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하야 아논은 굳었다.

토모리의 집, 잠시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를 비운 토모리의 노트에서 발견된 단 두 글자 때문에.

'섹1스'

"섹......"

아논은 차마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혼자밖에 없는 공간이지만 차마 나머지 한 글자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이 단어가 적혀 있지? 누가 몰래 적어 둔 건가? 아니 이 나이대라면 알고 있는 게 당연한가?

아논의 머리가 더욱 복잡해지기 시작할 무렵 문을 열고 돌아온 토모리와 눈이 마주쳤다.

"아, 읽고 있었구나."

토모리는 그렇게 말하곤 아논의 옆에 앉아 노트를 바라보았다.

옆에 앉아 노트를 바라보았다?

아니 이게 아무렇지 않은 건가?

결국 궁금증을 참아내지 못한 아논은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글자를 가리키며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저, 저, 토, 토모링. 이, 이건 뭐야?"

"......? 섹1스."

글자를 못 읽어? 라는 눈빛으로 아무렇지 않게 그 단어를 발음하는 토모리의 모습에 아논의 몸엔 소름이 끼쳤다.

"아, 아는데 말야, 왜, 적혀있냐는 거, 거지."

"타키 쨩이랑 라나 쨩이 하고 있었거든."

"뭐?"

"저번에 잠깐 교실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나서,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한 교실 문을 열었더니 둘이 껴안고 있었어."

"그래서?"

"뭐 하냐고 물어보니까 라나 쨩이 섹1스랬어. 뒤에 타키 쨩이 입을 막아버리긴 했지만. 섹1스란 포옹을 뜻하는 거야?"

"아, 아니...... 꼭 그런 것만을 칭하는 건......"

"그럼 뭐야?"

"토, 토모링. 그러니까."

"아논 쨩, 섹1스가 뭐야?"

토모리는 아논과 눈을 마주쳤다. 가르침을 원하는 눈빛.

그러나 아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아니 정말 모든 걸 설명해도 될까. 토모리에게 이런 세계를 알려줘도 괜찮은 걸까.

왠지 모르게 점점 붉어지는 얼굴과 함께, 아논은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