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한넬로레의 귀족원 5학년 38화 - 책임과 약속

ㅇㅇ(183.102) 2024.03.31 15:18:16
조회 1706 추천 27 댓글 6
														

책임과 약속




 ……크게 다르지 않다, 입니까?


 이전이라면……. 그래, 여신이 강림하기 전이라면 동의했을거에요. 켄트립스도 라잔타르크도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지만, 결혼 상대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애초에 결혼 자체를 자신의 일로 생각할 수 없었고, 빌프리트 님의 일만 머리에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서…….


 켄트립스의 말에 위화감을 느껴, 어떻게든 말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던 제 귀에 라잔타르크의 목소리가 날아들었습니다.


"무슨 소릴 하는거야? 그대와 내가 다르지 않을 리가 없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꽁무니를 빼는 그대와 똑같다 생각 마!"


문득 정신을 차리자, 라잔타르크가 켄트립스의 어깨를 약간 난폭하게 잡고 일어서게 한 것이 보였습니다.


"한넬로레 님이 타령에 가기를 바라면 도와주겠다며, 잠꼬대 같은 것을 말하던 그대 보다 내 쪽이 훨씬 한넬로레 님에게 어울릴거다. 뻔뻔하다. 지금의 그대는 한넬로레 님의 자비로 졸업식에 좋은 추억을 받고 퇴장하는 것이 어울린다!"


 ......확실히 켄트립스의 조력을 저도 미심쩍게 생각했습니다만!


 잠꼬대 같은 조력이라고 라잔타르크는 말하지만, 그 조력은 제가 빌프리트님에 대한 감정에 결착을 짓기 위해서 필요했고, 아군이 없다고 믿고 있던 중 유일한 협력자였기 때문에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코르둘라, 아……"


 켄트립스를 매정하게 취급하는 라잔타르크를 막기 위해, 저는 코르둘라에게 협력를 구하며 시선을 돌렸습니다. 거기에는 "켄트립스가 꽤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군요" 라고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리는 코르둘라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빌프리트님에게 구혼한 것은 코르둘라에게도 비밀이었습니다!


 힉 하고 몸을 움추려 작아지고 싶은 마음에 저는 입을 다물었니다. 쓸데없는 것은 말하면 큰일이 됩니다.(余計なことは言うと大変なことになります / 쓸데없는 것 - 余計なこと 요케이나 코토 / 큰일 - 大変なこと 타이헨나 코토) 코르둘라의 모습을 곁눈질하며 라잔타르크에게 "그만 멈춰주세요" 라고 당황한 목소리를 내는 것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라잔타르크에 제 제지는 닿지 않은 것 같습니다.


"켄트립스가 신부 훔치기 디터에 참가조차 못하는 상황은 불쌍하지만 디터 전에 온 힘을 다해 설득해 한넬로레 님이 선택해 주셔서 정식 약혼자로서 영지 내에서 선보여 버리면 될 일이 아닌가"


"아니, 라잔타르크. 비록 정식 약혼자라도 첸트가 정하는 구혼자에게는……"


"시끄러워! 마음대로 제한을 둔 첸트에겐 화가 나지만,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그 불합리함을 받아들이는 그대에게도 나는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으니까 말이야! 약혼자 후보는 대등해야 한다"


 라잔타르크의 말로 내가 무엇을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분명해진 기분이 들어, 나는 갑자기 눈앞이 뜨여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パァッと目の前が開けたような気分になりました 눈이 뜨였다 정도의 뜻)


"라잔타르크의 말대로, 약혼자 후보는 대등해야 합니다. 저도 정정당당하지 못한 건 싫거든요. 첸트의 개입에 의한 강제적인 배제같은건 있을 수 없습니다. 저, 아버님께 상담하겠습니다"


 꾹 주먹을 쥔 저를 코르둘라가 흘끗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숨을 내쉬었습니다.


"용맹스러운 것을 말씀을 하시는데, 첸트와 얘기해서 관리하에 하자고 제안한 것은 공주님이 아니십니까?"


 …...에?


 켄트립스가 참가할 수 없게 된 한 원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고, 저는 핏기가 가셨습니다. 내용에 관해서는 아버님과 첸트가 협의한 결과이며, 사전에 모두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일의 발단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 그렇기 때문에, 아버님께 상담하려고……. 그런 지적이 나온다는 것은, 코르둘라는 켄트립스가 신부 훔치기 디터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네. 첸트의 통지를 듣고 강당에서 돌아온 공주님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을 때, 그렇게 되리라는 예상은 할 수 있었고, 아우브에게도 확인했습니다."


