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에서 만난 희상님

원래도 오프에서 센 플레이어시기도 하고 국내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알레킨 장인이라

오프닝 저격 들어가기로 함

여기서 이기면 3등 확정이었나 그랬을 텐데 감히 예상하자면

여기서 제가 지든 희상님이 지든 진 사람이 패자조에서 올라와서 한번 더 붙을 거 같음

승자조 결승 직행이면 결승에서 승점 1점 먹고 들어가서 여기서 기선제압해야겠다고 생각함

1경기

1.e4 Nf6 2. e5 Nd5 3. d4 d6 4. c4 Nb6 5. f4

알레킨 포폰즈 어택

직전에 희상님이 포폰즈 어택 상대로 좀 고전하시기도 하고 알레킨 상대로 제일 크리티컬한 라인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채용

백이 영역 이점을 크게 가져가고 공격적인 옵션을 챙기기도 하지만

알레킨 자체가 워낙 마이너한 오프닝이기도 하고

(백 입장에서 준비를 잘 안하는 경향이 있음, 이 심리 역이용해서 저격 좀 깊게 함)

보통 이 라인을 제일 준비를 흑 입장에서 많이 해서 10수 이상까지 싹 다 이론 라인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음

5. ...dxe5 6. fxe5 Nc6 7. Be3 Bf5 8. Nc3 e6 9. Nf3 Be7 10. d5 exd5 11. cxd5 Nb4 12. Nd4

Bg6로 빠졌다가 13. Bb5+에 오프닝부터 말리고 패배하신 경험이 있기 때문에

흑도 즉시 라인 보강을 해온 모습

역시 한 번 당한 거 두 번 당하진 않는다

12. ...Bd7 13. e6 fxe6 14. dxe6 Bc6 15. Qg4 Bh4+ 16. g3 Bxh1 17. O-O-O

백이 h1룩을 내줬지만 흑 기물들이 따로 놀고 있고 백 Qg4 때문에 흑 킹사이드에 상당한 압박이 들어감

참고로 여기까지 준비된 라인이라 시간 아예 안쓰고 둠

엔진 평가상으로도 동등한 라인이고 백도 공격 어설프게 막히면 흑이 확실한 기물 우위가 있어서

서로 할 말은 있는 상황

근데 흑 입장에서 다루기가 좀 더 까다로운 포지션이라고 생각함

17. ...N6d5? 18. Qxg7 Rf8

결국 타임트러블 못이기고 g7폰은 내주고 수비에 임하려는 흑

당장 h8룩 공격받았을 때 18. ...Bf6는 19. Qf7#가 있고

18. ...Qf6는 될 것처럼 보이지만 19. Bb5+ c6 20. Qd7+ Kf8 21. Rf1 1-0

이제 백은 전개 우위 기반으로 흑을 몰아붙일 수 있었는데....

19. Be2? Qe7 20. Bh5+ Kd8

Bh5가 자연스러운 아이디어처럼 보이지만 희상님이 시간 없는 와중에 대처를 잘하셨음

이 공격이 어설프게 막히면 그대로 룩 다운이라

백도 이판사판 들이받아야 하는 상황

정수는 19. gxh4로 비숍 회수하고 주도권 가진 채로 게임하거나

19. Qxh7로 진행하는 것

똑같이 19. ...Qe7하면 별거 없는 거 아님? 할 수 있는데

이젠 h7폰이 없어서 Qg6+로 게임이 터짐

19. Qxh7 Qe7 20. Qg6+ Kd8 21. gxh4

d파일 디스커버리에 Bg5 핀 위협까지 있는데 흑이 동시에 막는 게 불가능해서 터지는 구도

실전에서는 이걸 놓쳤고 일단은 기물 교환 피하면서 계속 Nf5 같은 아이디어로 압박할 생각

21. Qg4 Bf6 22. Nf5 Nxa2+!

실전에선 이걸 보자마자 게임이 갔구나 생각 들었음

Kb2 같은 식으로 피하기엔 c3 압박도 너무 거세서 Nxa2가 사실상 강제인데

23. Nxa2 Qxe6 이후에 이젠 백이 진짜 공격이 없음

오히려 이젠 f6 비숍하고 d5 나이트가 백 퀸사이드 노리는 걸

걱정해야 할 판

23. Nxa2 1-0

다만 실전에선 흑이 시간이 너무 없었고 시간이 1초 남았을 때쯤 기권하게 됐는데

피셔 5초라 아마 끈질기게 흑이 버텼으면 매우 어려워질 뻔했음

h1 비숍 회수하자니 d5 나이트에 대한 핀이 풀려서 Nxe3가 걸림

사실 실전에서는 여전히 백이 그래도 할만하다고 생각했는데 흑의 시간 없는 와중에 대처하는 판단이 아주 좋았던 경기

그래서 흑 시간 1초 남았을 때 백 얼마나 남았냐구요?

예

한마디로 오프닝 프렙빨로 밀어붙여서 시간압박 +기세로 기권승 받아낸 거임...

