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환수들은 만들어진 목적부터 존재 자체가 파괴와 멸망의 화신인 불길함의 결정체같은 존재건만,

각각의 스토리에서 그들이 파괴당하는 데에는 누군가의 선택의 순간이 존재했다.

엠마가, 피오나가, 삼형제가, 셰릴이... 그들에겐 각오가 필요했다.

마환수들은 각각 인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단 하나뿐인 친구였고,

누군가에게는 잊혀져서는 안 될 귀중한 과거의 지식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돌아가야할 집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꿈을 꾸게 해주었다.

하지만 마환수가 파괴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도 사라졌는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려는 친구가 다가왔고,

밝혀야 할 지식들은 아직도 탐험가가 비출 빛을 기다리고 있으며,

피가 달랐던 가족은 피보다 진해졌고,

꿈에서 깬 이는 꿈을 이뤄줄 조력자를 만나게 되었다.

마환수를 파괴하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내가 찾던 가치의 진정한 모습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현실에도 이처럼 얻고자 하던 가치로 위장하고 어두운 속셈으로 나를 찾아오는 마환수들이 존재한다.

편의에 따라 강요되는 우정과 사랑,

간단히 꿈을 이루게 해준다는 유혹,

구원을 바라는 자들의 내면의 상처를 노리는 달콤한 속삭임 

나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편협적인 정보들

이러한 것들은 게임속 마환수처럼 거대한 괴물로 보이지 않기에 더욱 무서운 존재들인 것이다.

나의 각오와 선택에 따라 눈이 멀어버려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급히 한발짝 내딛는 순간 구덩이로 떨어질 수도,

조금만 더 고개를 돌려 시야를 넓게 보았을 때 조금 돌아가더라도 내가 찾던 진짜 가치가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