 담담한 어조로 그런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왜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까!" 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알았다면, 더 빨리 대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우브의 과제의 일환이었으니까요."


 코르둘라의 대답에 놀라 숨을 삼켰습니다. 영주 후보생인 제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시험받고 있는 것은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자령에 남기든, 타령에 시집을 보내든 공주님의 능력을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고 아우브는 생각했다고 합니다."


 자령과 타령의 인식의 차이로 따끔한 맛을 본 제가, 정말로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인가. 세세한 말의 차이를 읽고, 그것이 앞으로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지 예상할 수 있는가. "죽여서는 안 된다" 라는 여신의 말씀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가…….


 코르둘라가 손가락을 접어가며 세는 가운데, 저는 신들이 분노를 드러내면서 검무의 선출 방법이 바뀐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마찬가지로 여신의 말씀에 맞춰 신부훔치기 디터의 상식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신의 말씀이 있었다는 것도, 검무의 전례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신부 훔치기 디터가 거기에 해당한다고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저 이외의 사람은 모두, 눈치채고 있었던 것입니까?"

"제가 본 범위입니다만, 깨닫고 켄트립스의 입장을 걱정하는 것은 세세한 말의 차이를 읽는 데 능숙한 문관 견습생이 많은 인상이네요"


 코르둘라는 말하기를, 켄트립스가 참가하지 못할 가능성을 깨달아도, 신부훔치기 디터이기 때문에 약혼자라면 당연히 참여하는 것과, 첸트의 말씀보다 단켈페르가의 상식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자도 나름대로 있는 것 같습니다.


"공주님과 마찬가지로, 선입견이랄까 고정관념이 강해서 시야가 좁은 사람들만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요. 라잔타르크가 알아차렸다는 사실에 저는 놀랐습니다"

"…...측근 동료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뿐, 스스로 깨달은 것은 아닙니다"


 라잔타르크가 뒤가 캥기는 듯 살짝 시선을 피했습니다.


"아버님이 저에게 과제를 부과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만, 켄트립스를 끌어들이다니……너무합니다"


"그럴까요? 분명 켄트립스가 신부 훔치기 디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영지 귀족들은 켄트립스가 사퇴했거나, 아우브가 정식으로 라잔타르크를 약혼자로 정했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공주가 켄트립스를 선택하면, 약혼자 후보가 아니라 정식 약혼자가 됩니다"


 두 명 있는 약혼자 후보의 일부가 아니라, 유일한 약혼자가 되면 켄트립스를 신부훔치기 디터에게 내놓는 것은 가능하다고 코르둘라는 말했습니다. 현상태는 후보가 두 명 있기 때문에, 한쪽을 선택한다면 기사 견습생이 전력으로 유력하다고 판단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다소 기한에 차이는 있지만, 공주님이 켄트립스를 선택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라잔타르크가 되는 상황은, 약혼자 후보가 결정된 당초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기다려 주세요, 코르둘라 님. 그건……"


 놀란 듯 켄트립스가 뭐라고 말 하던 중에, 라잔타르크가 쾅 하고 테이블을 쳤습니다. 이를 악문 표정과 테이블 위에서 조금씩 떨고 있는 주먹에 시선이 쏠립니다.


"나는, 그런 형태로,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싫다! 제대로 한넬로레님이 나를 선택해줬으면 좋겠어! 그렇다면, 전해지도록 구애하라는 페슈테르트의 말을 들었고, 나름대로 열심히 구애할 것이다. 켄트립스도 조금은 진심을 보여라!"


 분한 표정과 목소리에, 언젠가 훈련장에서 라잔타르크가 켄트립스에게 덤벼들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로제마인 님과의 다과회 내용이나 빌프리트 님에 대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켄트립스에게 물어봐진 탓에 다툼의 세부 사항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만, 라잔타르크는 계속 같은 답답함을 안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라잔타르크의 바람에 응해 주고 싶습니다만, 그 경우, 저는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요?


 어깨에 뭔가 무거운 것이 얹힌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조금 전에 없어졌을 무게감을 다시 느끼고 조금씩 시선이 내려갑니다.


"라잔타르크, 자신의 바람을 입에 담지 말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너무나도 때가 안좋다. 한넬로레 님은 봉납무 쉬는 시간에 오르트빈 님으로부터 마음을 전해 듣고, 진지한 마음은 무거워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침울해하던 참이다"

"어? 역시 봉납무 시간을 노리고 왔군요. 이번에는……."

