ID:uxwqRYpB0
잠들 때까지, 나는 바로 위에 펼쳐진 별빛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최근, 밤하늘을 볼 기회가 늘었다. 7월의 달은, 예쁘다.
내가 놓친 것뿐이고, 5월도 6월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처럼, 잠들기 전의 습관을 시작했다.
머릿속에, 가장 좋은 경치를 떠올린다.
내가 원래 살고 싶었던 세계에 대해, 하나부터 생각한다.
5살쯤부터, 계속 하고 있는 습관이었다.
어쩌면, 이 소녀적인 습관이 원인으로,
내가 이 세계에 어울리지 못하게 된 걸지도.
 
 
98: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30:22.27 ID:uxwqRYpB0
6시 정도에 눈을 뜨고, 나는 걸어서 아파트까지 돌아갔다.
거리 외곽에선 아침시장이 열려,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4시간 정도 걸어, 겨우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저께의 일도 있어, 양팔 양다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
좀 더 편하게 살 수는 없는 걸까, 나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잤다.
침대만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나는 침대가 정말 좋다.
역시나 미야기도 제법 피곤했던 듯,
감시도 정도껏, 곧장 샤워를 하고,
방구석에서 꾸벅꾸벅하고 있었다.
 
 
99: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33:47.33 ID:uxwqRYpB0
책상 위에는, 쓰다만 유서가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쓰는 것은 뭔가 바보 같았다.
아무도 내 말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다.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고, 이렇게 되면,
드디어 할 일이 없어져버렸다.
돈을 마구 쓰려 해도 돈은 어제 다 나눠 줘버렸고.
「뭔가 그 밖에 좋아하는 건 없나요?」
미야기는 나를 격려하듯이, 그렇게 물었다.
「하고 싶었지만, 참고 있던 일이라던가」
거기서 제법 진지하게 생각해봤는데,
나, 아무래도 좋아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라, 지금까지 뭘 즐거움 삼아 살았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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