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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6월에 고환암 수술 받았다. (장문주의)모바일에서 작성

외불알(211.226) 2017.12.10 22:00:25
조회 15540 추천 64 댓글 9

 

 작년말 올해초쯤부터 허리가 너무 아파왔다.


 당연히 집근처 정형외과를 찾아갔고 허리디스크 소견을 받고 물리치료, 견인치료, 침 등등 온갖 치료들을 받았다.

 근데 전혀 좋아지지 않더라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급기야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해졌다. 허리를 굽히지 못해서 양말도 혼자 못신고 누워있는 것도 고통스럽고 일어설수도 없는 상황이 왔다. 올해 2월 결혼식을 올렸었는데 그때도 허리를 숙이지 못해 처갓집에 큰절을 생략하고 허리굽혀 인사만 드렸었다. 죄송스러웠지만 그게 최선이었었다. 허리숙여 인사하는 것에도 통증에 식은땀이 줄줄흘렀으니 말이다.

 그렇게 고통과 함께 시간이 흘러 5월달. 허리는 여전히 아팠고 다니던 일도 그만두었다.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 몸에 이상을 발견했다. 우측 고환이 단단하게 부풀어 있었다. 더위가 많아 5월부터 에어컨을 틀어놓았기에 고환이 수축되어 있던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좌측 고환과는 크기와 경도가 너무 차이가 났다.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고 나의 증상이 고환암과 가장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고환암의 대표적인 증상에는 허리통증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바로 동네 비뇨기과로 찾아가 초음파검사를 받았다. 초음파를 보고 촉진을 하던 의사는 대뜸 큰병원으로 가보라 말했다. 의뢰서에는 고환종양으로 조직검사가 필요하단 내용이 적혀있었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오전 일찍 바로 분당에 있는 종합병원에 찾아갔고 간단한 진료와 함께 피검사와 ct를 바로 촬영했다.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며 점심을 먹는 도중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종합병원의 교수였다.

 교수는 혈액과 ct검사가 나왔다고 말했다. 교수의 목소리는 다소 심각했다. 교수는 암이 확실하다고 전화로 검사 결과를 알려주며 오늘 당장 입원해서 수술을 받자고 말했다. 그 외에 내 몸에 특이사항에 대해 물었고 나는 혈압이 높은 편이라 대답했다. 교수는 그럼 심장내과로 가서 진료를 받은 후 다시 자신을 찾아오라 말했다. 수술 일정을 잡기 위함이었다.

 미리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암일수도 있겠다 예상은 했지만 교수의 심각한 목소리를 통해 암이란 소릴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이제 나이 30. 결혼식을 올린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무렵의 암 소식은 내 감정을 쉽게 무너뜨렸다. 갑자기 우는 내 모습에 와이프는 놀랐지만 날 다독여주며 같이 심장내과로 향했다.

 심장내과에서의 결과는 고혈압 190/97.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다행히 심장초음파 결과는 좋았다. 심장은 튼튼하다는 심장내과 교수의 말은 큰 힘이 되었다.

 비뇨기과 교수는 일주일 동안 처방받은 혈압약을 복용해 혈압을 낮춘 후 수술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임파선으로 전이는 안된상태라 했다. 조직검사는 수술이후 적출한 고환을 통해 실행한다고 했다. 아직 조직검사를 하지 않았지만 난 고환암 확진이 났다. 교수가 날 건강보험공단 중증질환자로 등록을 해주었다. 난 암환자가 되었고 그날 지불한 병원비의 대부분을 바로 환불받았다.

 그렇게 일주일 후 난 우측 고환을 적출했다. 수술 중 특이사항이 있었다고 하면 불안정한 혈압 때문에 갑자기 혈압이 내려가 의식을 잃었던 것 정도였다. 척추마취를 받고 의식이 깨어있던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꽤나 겁이났던 모양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 본 수술이었다.

 수술을 받고 하루가 지나 움직여도 될 몸상태가 되어 퇴원을 하게 되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처음 발을 땅에 디디는 순간 아랫배가 찢어지는 듯 한 고통을 느꼈다. 부모님이 와 계신 것도 잊은 채 씨발이라고 외칠 정도 였다.