"바보! 주목할 것은 거기가 아니야"


 켄트립스가 라잔타르크의 입을 막고, "자세한 것은 나중에 설명할 테니, 지금은 입 다물어라" 라고 강제로 입을 다물게 합니다.


"……하아. 마음을 전하면 무겁다고 느끼는 한넬로레님에게, 나의 진심 따위는 보여줄 수 없을 것이다"

"저, 켄트립스. 그럼, 제가 원하면 진심을 보여주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딱 하고 움직임을 멈춘 켄트립스가 라잔타르크에서 저에게 천천히 시선을 움직였습니다. 진의를 살피는 듯한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본 후, 한번 숨을 뱉으며 빙긋 미소짓습니다.


"한넬로레님은 제 진심을 원하시나요?"

"아니요!"


 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장난에도 계속 동요하고 있었습니다. 켄트립스의 진심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면으로 선택받고 싶어하는 라잔타르크에게 안타까운 소식이 될 수 있지만, 이제 한넬로레님에게 선택권은 없다. 선택을 강요하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켄트립스의 말에,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저는 두 명의 약혼자 후보 중에서 선택하라고 합니다. 더 이상 선택권이 없다는 뜻을 모르겠어요.


"......무슨 말 인가요?"

"아우브가 정했기 때문 입니다. 코르둘라 님도 모르시는 것 같았는데, 왜 한넬로레 님이 모르십니까? 어제, 영지에 돌아갔을 때 아우브로부터 말씀이 있었던 것은?"


 저는 기억을 더듬어, 아버님으로부터 선택에 대해 물어봐 졌을 때의 일을 생각해냅니다.


"영지에 남을 것인지 어떨지 물었고, 배신은 용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켄트립스와 라잔타르크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물었지만, 저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 얘기가 나왔을까요. 제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자, 켄트립스가 초조한 듯 다소 빠른 말로 묻습니다.


"여기서 선택하지 않으면 아우브가 결정할 테니 따르라고 한 것 아닙니까? 한넬로레님은 마지막의 마지막 까지 스스로 우리 중에서 선택하지 않았다고 점심에 도착한 레스티라우트님의 서한에 있었습니다. 한넬로레 님은 스스로 선택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거나, 언제까지 결정하는 등의 협상도 아우브에게 하지 않으셨지요?"


 거기까지 듣고서야 처음으로 짐작이 가는 아버님의 말씀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이 연결됨으로써, 자신의 실패를 자각하게 됩니다. 켄트립스의 말대로, 아무런 협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영지에 남을지 말지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의 것으로, 두 사람의 선택에도 관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 아버님이 말씀하신 대로, 제대로 선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주님, 저는 아우브로부터 그런 말씀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어요. 그럼, 켄트립스는 이제 약혼자 후보가 아니라는 건가요?"


 코르둘라는 가족끼리 이야기하고 있을 때 물려져 있었기 때문에 보고했습니다만, 저로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이겠죠. 켄트립스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올해 귀족원에서 영지로 돌아갈때 까지 제 입장은 약혼자 후보인 그대로 입니다. 신부훔치기 디터가 끝날 때까지 귀족원에 있어서의 한넬로레님의 보호는 조금이라도 견고한 것이 좋으니까요. 라잔타르크 혼자서는 마중이(送迎) 안 되는 날도 있겠죠?"

"켄트립스는 그런 입장을 받아들였나요? 왜요?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저라도 불쾌할 정도로 불합리함을 느낍니다만"


 켄트립스가 얕잡아 보여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짜증을 느끼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쓴웃음으로 흘립니다.


"아우브와 주인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한 것은? 게다가, 아우브가 라잔타르크로 결정한 지금부터 제가 신부 훔치기 디터에 참여하려면, 구혼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에게 라오페레그 님과 같은 우를 범하고, 측근의 제어도 할 수 없는 주인이라는 흠을 레스티라우트 님에게 붙이라고는 하지 않으시겠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아버님이나 첸트와 교섭하여 약혼자 후보로서 라잔타르크와 대등하게 대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 따위, 일개 상급 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영주 후보생인 저라도 들어주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꽈악 하고 입술을 붙인 제가 입을 다물자, 라잔타르크가 눈썹을 찡그리고(ぐにゅっと 부드러운 것을 찌부러 트리는 소리 / 한국어로 뭐라 해야할지 몰라 생략)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켄트립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기세 좋게 입에 담았던 말들을 후회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켄트립스, 나는……"

"그대에게 그런 얼굴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잠자코 있을 생각이었는데……"


 이런이런 이라 말하며, 고개를 떨궈버린 라잔타르크의 밝은 오렌지색 머리를 켄트립스가 엉망으로 휘젓습니다(ぐしゃぐしゃ 정돈되지 않음, 엉망).


