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단수건은 그녀에게 대사를 허락하지 않았다. 

수많은 대사를 말해왔기에 

생애 마지막 순간, 대사 없이 가게 되리란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는데.

툭, 투툭, 툭, 계속해서 떨어진 핏방울이 

미지근한 물속에서 털실처럼 풀려갔다

남자가 손을 놓자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버르적거렸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났다"

...이게 개정판에 새로 추가된 문장인지, 아니면 구판에도 원래 있던 문장인지

그건 모르겠는데

읽자마자 정말 왈칵 눈물 나왔었음.

어린시절 읽을 때는 뮤치아가 정말로 아무 느낌이 없었거든.

있어봤자 그냥 구해줘도 성질이고, 뭘 말해도 성질이고 

가면서도 성질내고 

끝내 성질만 내다 죽었네 정도였으려나?

사실 구판에 저 문장이 그대로 있었어도 그냥 넘겼겠지. 

어린시절의 나라면.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데모닉을 다시보니까

뮤치아는 정말로 죽어선 안될 사람이었어.

참 좋은 사람이었어.

어떤 드라마였더라? 이런 대사가 나와.

<사람은 자기보다 높은 곳에 있는 누군가를 보면, 나도 저기 올라가야지. 가 아니라

너도 이리로 내려와라 내려와라 손짓한다>

실제로 데모닉에서는 빈 올프랑쥬가 그랬고.

어떻게든 데모닉 조슈아를 지상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샐러리맨의 손까지 빌렸다가

여동생 목숨만 앗아갔지.

(물론 이 부분에는 다른 사정(데모닉 조슈아가 이당시엔 깊게 알수없었던 가난의 무게와 비참함)이 있었지만서도.)

그런데 뮤치아는 달랐잖아.

태양처럼 찬란한 막스 카르디, 데모닉 조슈아를 눈앞에서 보면서도

그 빛에 조금이라도 어둠을 부어 꺼뜨릴 마음따윈 1도 없었던.

내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라, 내려와라 손짓하지 않았던.

이네스와 마찬가지로 샐러리맨 손에 저리 죽을 사람이 아니었는데.

저 문장을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나더라고.

전민희 작가님은 어쩜 사람이 죽는 장면을 저리도 군더더기없이 써놨을까....

너무도 깔끔해서 읽는 사람이 본능적으로 받아들일수밖에 없게.

끝내 눈물흘릴수밖에 없게.

그러고보면 조슈아도 처음 샐러리맨이 뮤치아를 죽였다고 말했을 때

저렇듯 뮤치아의 죽음을 떠올렸을까?

어쩌면 데모닉답게 눈 앞의 샐러리맨이 저질렀을 살인의 광경을 수십, 수백의 경우로 

심지어 하나하나 데모닉답게 한치의 잡음 없이. 완벽하게.

너무도 찰나에

그렇게 생각하니 샐러리맨이 가고 난 다음에 

뮤치아는 상관없는데. 누나처럼 죽어버렸다 하는 조슈아랑

스스로를 향한 분노가 죄책감만큼이나 컸다는 문장이 더 생생하더라. 

조슈아가 막판에 자기를 어떻게 죽이면 좋을지 샐러리맨에게 말하는 장면이

꼭 스스로에게 휘두르는 채찍질처럼 느껴져서.