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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방갤문학]"언제까지나 평소대로의 하늘을 보고 싶어."

은발킬러미타케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13 17:26:54
조회 325 추천 15 댓글 10
														

"애프터글로우는, 다음 GBT가 끝나면 해체할 거에요."

석양.

석양을 등지고 미타케 란은 말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발언의 내용도 그렇고 그야말로 "같은 석양을 모두와 함께 보기 위한" 자신의 밴드, 애프터글로우를 등진 것 같았다.

"미타케...?"

란에게 연락을 받고 여기에 오기 전까진 상상도 못한 말이었다.

유키나는 잠시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아 본의 아니게 침묵을 지켰다.

누구 하나 입 열지 않는 이 정적은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미타케."

먼저 정적의 시곗바늘을 움직이는 건 유키나였다.

상당히 의외의 발언이었음에도 유키나의 눈빛이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내색하지 않는다.

선배로서 흔들림을 보인다면 자신의 말엔 설득력이 없다.

유키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난 너와 함께 좀 더 위를 노려보고 싶었어. 하지만 애프터글로우가 해체라니, 유감이네. 다른 멤버들은 알고 있어?"

"아뇨, 조만간 말할 거에요."

반면 유키나에게 보이는 란의 눈동자, 유키나에게 들리는 란의 목소리는 조금, 아주 조금 흔들렸다.

자신의 망설임을, 떳떳한 척 하면서 어거지로 숨기는 것이다.

"그래...다른 멤버들은 동의해줄까?"

"분명 이해해줄 거에요. 애프터글로우는, 혼자가 되버린 저를 위해 츠구미가 만들어준 밴드에요. 그러니까, 제가 괜찮다고 하면..."

"그렇다면 결국 미타케는, 미타케가 외롭지 않기 위해 친구들이 만들어준 애프터글로우와 응원해준 사람들을 자신의 독단으로 배신하려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어찌되던 좋은 거야?"

친구들의 우정으로 이어지던 밴드와 절대 양립이 될 수 없는 단어.

그 단어에 란은 순간 움찔했지만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배신이라고요...? 전 그저 애프터글로우가 더 이상 색이 바래는 건 원치 않을 뿐이에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아오바도, 우에하라도, 우다가와도, 하자와도 애프터글로우가 여기서 끝난다고 색이 더 이상 바래지지 않는다고 생각할까?"

"다른 애들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마시죠?"

란은 슬슬 냉정을 잃어간다.

자신이 외로울 때 늘 곁에 있어주었던 친구들을 계속 함부로 지껄인다.

유키나의 말에 란은 점점 속으로 떨기 시작했다.

그건 분노인가, 아니면 두려움인가.

"색이 바라는 건 과연 어떤 선택지일까?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쪽?아니면 여기서 끝내버리는 쪽? 나는 로젤리아와 함께 계속 나아갈건데, 누군가의 독단으로 인해서 멈춰버리고 색이 바래지다니. 다른 사람들이 불쌍하네."

"그 입 다 물어요!"

란의 반응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격해진다.

유키나는 단번에 그 반응에 응해, 펀치라인을 넣기 위해 멈추지 않고 입을 연다.

이건 스탠딩 코미디쇼가 아니라 펀치라인이라고 부르기엔 적합하진 않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네 어리광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지마. 미타케 란."

짝-

청하하고 선명한, 그렇지만 절대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보통 이럴 땐 비가 내리면서 가려지는 소리였지만 세상 사는 일은 그렇게 시기적절한 일만 일어나진 않았다.

보통 폭력은 자신의 의사를 상대에게 강요하기 위해 쓰이는 수단이다.

그리고 란은 유키나에게 침묵을 강요하기 위해 폭력을 휘둘렀다.

하지만 왼쪽 뺨이 붉게 달아올랐음에도 유키나는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똑바로 란을 노려본다.

란은 이를 악물고 유키나의 멱살을 붙잡는다.

"네가 뭘 알아! 함부로 나에 대해 지껄이지마!!!"

"너보다 잘 알고 있어. 밴드의 색을 바라게 하는 너보다도."

"그 입 다물어! 밴드가 꿈이었던 네가 나에 대해서 잘 안다는 듯이 말하지마!"

"그래. 사과할께.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자신을 외면하려는게 얼마나 어렵겠어?"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고! 넌 그저 아버지의 꿈을 좋다고 이어받은 거잖아! 난 아니라고..."

격앙된 목소리가 점점 떨려온다.

아까의 주저를 감추려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떳떳한 척하며 감추려한 망설임이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되었다.

감출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린다.

손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리라.

"나는...나는 화도의 꿈과 밴드를 병행하기 어려워...친구와 꿈 둘 다 잃을까봐 무서워...이런 나를...네가 이해할 리가 없잖아......"