"라잔타르크, 원래 나는 한넬로레님께는 서택받지 못하고,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졸업식에 한네로레 님을 에스코트 할수 있게 되었으니, 귀족원에 온 처음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전혀 좋지 않습니다.


 좋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결과적으로, 켄트립스가 충고한 대로, 제가 선택하기까지 시한이 찾아와(時間切れが訪れ / 時間切れ 마감, 시간초과 / 訪れ 찾아오다), 자동적으로 라잔타르크가 약혼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구애하지 말라고는 안 하지만, 자기만족을 위해 다가가 한넬로레 님을 곤란하게 하는 일은 하지 마라. 알았나? 약속이다. 한넬로레 님을 울린다면 그대라도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켄트립스의 입장을 불합리하게 만든 것도,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싫어서 선택해 달라고 했던 라잔타르크의 바람을 무너뜨린 것도 저입니다. 그런데도, 켄트립스는 저를 탓하지도 않고, 라잔타르크를 위로하면서 행동에 못를 박고 있습니다. 그 말투가 어렸을 때의 대화를 떠올리게 해서, 저는 작게 웃었습니다.


"후훗……. 켄트립스의 약속 그립네요.

"기억하고 계신가요!?"


 숨을 삼킨 켄트립스가 놀란 듯 뒤돌아 봤습니다. 예상치 못한 과잉 반응에, 저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렸을 때는 그런 식으로 꾸중을 듣고 여러 가지를 약속받았습니다, 그렇죠?"

"아, 아, 그렇군요"


 실망의 색을 일순 얼굴에 띄운 켄트립스가, 곧바로 둘러대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로부터 고개를 돌렸습니다.


"저기, 켄트립스"


 상태가 이상한 켄트립스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는 상대하려 하지 않고 "오늘은 일단 종료합시다" 라고 라잔타르크에게 난폭하게 일으켜 졌던 탓에 어질러졌던 의자를 정리합니다.


"그렇죠. 아우브의 말씀에 관해서는 저도 몰랐습니다. 지클린데님께 확인하는 게 좋겠죠"


 코르둘라가 한숨을 섞어 그렇게 말한 것으로, 그 자리는 끝났습니다(お開きとなりました - 開く는 열다 라는 뜻인데 결혼식, 연회 등을 終わる를 써서 끝낸다고 표현하면 부정타는 느낌이라 お開き로 끝낸다고 사용함).





"코르둘라, 저, 영지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아버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아무리 그래도 켄트립스 취급이 너무 심한걸요"


 자기 방으로 돌아와 호소하자, 코르둘라는 조금 엄격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지금의 공주가 움직일 필요는 없어요. 아우브의 결정에 참견 한다면, 합당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합당한 이유인가요? 켄트립스의 취급이 불합리하다고 호소하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습니까?"


 아버님께 교섭하는 것조차 각하되리라고 생각 못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코르둘라는 한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우브가 결정하고, 켄트립스가 받아들인 거예요. 아우브가 결정한 이상, 켄트립스와 라잔타르크가 대등할 필요는 없어졌습니다.귀족원중의 공주님의 보호가 얇아지는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공주님은 불복하시는 거죠? 왜 켄트립스가 지금까지와 같은 약혼자 후보로 있기를 바라나요?"


 ……지금까지와 같은 약혼자 후보로 있었으면 하는 이유?


 제가 지금까지 말한 "라잔타르크가 대등한 상태로 있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에" 라든가 "켄트립스의 취급을 업신여기는 것이 싫어서" 라고 하는 이유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 뭐가 필요할까요.


"공주님이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아우브가 선택했습니다. 따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정을 등지는 의미를 생각하세요. 영주 후보생의 언동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코르둘라에게 엄격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듣고, 저는 아버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행동에 따르는 각오든, 승부에 있어서 영지의 이익이든, 자신의 의견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것의 머리에 있는 것은 디터를 하고 싶다는 욕망뿐이다. 신부훔치기 디터를 신청하는 것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한넬로레 를 아내로 하는 것의 의미조차 모르고 있다"


 말 자체는 라오페레그를 향한 것입니다만, 영주 후보생인 저에게도 당연히 들어맞는 일입니다.


