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국산 모바일겜도 옛날 피시게임 특유의 치밀하고 하드코어한 시스템을 본받아서 만들어지고 있는 게임들이 많음

작년겨울부터 지금까지 아직 알파단계의 게임들 QA 초단기로 한적 있는데

제법 괜찮잖아! 싶은 게임도 의외로 있다

머기업 중소기업 둘다 해봐서 느낀건데


한국 모바일 게임개발사 = 존나 베껴서 단물쪽빨고 끝내버리자!

라는 한탕주의가 팽배해있다는 편견은 큰 오해라는걸 깨달았음

의외로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은 게임을 열심히 만들고 있음

다만 개발팀 분위기상 그자리에서 말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1. PC나 휴대용 콘솔이면 모르겠는데 이걸 모바일로?

엑스컴 모바일 하는 기분임

폰은 폰대로 뜨거워지고 눈은 피로해짐

실제로 테스트를 할때도 과부하를 못견뎌서 폰이 뻗어버리거나 pc로 apk돌리는 프로그램 써서 하거나

아니면 그래픽이 깨지거나 버벅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함

그리고 이건 최적화를 거르더라도 출시이후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됨




2. 게임 기획방향을 잡은 팀장급 개발자와 밑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은 동상이몽을 하고 있음

팀장급 개발자는 나름 원로개발자고(실제로도 대면했을때 나이가 좀 있음)

액면가만 봐도 딱 80~90년대 부터 pc겜을 활발히 해본 사람이구나가 느껴짐

쉽게말하면 중붕이 스타일임

눈빛부터 이미 추억의 갓겜 못지않은 수작을 만들겠다는 열정과 포부가 보임


반면 그 밑에서 일하는 기획자들은 그 세대가 아님

그래서 리더의 기획방향에 공감을 못함

'2010년대 후반부에 굳이 이런게임을 만들어야하나?'

'모바일게임인데 이걸?'

'너무 하드코어하지 않나?'

회의감은 회의감대로 들고 의문이 생기니 동기부여도 잘 안되는게 보임

결국 리더의 의지에 100프로 순응하지 못하고 이도저도 안되게 진행되는 느낌





3.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게임 컨텐츠와 시스템

다짜고짜 그냥 막 쏟아붓고 어떠냐고 물어봄

원래 튜토리얼은 나중에 만든다지만

처음하는 유저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 그지없음

게임 컨텐츠 중에서도 핵심 컨텐츠가 뭔지, 알아야 할 정보의 우선순위를 매겨두고

순서대로 차곡차곡 떠멕여줘야 이해가 될까말까인데



여기서 게임의 운명이 똥겜이냐 갓겜이냐로 갈리는것 같음

갓겜들의 특징은 컨텐츠 시스템 모두 모아보면 엄청난 규모의 게임인데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기만 할때 유저가 알아야 될 정보는 손에 꼽을 정도고

몰라도 되는 정보는 손가락 발가락 다 동원해도 못셈

알면 더 겜을 잘 할수 있지만 몰라도 겜 진행은 됨



유저들은 처음 겜했을때 빈칸이 있어도 당황하지 않음.

오히려 빈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나중에 가르쳐주겠지'라고 그럴려니 함

근데 강박같은건지 뭔지 모르겠는데 지금당장 몰라도 되는 정보까지 싹다 화면 하나에 우겨넣으니

유저입장에선 지금당장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하는데 있어 방해가 될 뿐임

여튼 알파단계라 그런지 몰라도 외부의 사람에게 보여주는 테스트 단계의 게임에서도 많이 돋보인 문제점이었음





4. 모바일게임의 주 고객층

1번에서도 말한 문제지만 이런 류의 게임에 꽂히는 유저는 딱 중붕이들?

근데 중붕이들...선카톡도 잘 안오는 아싸찐따들인데 폰을 자주 만질까?

기껏해야 디시나 유투브 트위치나 보겠지

게임을 할거면 컴퓨터나 플포를 켜서 하겠지


반면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고 돈도 쓰는 유저들은 성향 자체가 다름

걔네는 모바일게임을 위한 공기기까지 동원해서 옆에서 오토돌리는 사람들임

실제로 턴제 전략 뺨치는 치밀한 상성관계 선공후공 등 파고들기 요소까지 열심히 만들어봤자

응 자동전투야~ 버튼 한번 누르고 옆에 폰던져놓는 모바일게이머들은 그겜 그만둘때까지 그런게 있었다는 사실 조차 모를거임

심지어 그런놈들은 복잡한거 싫어함


그런 사람들이 원하는 고퀄 모바일게임은

존나 몸매좋고 예쁘고 간지나는 룩낀 엘프가 대신 나오는 거지키우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

근데 그게 아니고 뭘 자꾸 이상한걸 요구한다? 전략? 상성? 경영? ㅈ까 뭐 이런겜이 다있어 꺼져 리니지 혁명 할거야

이렇게 되버리는 거지



한마디로 시국을 잘못 타고난것같음

피시는 이미 f2p 온라인게임이 강세라 다른 기획안 들고갔다간 나가리 처먹고 투자도 못받을것이요

콘솔은? 킹덤 언더 파이어 2의 발끝만 따라갈수만 있어도 기적임



이래저래 슬펐던 경험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