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마을을 보며]

레브 :

... 이 마을,

유적이던 뭐던 되는 것은 시간문제겠지.

루치아노 :

아까운 일인게지.

하지만, 오히려 더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네.

지나침은 모자람과도 같다네.

이 마을의 모든 것이 그 말에 다 들어맞을테니 말일세.

니엘 :

기다리고 있었다.

레브 :

할로!

니엘 :

그 쪽에 있는 노인은?

레브 :

우리 현자님이시지.

니엘 :

그렇군, 지금 가장 필요한 인재로다.

루치아노 :

대꾸로 들리겠지만, 난 지금 현재에 대해서

생각할 생각은 없다네.

니엘 ;

그렇다면 무엇을?

루치아노 :

미래다.

니엘 :

미래...

루치아노 :

거기서부터 역산하겠지만,

반드시 현재에까지 이르게 될 지는 천운에 달려있겠지.

니엘 :

묘한 자로군.

레브 :

나도 동감.

건 그렇고, 그 쪽의 당신,

오늘은 유난히 얌전히 있네?

유벨 :

어, 성장했거든.

그러니 하나, 말해봐도 되겠냐?

레브 :

맘대로 하셔.

침묵하는 걸 성장하게 되버리면,

내 맘고생이 늘어나니까.

아피스!

넌 이런 녀석처럼 ㅡ

ㅡ ......

루치아노 :

... 레브?

레브 :

.... 아무것도 아니야,

얘기들 다시 나눠.

니엘 :

아직 나눈 얘기도 없다만,

지금부터 나누는 걸로 치지.

먼저 서로 아는 것을 이야기 하지 않겠나?

레브 :

물론이지, 에누마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하게 듣고 싶고,

그 녀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다 보면, 생각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루치아노 :

안됐지만 그 가망은 희박하다네.

그 남자, 최대한 말을 하지 않을려고 했었으니 말일세.

레브 :

찬물 좀 끼얹지 말자...

유벨 :

듣는 상대가 바뀐다면,

뭔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루치아노 :

그것도 맞는 말이로구먼.

니엘 :

그럼 시작하지..

우리들이 처음에, 에누마를 그것이라고 인식한 것은,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ㅡ..

~~

루치아노 :

... 그렇구먼,

자네들의 그 모습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니엘 :

진위는 알 수 없지만 말이지.

루치아노 :

증거라면 있지 않은가?

전에 만났던 그 흑발의 젊은이,

그가 바탕이 된 존재가 아니지 않겠나?

유벨 :

... 나도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니엘 :

우연이겠지.

레브 :

소울도 완전 다른 쪽이였어.

유벨 :

.. 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 같네.

루치아노 :

그렇다면 내가 자네의 의견을 지지하겠네.

<무언가를 모방하는 힘>이, 에누마의 근본이었다면,

눈부신 발전의 과정을 건너뛰었던 그 발전에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되지.

그것과 같은 힘으로 모습을 부여받았다면,

그 모방한 곳이 분명 존재할 걸세.

그렇게나 비슷하다면, 그 젊은이라고 하여도 이상할 것이 없다네.

물론 정말 따로 있을 가능성 역시 없지 않겠다만...

니엘 :

... 그렇군.

인정하고 싶지 않았거늘..

유벨 :

왜째서..

니엘 :

그렇게 된다면 나 역시도,

그런 자가 있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유벨 :

... 아아... 그렇겠구만...

루치아노 :

그러고보니,

그 흑발의 젊은이는 어디로 갔지?

레브 :

잡혀갔어.

루치아노 :

흠?

그 남자한테 말인가?

레브 :

어.

루치아노 :

.... 그것 참 유력한 정보로군.

니엘 :

하지만,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더 이상 알 방법이 없다.

루치아노 :

<노림수>가 있다,

그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네.

명확한 목적이 있다면,

언젠가 그 성취를 위해 행동에 옮길테지.

레브 :

...!

루치아노 :

그렇다면 우리들도

어서 준비를 해야만 한다네.

니엘 :

그렇군. 동의하마.

무슨 준비를 하면 좋겠나?

유벨 :

그걸 생각할 생각은 없냐?

니엘 :

무리는 하지 않는다.

무엇이던간에 한 발자국 씩인거다.

레브 :

루치아노,

무슨 좋은 제안 같은 게 있어?