 ……행동에 따르는 각오, 영지의 이익, 자신의 의견, 행동에 의해서 일어나는 앞일…….


 저는 지금까지 가족 중 누군가가 말하는 대로 움직이는 일이 많아, 그다지 스스로 깊이 생각한 경험이 적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것은 복잡하고 귀찮습니다만, 여기서 도망치거나 집어 던지거나 하면, 켄트립스는 불합리한 입장에 놓여진 채로 되어버립 니다.


 ……그것은 절대로 싫습니다.


 한숨과 함께 제 뇌리에는 켄트립스의 체념어린 미소와, '약속' 이라는 말에 대한 과잉반응이 스칩니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 약속인가요?


 옛날부터 켄트립스는 누군가를 꾸짖을 때 "앞으로는 🌕🌕하도록. 약속이야" 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탓에 약속이 너무 많습니다. "싫은 사람이라도 웃는 얼굴로 대응하도록" "앉을 때는 스커트가 구겨지지 않게 한 번 펴고 나서 앉도록" "화내고 싶을 때나 울고 싶을 때는 내가 숨겨 줄 테니 정원에 숨지 않도록" "성 안에서라도 이동할 때는 호위 기사를 동반하도록" "얼굴이 멀어서 말하기 어려울 때는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다가와 달라고 신호하도록"…….


 ……이것도 저것도 켄트립스가 과잉 반응할 것 같은 약속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코르둘라가 어머님께 편지를 쓰는 동안, 제 머릿속에는 켄트립스와의 사소한 약속이 돌고 있어, 중요한 아버님에 대한 교섭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은 채였습니다.


---------------------------------------------------------------------------------


영지의 대화에서 여러가지 변경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머리가 아픈 코르둘라.

몰아세운 것을 후회하며 우울해하는 라잔타르크.

정보를 얻고 있어도 활용이 서툰 한넬로레에게 활로는 열릴 것인가.


다음은 애매모호한 마음입니다.


---------------------------------------------------------------------------------


바쁠때 나오니까 모든걸 다 번역할수는 없네요. 관용적인 표현이나 언어가 나오면 파파고나 구글번역기가 둘다 이해를 못하고 말 그대로의 의미로 번역해서 오역을 하는군요. 관용적인 표현때문에 저도 검색을 하면서 찾아보다 보니까 공부도 되는거 같네요

키보드의 ㅁ이 뻑뻑해서 가끔 씹히는 경우가 있어서 오타가 있을수 있습니다.