이기긴 했지만 경기력 자체는 좀 아쉬웠다고 생각했음

2경기

1. e4 e5 2. Nf3 Nc6 3. Bc4 Nf6 4. d3 Be7

Q. 왜 시실리안 안쓰고 오픈 게임 씀?

A. 1경기 이겨서 2경기 무난하게 넘기잔 생각

오히려 상대가 오픈 시실리안 들어가주면 이론으로 떡칠해서

먼저 삐끗하는 놈이 죽는 거다 마인드로

흔쾌히 들이박을 수 있는데

희상님 스타일이 오프닝 무난하게 넘기고 미들게임에서 상대보다 유연하게 하는 플레이를 잘하셔서

오프닝 프렙빨로 박살내고 들어가는 제 스타일하고 상성이 안맞음....

"한기욱 상대론 오프닝만 무난하게 넘기면 얘 미들 엔딩 하자 있어서 무조건 이김

근데 오프닝 무난하게 넘기기 전에 개박살날 확률이 높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는데

이번 경기는 어느 정도 그걸 포기한 셈

근데 오픈 게임도 세컨 웨폰으로 실험해볼 생각은 있었고

이 경기 지더라도 타이브레이크에서 블리츠로 잡겠단 마인드로 들어감

5. Nc3 O-O 6. a3 d6 7. h3 Be6 8. Bxe6 fxe6 9. O-O d5 10. exd5 exd5

어라

실험픽인데 생각보다 오프닝을 잘 들어갔다

흑이 센터 투폰 먹는 데 성공하고 전개도 나름 무난하게 됐음 (백도 곧장 11. d4로 중앙 받아치긴 하지만)

11. d4 e4 12. Ne5 Bd6 13. Bg5 Nxe5 14. dxe5 Bxe5 15. Bxf6 Bxf6

16. Qxd5+ Qxd5 17. Nxd5 Bxb2 18. Rab1 Bxa3 19. Rxb7 Bd6

흑 e폰 고립되긴 했는데 어차피 원폰업이기도 하고

퀸사이드에서 백도 성과 만들기가 쉽진 않음

조급해진 백이 결국 먼저 실수

20. Nxc7? Rf7

Nxc7 보고 최소한 지진 않겠다 싶었음

룩 회수하는 과정에서 나이트가 트랩되고 흑이 이길 가능성까지 생긴 상황

21. Nxa8 Rxb7 22. Rd1 Rd7 23. Kf1 Kf7 24. Rd4 Rd8

25. c4 Ke7 26. Rxe4+ Kd7 27. Rg4 Be5 28. Rg5 Bf6

a8 나이트 진짜 거의 트랩됐고 다 끝났구나 싶은 순간...

29. Rd5+ Kc8??

29. ...Kc6!가 위닝 무브

Rxd8 Bxd8 이후에 나이트 트랩이라 0-1

Rxe4 때부터 이걸 계산해야 했는데 너무 급하게 둠

30. Rc5+ Kb7 31. Nc7 Rc8 32. Ne6 Rxc5 33. Nxc5+ Kc6

34. Nb3 Bc3 35. Ke2 a5 36. Kd3 Be1 37. f4 a4 38. Nd4+ Kc5

비숍 vs 나이트 동등한 엔드게임으로 접어들고

흔들기 힘들긴 하지만 백이 여전히 나이트 로얄 포크 노리고 게임 플레이할 여지는 있음

39. Nc2? Bg3! 40. f5 Be5 41. g4 h6 42. h4 Bb2 43. g5 a3??

44. f6!가 온리 위닝 무브

44. ...gxf6 45. g6 f5 46. Nxa3 이후에 흑 비숍이 g7칸 커버해야 해서 a3폰을 못지킴

퀸사이드 패스폰 내주는 순간 매우 힘들어지는 상황

44. gxh6? gxh6

하지만 백이 시간이 18초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게 위닝이란 걸 바로 캐치하기엔 어려웠고

이제는 진짜로 승부 날 찬스가 많이 줄어들은 상황

45. f6?! Bxf6 46. Nxa3 Bxh4

a2하면 역으로 이길 찬스도 있긴 했는데 그냥 안전하게 백 킹사이드 폰 정리하고

c5폰만 비숍으로 때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음

이 뒤부터는 사실상 확정 무승부

47. Nc2 Bg5 48. Nd4 Kd6 49. Ke4 Kc5 50. Kd3 Kd6 51. Nf5+ Kc5 52. Ng3 Kd6

53. Kd4 Kc6 54. Ne4 Be7 55. Ng3 Bf6+ 56. Ke4 Kc5 57. Kd3 Bg5 58. Ne4+ Kc6 59.

Kd4 Be7 60. Ke5 h5 61. Ke6 Bb4 62. Kf5 h4 63. Kg4 Be1 64. Kf3 h3 65. Nf2 Bxf2

66. Kxf2 Kc5

67. Kg3 Kxc4 68. Kxh3 1/2-1/2

분명 1/2경기 모두 오프닝 이점을 가지고 들어갔으나 경기력적인 측면에선 전혀 우위가 아니었음

특히 미들게임에서 시간 없을 때 더 잘해지는 기질이 있으신 거 같음

저런 스타일에 좀 강해질 수 있도록 저도 보완 좀 해서 와야겠음

이렇게 해서 대충 승자조 4강 복기는 마무리하고

원래는 최강자전 즐겜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재밌네요

다른 분들한텐 좀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패자조에선 희상님이 올라올 거 같음

희상님 잡을 플레이어가 안보임

그만큼 잘두시는 분이시고 개인적으로 리매치 때는 더 좋은 경기력 보여주고 싶어서

꼭 다시 올라오십쇼

그때는 3대0 내드리겠습니다

(트래쉬토크 이렇게 하는 게...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