루치아노 :

... 흠...

그럼, 각자 특기 분야로 나아가보도록 하세나.

레브 :

그게 뭔데?

루치아노 :

미래를 생각하는 것 ㅡ

~~

루치아노 :

ㅡ 비극을 비극으로 밖에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시 반복하는 길을 걷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네.

레브 :

구체적으로 말해 좀 봐..

루치아노 :

상대가 강대하다면, 손을 잡는 것이다.

우리들 한명 한명은, 작고, 약하지.

레브 :

.... 왠지 낯설지가 않는 말인데.

루치아노 :

그 남자가 귀에 박히도록 말했던 말이라네.

레브 :

나 아니꼽게 만들려는거냐?

루치아노 :

아니, 녀석의 발언을 우리에게 살려서,

우리들의 양식으로 만드는 거다.

레브 :

흐응...

니엘 :

손을 잡는다... 우리들 일족이,

앞으로도 함께, 라고 말하고 싶은건가?

루치아노 :

자네들 뿐만이 아닐세.

그것보다 더 범위를 넓히는 거지.

유벨 :

뭘 말하고 싶은 건진 알겠는데...

그건 좀 꿈 같은 이야기 아니냐.

니엘 :

에누마 님을 잃게 된 것으로, 가뜩이나

일족에게 불온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마을도 이런 꼴이지.

사람들을 한 곳에 묶어 나아가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다.

루치아노 :

하지만, 꼭 해보이고 싶다네.

니엘 :

말은 쉽지.

루치아노 :

물론, 난 나대로,

사람들을 연결해 나갈 생각이네.

에누마가 가르쳐왔던,

<관념>을 토대로 말일세.

유벨 :

그것도 이어나가자는 거?

루치아노 :

관념에게는 죄가 없네.

바른 것은 올바르게 다루면 되지.

유벨 :

일그러질 가능성도 있을텐데.

루치아노 :

그렇겠지... 내게 남은 시간으론,

부족한 일일 수도 있네.

먼저, 나의 이 의지를 어떻게 이어갈지를

먼저 생각해야만 하네.

니엘 :

무슨 방법이 있지?

루치아노 :

예를 들자면, 이름을 잇는 것이지.

레브 :

루치아노로?

루치아노 :

아닐세, 전파할 때는, <오즈마>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걸세.

그 이름 아래 에누마의 관념을 정리하여,

이를 기준으로 널리 유포하는거지. 거기서부터 시작일세.

유벨 :

그렇구만-

니엘 :

유벨, 우리가 전해야 할 것은

그것과는 별개다.

유벨 :

네가 말했었지?

우리 두 명이 힌트라고.

니엘 :

그렇다. 우리 둘이

다음 세대에 잇는 것은 ㅡ

ㅡ 에누마 님께서 하사받은,

이 <힘>이다.

그 남자가 가져간 힘과 같은 것이,

우리들 안에 숨겨져 있을 터.

녀석에게 대항할 수 있는 핵심이 될지도 모른다.

이 힘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레브 :

힘이라, 그건 우습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이해와 실감이 없다면,

서서히 스러져만 가는 것.

<힘>이란 건 바로 그런 것이라고,

난 그렇게 배웠어.

루치아노 :

진리로구먼.

니엘 :

그렇다면 해야할 일은 하나,

이 힘을, 해명시키는 것.

유벨 :

역시 그렇게 되는건가아...

하이고야...

고생길이 환-하구만...

니엘 :

불복할 셈이냐?

유벨 :

당치도 않습죠~

네가 미인이라서 참 다행이라니깐~

레브 :

니들 서로 부부 사이냐?

니엘 :

아니.

유벨 :

각자 아이도 있어.

뭐,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덕분에 느껴지는 거리감이 있단 말이지?

니엘 :

그렇지.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무리한 노동도 강요하는 것이지.

유벨 :

건 그렇고...

이쪽도 이쪽대로, 몇 년이나 걸릴 연구가 될련지...

레브 :

좋아,

너희들한테 협력하지.

니엘 :

괜찮겠는가?

레브 :

어려운 건 루치아노한테 맡기면 돼.

내 특기는 소울이니까.

유벨 :

그려, 든든하구만!

레브 :

휴식 시간에도 빡세게 굴려줄테니 기대하시라고.

유벨 :

헐

니엘 :

... 정했다.

휴식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