추천 비추천

27

고정닉 2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1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28105 일반 솔직히 이세계 환생하면 책만드는것보다는 [3] ㅇㅇ(116.32) 05.09 268 0
28104 일반 거짓말하지마!! [1] 레벨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781 10
28103 일반 적어도 이번달에는 나와야할텐데... [5] 풀프레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394 4
28102 일반 마인 카 [2] 풀프레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330 0
28101 일반 페르디난드 일을 너무 많이 벌린게 이상하긴함 [3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690 16
28100 일반 여성 첸트 궁금한점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406 1
28099 일반 5부 5권 소식 없나 해서 와봤는데 [2] ㅇㅇ(211.187) 05.07 668 9
28098 일반 (스포)페르는 딱히 내로남불이라고 보긴 어려움 [8] ㅇㅇ(14.34) 05.07 447 5
28097 일반 페르가 내로남불 심하긴 함 [1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511 21
28096 일반 지뢰 마력감지가 발현한 시점이 정확히 언제였을까 [10] ㅇㅇ(39.121) 05.07 454 0
28095 일반 애초에 페르가 협력할 이유도 없지않나 [4] ㅇㅇ(182.218) 05.07 440 7
28094 일반 그림 설정오류? [5] 유스톡스0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518 0
28093 창작 [팬픽] 칼스테드 - 신전으로 잠행 [2] 유스톡스0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445 13
28092 일반 갑자기 생각나서 일본여행갔을때 서점에서 본 책 ㅇㅇ(220.85) 05.06 320 2
28091 스포 스포)그러고보면 최대 트롤링은 페르디난드가 아닌가 [31] ㅇㅇ(175.194) 05.06 738 27
28090 일반 다시 읽어도 트라오크발은 여전히 불쌍하네 [22] ㅇㅇ(175.194) 05.06 528 3
28089 일반 이거 작가님 말 내가 꼬여서 이렇게 느껴지는 걸까 ㅋㅋ [10] 더라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890 13
28088 일반 마력 친자검사 [8] ㅇㅇ(121.183) 05.06 335 0
28087 일반 로제마인 평민출신인거 퍼져도 별거없지 않았을까 [17] ㅇㅇ(112.161) 05.06 528 1
28086 일반 본편 완결시점 프리다 거취 [2] 유스톡스0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426 0
28085 일반 시부야 츠타야점 전경사진 [8] 마인/한네(175.198) 05.06 432 7
28084 일반 한창 이거 읽을 때 의문점 몇가지 [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380 1
28083 일반 작가님 영어판 5부5권 견본받으셨네 ㅇㅇ(116.36) 05.05 230 1
28082 일반 친구한테 팝업 심부름 시켰다 [3] 신맛나는사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443 8
28081 일반 요즘 궁금한건 은퇴 후 질베스타 이야기 [18] ㅇㅇ(119.194) 05.05 665 2
28080 정보 시부야 츠타야 팝업 샵 입구사진 [6] 마인/한네(175.198) 05.04 576 8
28079 오역 5부 4권 클라리사 처우편 읽는데 [2] ㅇㅇ(1.252) 05.04 530 1
28078 일반 책벌레처럼 귀족문화 잘나타나고 등장인물 많은 작품 추천좀 [8] ㅇㅇ(49.170) 05.04 495 0
28077 일반 위험할때 모습 멀리서 보이는거 [4] ㅇㅇ(106.102) 05.03 399 0
28076 일반 이쯤 되면 올해 2권 낸다는 것도 믿음이 안간다. [3] ㅇㅇ(125.137) 05.03 466 13
28075 일반 길찾기 올해 책벌레 완결까지 정발 vs 토리야마 아키라 부활 [8] ㅇㅇ(119.194) 05.03 473 5
28074 일반 나 그러고보니 최신권 아직도 안샀더라 [3] ㅇㅇ(118.32) 05.02 323 4
28073 일반 가호를 얻어서 마력 효율이 좋아진다는게 정확히 무슨 의미지? [19] ㅇㅇ(39.121) 05.02 496 0
28072 스포 스포)2회독 하고 이제서야 공지 ss들 읽는데 [5] ㅇㅇ(49.170) 05.02 436 3
28071 일반 유르겐슈미트 아무리봐도 존나 디스토피아임 [23] ㅇㅇ(175.194) 05.01 985 15
28070 스포 스포)생각해보니까 트라우고트는 일이 가장 잘 풀려도 이미 조졌네 [17] ㅇㅇ(119.194) 05.01 700 1
28069 일반 토레보 여기 일 신기하게하네 마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1 403 1
28068 일반 알게 모르게 거의 1년 되가네 [2] 풀프레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1 329 6
28067 소식 오사카 원화전 기초정보 + 시이나 유우 사인회 개최 [2] 마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30 618 9
28066 원화전 홍보일러 [2] ㅇㅇ(222.108) 04.30 787 12
28065 일반 스포) 메스티오놀라가 한 차례 로제마인을 로제마인이라 부른 까닭 [2] 더라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30 891 11
28064 일반 댓글썻는데 파딱떠서 놀랏네 [1] 2호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9 398 0
28063 일반 책벌레는 외모 찬양이나 묘사가 별로 없네 [12] ㅇㅇ(121.179) 04.29 607 0
28062 일반 신전 관계자가 기혼자일 수 없다는건 규율이 아니라 단순한 전통이었나? [5] ㅇㅇ(39.121) 04.29 462 0
28061 일반 최근에 재밋게본 팬픽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9 374 0
28060 일반 4부 코믹스는 점점 맘에 드는듯 [6] ㅇㅇ(59.17) 04.28 1011 16
28059 일반 칼스테드 일가를 보면 육아가 엄청 힘들다는걸 알 수 있음 [8] ㅇㅇ(39.124) 04.28 580 1
28058 일반 에크하르트의 아내 하이데마리는 왜 죽음? [4] 케잌케케잌(61.43) 04.28 559 0
28057 일반 근시는 어떤 느낌으로 어떤 역할까지 붙는거임? [9] ㅇㅇ(112.161) 04.28 374 0
28056 일반 책벌레 수준의 작품이 없구나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8 479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