란의 손에서 힘이 풀리며 유키나를 놓는다.

란은 멱살을 놓고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까와 같은 무서운 침묵이다.

하지만 이번에 다른 점은, 란의 흐느끼는 소리만이 침묵을 채우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타케-"

유키나가 주저앉은 란의 옆에 조용히 앉는다.

란은 대답하지 않는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아까의 행동으로 인한 죄책감인지는 본인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입을 다물 뿐이었다.

"사실은, 나도 예전에 로젤리아를 버리고 혼자서만 나아가려고 했었어. 그때 흔들렸었지만, 나는 로젤리아가 아니면 나로서 있을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지. 그리고 그 선택에 후회는 없어."

"......"

"솔직히 말하자면 난 너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어. 무대의 뜨거움을 견뎌내며 무엇보다도 더 뜨겁게 자신을 불태우려는 너를, 난 존경하고 있어. 그러니까......."

인간이라는 존재는 광활한 우주의 어둠에 비하면 한없이 덧없는 존재다.

"전......미나토씨가 생각하는 거처럼 대단한 인간이 아니에요.....말은 친구를 생각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때론 방황하곤,

"결국 불리해지면 제일 먼저 도망치고 외면하려는 비겁한 인간이에요....."
때론 좌절하더라도,

"솔직히, 난 미타케의 고민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는 잘 몰라. 하지만-"

결국엔 그 덧없는 생명을 누구보다도 불태우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던가!

"멋대로 불타올라서 멋대로 끝내지 말아줘, 부탁이야."

우주의 끝없는 어둠조차 인간의 생명의 불꽃을 완전히 집어삼키는 것엔 실패하지 않았던가!

".......고마워요. 무언가 홀가분해진 느낌이에요. 더 이상, 저 자신에게 변명따윈 하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여기, 꺼져가는 불씨가 다시 뜨겁게 불타오려고 한다!

"나중에, 애프터글로우의 멤버들하고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비록 지금은 방법을 찾진 못하지만....."

"후회하지않기 위해서?"

"제, 제가 할 말입니다만?!"

란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란의 태도나 표정엔 망설임이나 주저따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짐을 덜어버린 것 같이 홀가분해보였다.

유키나는 안심하면서 따라서 일어났다.

"미타케-"

"네?"

유키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게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된 것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약 자신이 후회를 하게 된다면 지을 수 없는 미소였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나도, 미타케와 같이 언제까지나 평소대로의 하늘을 보고 싶어."

-------

"이거 봐봐, 애들아! 오늘 라이브 감상인데, 토모에의 드럼, 엄청 멋있었대! 베이스 담당이 귀여웠대, 히마리! 기타 솔로 파트도 소름 돋았대! 노랫소리에 전율했대! 굉장하다, 란!"

"저기, 애들아."

"음? 왜 그래? 란?"

"사실은.....화도와 밴드의 양립이 나한텐 어려워서.....그래서, 색이 바라는 걸 보기 싫다는 변명을 하면서, 애프터글로우를 해체하려고 했었어. 하지만, 그건 그저 자기자신에게서 도망치려는 겁쟁이의 나약한 변명이었어. 나는...내 꿈과 너희들, 그리고 우릴.....애프터글로우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놓고 싶지않아. 후회하면서 늙어가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같이 고민해줄래? 후회하지 않을 방법을....."

"모카쨩 춉~"

"윽-"

"잘 말해줬다, 란.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우리한테 털어놓으라고. 우린 친구잖아."

"그래, 란! 앞으로 곤란한 일이 있을 땐 이 히마리 대장에게 제일 먼저 말하도록!"

"히쨩은 항상 뭘 먹고 있으니까~"

"잘 됐다, 애들아! 그러면 우리 라이브하우스에서 한번 더 연주해보고 가지 않을래?"

"에, 또 연주하는 거야??"

"연주하면 그만큼 칼로리 소모가 된다구~히쨩~"

"정말~살찌는 얘기는 그만해, 모카~"

"그러면 라이브하우스까지 내기다! 꼴찌가 드링크 쏘는 걸로!"

"......평소대로네."

------
어라, 보고 있었어?

싸우는 건 아닐지 걱정했어?

괜찮아, 싸우거나 하진 않아.

설령 싸우더라도 그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

생각해보면 길었지.

밴드맨으로서 방황하고 좌절하더라도, 항상 네가 응원해줬으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후회하지 않으며 노래하고 있어.

만약 로젤리아의 모두가, 네가 응원해주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지금쯤 후회했을지도 몰라.

그렇기에 그 애한테도 말해주고 싶었어.

자기 자신과 응원해주는 모두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해줬으면 해서.

그리고 난 여전히-

-미타케하고 같은 석양을 올려다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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