 고환적출은 음낭을 잘라 떼어내는 것이 아니었다. 아랫배보다 밑에 골반근처를 절개해 뽑아내는 것이었다. 임파선을 타고 전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랫배를 열어 적출하는 것이라 했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났고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

 정상피종 5.3X4.3cm. 예후가 좋고 방사선이나 항암에 잘 잡히는 암이라 했다. 하지만 교수는 한참 고민하는 표정을 보였다. 혹시 모를 전이나 재발을 막기위해 항암이나 방사선을 해야한다고 이전에 말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받으면 불임확률이 생긴다고도 말했다. 교수와의 진료 시 제일 처음 내게 물어봤던 게 아이가 있는가 였다. 물론 난 아이가 아직 없었다.

 항암을 받지 않기엔 적출된 종양의 크기가 너무 크다고 했다. 하지만 교수는 종양 적출 후 혈액수치가 많이 좋아졌다며 지속적으로 피검사를 받아보며 상황을 지켜보자고 말했다.

 나도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했기에 항암치료로 소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 그렇게 하자고 말했다.

 그 후 몸상태는 많이 호전되었다. 엄청난 통증에 조금도 숙이기 힘들던 허리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양말을 혼자 신을 수 있게 되었을 땐 와이프에게 자랑까지 했었다.

 그래도 몸에 기력은 떨어진 상태였는지 한동안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바닥에 뚝뚝 떨어질 정도로 몸이 허해져있었다. 혈압약 부작용으로 기립성 저혈압이 와서 앉아 있다가 일어설때 쓰러지기도 했었다.

 그 후 난 활동량이 적은 집에서 할수있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운동도 꾸준히 했다. 운동이라 해봤자 걷기 뿐이었다. 수술부위가 아물때 까진 배에 힘이 들어가는 활동은 하지 말라고 했었다.

 지금은 몸상태가 더욱 좋아져 요즘은 하루에 4~5시간씩 꾸준히 걷는다. 혈압약은 매일 먹어야 하지만 혈압도 145/85정도가 되었다. 물론 약을 먹고 재었을 때의 수치이다.

 새로운 일에도 적응이 되어가고 있어 슬슬 자리가 잡혀가고 있다. 보험을 들어놨기에 자리를 다시 잡을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고환암은 소액암이 아닌 일반암 진단금을 지급해주었다. 그리고 예비군 민방위도 모두 면제가 되었다. 예비군 6년차에 면제받는 기분은 좀 묘했다.

 다음 혈액검사는 4월에 있다.

 한번 이러한 경험을 하고 나니 몸이 아픈것에 괜한 걱정을 하게 된다. 앉아서 작업하는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요즘엔 어깨가 종종 쑤신다. 그럴때 나는 어깨통증도 무언가의 나쁜 징조가 아닐까 싶어 괜히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다. 소화가 잘 안되어도, 두통이 와도, 눈이 뻑뻑해져도 혹시 암이 전이된건 아닌지 걱정부터 하게 되었다.

 아마 이러한 걱정은 앞으로 평생 하며 살게 될 것 같다.

 언제 다시 생길지, 몸속 어딘가에 숨어있을지 모르는게 암이라는 것이지만 그래도 난 다행이라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다. 만약 한참 지나고 발견해 뇌까지 전이 되었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을 것이었다.

 비록 외불알이 되었지만 일찍 발견했으니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 끝난건 아니니 꾸준히 관리를 해야한다.

 이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다.나쁜일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항상 주의해야 한다.

 내일은 와이프의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목에 작은 멍울 3개가 잡혀 지난주에 조직검사를 받았다. 초음파 검사를 할 때에 암은 아닌것 같다고 의사가 말했다고 한다. 그래도 불안하고 무서운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고환암의 발병확률도 암환자중에 1% 정도의 희박한 확률이라 했지만 난 그 확률을 깨고 고환암에 걸렸다.

 요즘엔 확률이라는 것에 신뢰를 할 수 없다.

 부디 내일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지금 몹시 불안하다.



 와이프 만큼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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