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아빠는 힘들지 않단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아빠의 거친 손끝에 이끼가 묻어 있었다. 

        늘 아빠는 그런 식이었다. 내내 여색만 밝히는 구피 주인님이 먹다 흘린 사료를 줍는 날에는

        품 안에 고이 숨겨와 나에게 꺼내주곤 했다. 비록 지금 우리는 붕어마름의 끄트머리에서 실이끼나 먹고 있지만

        언젠가 세상이 달라지면 우리도 초설화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나는 생이가 아니라 체리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늘 가슴에 새기었다.

쿠 : 쿠르르쾅, 갑자기 소일 바닥이 갈라지며 희뿌연 먼지들이 앞을 가린다. 나는 필사적으로 아빠를 찾았다.

      "아빠, 아빠 어디에 있어요, 아빠!" 내 등껍질 뒤로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아빠를 부르며 뒤돌아보니

      암브리아 한 촉이 수면으로 떠 오른다. 오늘 아침 아빠는 암브리아 밭에 일하러 간다고 했다.

      요 며칠 낮이 길어지면서 암브리아에 먹을 것이 많아져 한 소끔 이끼를 감아오겠다고 웃으며 집을 나섰다.

아 : 아수라장이 된 암브리아 밭에는 아빠가 등을 굽은 채 누워있었다. 암브리아를 뽑아 내고 거기에 케다강을 심으려는

      물 밖의 업자가 저지른 만행이었다. 적어도 사전에 물질로 알려주었어야 하는데 예고도 없이 암브리아를 뽑아버린 것이다.

      드러난 소일의 분진과 숨을 쉴 수 없는 가스로 인하여 아빠는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아빠 정신 차려 보세요.. 아빠 나에요..  일어나봐요 아빠.. "

물 : 물미역 모스에서 아빠와 엄마는 처음으로 만났다. 아빠 눈에는 물미역을 감고 있는 엄마의 손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고 했다.

      엄마의 서툰 손을 아빠의 서툰 마음이 잡았다. 그렇게 아빠와 엄마는 함께 했고 유목의 끝자락에서 엄마는 포란했다.

      네오 스키머 안에 들어가서 릴리버 미끄럼틀을 타던 나를 물끄러미 바라봐주던 엄마는 어느 추운 겨울날

      크리스마스 트리를 꽂는다고 히터를 빼 버린 업자때문에 나를 품에 안은 채 그렇게 떠나갔다.

멍 : 멍에가 든 내 가슴에 아빠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아빠, 아빠는 떠나면 안 돼! 우리가 엄마 몫까지 살아야 해! 아빠 일어나!"

      필사적으로 아빠를 흔들었다. 분진에 섞여 갈색 눈물이 났다.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이 아빠의 수염 끝에 닿았다.

      "아빠 나에요. 체리 왔다구요."

      "으..으.. 체리야.. 아빠는 힘들지 않단다." 가느다란 목소리에 타고 흐르는 아빠의 숨결이 느껴졌다. 

      "아빠 내가 열심히 발색낼테니 우리 새우항으로 가자. 네오 소일 위에 프리미엄 모스 활착판이 있는 곳으로 가자. 

       더는 구피가 흘린 사료를 먹지 않아도 되고 초설화가 가득한 곳으로 가자. 아빠 꼭 함께 가자"

여러분 새우를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